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농구대표팀 평가전이 국내에서 열렸다. 그동안 대학이나 프로팀간 초청경기는 간간이 있었지만 성인 국가대표팀간의 공식 A매치가 국내에서 열린 것은 사실상 8년만이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FIBA랭킹 31위)은 2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뉴질랜드(FIBA랭킹 19위)와의 평가전에서 64-58로 승리했다.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일종의 모의고사다.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세 차례의 원정평가전을 치러 1승 2패를 기록했던 대표팀은 안방에서 첫 경기부터 설욕에 성공하며 다시 승률의 균형을 맞췄다. 대표팀은 31일 뉴질랜드와 한 차례 더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

대표팀은 뉴질랜드 전훈 귀국 후 대만과 두 차례 평가전을 가졌지만 이 경기는 비공개로 치러졌다. 뉴질랜드와의 4차 평가전은 남자대표팀 1진으로는 '2006년 월드바스켓볼챌린지' 이후 국내에서 가진 첫 공개 평가전이었다.

주목할 점은 농구 A매치에 대한 팬들의 수요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무더운 날씨속, 그것도 평일 오후에 치러진 경기였음에도 무려 6천명(공식집계 6114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하며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방학 기간이라 젊은 학생팬들이 다수였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나 뉴질랜드 원정팬들도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이번 평가전 개최를 주관한 한국농구연맹(KBL)은 이날 준비한 경기 티켓이 모두 매진되었다고 밝혔다. 스포츠채널인 MBC 스포츠플러스를 통하여 생중계되며 네티즌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팬들은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며 멋진 플레이가 나올때마다 열렬한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오랫동안 국제대회 때마다 무관심과 냉대에만 익숙해진 농구대표팀 선수들은 모처럼 안방에서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신명나는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경기력도 더 좋아졌다.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홈어드밴티지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목이다.

농구열기가 한창 절정을 달리던 90년대에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물론이고, 대학선발이나 초청경기 등도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경우가 흔했다. 팬들은 대학과 프로에서 스타대접을 받는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 농구팬들이 대표팀의 경기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었다. 심지어 A대표팀이 나선 국제대회조차 생중계는 커녕 대회가 열리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000년대 이후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이 하락세를 걸으면서 농구대표팀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인 2013년 여름에 열린 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3위)와 프로-아마 최강전의 잇단 흥행성공은 침체기에 빠진 한국농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에서의 호성적을 바탕으로 올해 16년만에 농구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며 농구대표팀과 국제대회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비수기에도 농구 컨텐츠가 흥행성으로 충분히 어필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농구대표팀은 올해 스페인 농구월드컵(8월)과 인천 아시안게임(9월)을 잇달아 앞두고있다. 특히 인천 아시안게임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에 안방에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국제대회 성적이 침체된 한국농구의 인기에 다시 불을 지피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대표팀 성적만을 떠나 정기적인 A매치 유치가 불러올 수 있는 장점은 매우 많다. 그동안 농구대표팀은 1~2년전만해도 국제대회를 앞두고 마땅한 연습상대를 구하지 못하여 상무나 대학팀들과 경기를 치르거나, 팀이 아닌 외국인 선수 개개인을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처럼 한국과 대등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팀들을 초청하여 정기적으로 평가전을 가지게되면 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추춘제로 이어지는 프로농구의 여름 공백기동안 자칫 잊혀질 수 있는 농구열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유료관중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흥행 컨텐츠가 될 수 있다.

A매치 평가전도 평가전이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는 한국만의 고유한 이벤트 대회 창설이나 국제대회 유치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대만 존스컵이나 FIBA 스탄코비치컵 등은 친선대회에 가깝지만 나름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진 대회다.

한국은 2006년 '비타 500 월드바스켓볼챌린지'를 서울에서 개최했는데 당시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미국, 터키,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등 본선진출국이 한국을 경유하며 평가전을 치르는 행운을 누릴수 있었다. 당시 국내 농구팬들의 관심도 뜨거웠지만 아쉽게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면서 반짝했던 농구열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농구는 올해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국제대회 유치는 2007년 아시아여자선수권 대회가 마지막이다. 남자농구는 1995년 서울 아시아선수권을 끝으로 최근 20년 가까이 대회 유치에 실패하며 국제대회에 나설때마다 번번이 중동과 중국팀들의 현지 텃세에 시달려야했다.

시장이 큰 축구나 야구와 달리, 농구인프라가 넓지않고 예산과 외교력이 한정된 한국농구로서는 아직 국제대회 유치를 고려하기에는 비용상의 제약이 큰게 사실이다. 당장은 쉽지않아도 장기적으로 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해서 언젠가 한번쯤은 반드시 시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꾸준한 국제교류와 국가적 지원을 통하여 한국농구의 경쟁력을 높이고 잠재된 농구팬들의 시장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농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