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마감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축구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23세 이하로 구성되며 3명까지 23세 이상 와일드카드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오는 8월 15일까지 최종명단 20인을 확정해야 한다.

한국축구에 이번 아시안게임이 가지는 의미는 여러모로 각별하다. 올해는 참담한 실패로 끝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이며 2002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추락한 대표팀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한국축구의 열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또한 한국축구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끝으로 무려 28년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A대표팀이 출전하는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과, 2016 브라질 리우데 자네이루 올림픽을 대비한 전초전의 성격도 띠고 있다.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필자 선수들에게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병역혜택을 노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참담한 실패로 끝난 월드컵 이후 첫 국제대회

'유소년 축구의 대부'로 불리우는 이광종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2000년부터 각급 유소년 선수만을 꾸준히 지도해오며 국내 유망주들에 대하여 속속들이 꿰뜷고 있는 육성 전문가다. 박주영에서 손흥민- 류승우까지 모두 이광종 감독의 지도를 거친 제자들이다.

이광종 감독은 2009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 8강, 2011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 2012 AFC U-19 챔피언십 우승, 2013 터키 U-20 월드컵 8강 등으로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아시안게임 세대는 지난 2009년 U-17 월드컵부터 이광종 감독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성장해온 선수들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광종 감독에게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사실상 중간평가의 무대이기도 하다.

기본 윤곽은 어느 정도 나왔다. 지난 1월 오만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2세 이하(U-22) 챔피언십과 지난달 쿠웨이트와의 평가전 등을 통해 이 감독은 다양한 선수들을 점검했다.

공격수 이종호(전남)와 김승대(포항)를 비롯하여 미드필더 윤일록(FC 서울), 이재성(전북), 김영욱(전남), 손준호(포항), 류승우(레버쿠젠), 수비수 김진수(호펜하임), 장현수(광저우 부리), 황도연(제주). 골키퍼 노동건(수원), 이창근(부산) 등이 일단 아시안게임 승선이 유력한 선수들로 분류된다. K리그 클래식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일부 해외파들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구단 바이엘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FC서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공항을 나가던 중 팬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구단 바이엘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FC서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공항을 나가던 중 팬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전력 구성의 변수는 손흥민과 와일드카드다. 대표팀 내 최고의 유럽파로 꼽히는 손흥민은 22세로 아시안게임 출전제한 연령에도 구애받지 않는 선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처음 출전한 지난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도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1골을 터뜨리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23세 이하 아시아 레벨에서는 최고 수준의 공격수임에 분명하다.

관건은 아시안게임 차출을 위하여 소속팀 레버쿠젠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 김진수나 류승우의 경우, 현 소속팀과 계약 당시부터 아시안게임 출전 보장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있으나 손흥민은 이러한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게임은 FIFA가 주관하는 공식 A매치 일정에 포함되지 않아 소속팀 동의없는 차출은 불가능하다. 레버쿠젠 구단 측은 아직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하여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현재 미필자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특히 손흥민같이 전도유망한 유럽파들에게는 안정적인 해외무대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서 병역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레버쿠젠도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대회 일정상 분데스리가 초반 일정과 겹친다는 게 문제다.

더 복잡한 문제는, 내년 1월에는 A대표팀이 출전하는 아시안컵 일정도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출전 유무와 상관없이 이때는 차출 요구가 들어오면 손흥민을 무조건 내줘야 한다. 손흥민의 체력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레버쿠젠으로서는 자칫하다간 팀의 주전 공격 자원인 손흥민을 장기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였던 유럽파 박주영은 당시 소속팀 모나코의 동의를 얻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나 아시안컵에서는 부상으로 불참한 바있다. 손흥민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축구협회 차원에서 나서서라도 레버쿠젠 측과 원만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3장까지 허용되는 와일드카드로는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에 우선적인 보강이 예상된다. 뛰어난 경기력은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확실한 구심점이 부족한 이번 대표팀에서 와일드카드 선수들이 고참답게 리더의 역할도 해줘야한다. 이광종 감독은 이미 가급적이면 지난 월드컵 대표팀 멤버 중에서 와일드카드를 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있다.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로는 김신욱, 이용, 김승규(이상 울산),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마인츠), 한국영(가시와) 등이 거론된다. 모두 지난 월드컵 대표팀 출신이며 병역미필자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실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특히 장신 타깃맨 김신욱은 대표팀 최전방에서 손흥민과 함께 무게를 더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다.

홍정호와 박주호는 기량은 확실하지만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차출 조건이 까다로운 유럽파 선수라는 게 관건이다. 홍정호는 과거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주장까지 역임할 만큼 리더십이 뛰어나고 수비 조율에 능하다. 박주호는 김진수와 포지션이 겹치지만 측면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자원으로 활용도가 높다.

대표팀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골키퍼 자리에는 지난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뛰어난 선방 능력을 보여준 김승규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동력과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선호하는 이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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