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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부터 둘째와 막내 아이는 완전한 방학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 막내는 이번 여름방학 때 자전거 여행을 하는 것이 소원 중 하나란다. 아내는 출근하고 첫째도 학교에 갔다. 둘째 딸과 막내아들 그리고 내가 집에 남았다.

자전거 여행을 노래 불렀던 아들의 뜻대로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둘째 딸이 피아노 학원에 갈 시간인 1시 30분 안에 갔다 올 계획이었다. 화명생태공원에서 금곡을 거쳐 호포까지 낙동강 자전거길은 7km 정도다. 왕복 14km이다.

화명 생태공원내 비포장길을 달리는 아이들.
 화명 생태공원내 비포장길을 달리는 아이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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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포다리근처 오르막길에서
 호포다리근처 오르막길에서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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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쉬기로 한 호포다리 밑에는 충격적인 풍경이 나타났다. 물가는 녹조가 가득했고, 상류에서 떠내려온 죽은 물고기 행렬은 한 눈에도 100마리는 족히 넘어 보였다. 주말이나 주중에 상관없이 볼 수 있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물가로 가까이 가니 물이 썩는 냄새와 생선 썩는 냄새가 역겨웠다.

하얗게 보이는 게 죽은 물고기다.
 하얗게 보이는 게 죽은 물고기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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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천 호포다리근처에 폐사한 물고기들.
 양산천 호포다리근처에 폐사한 물고기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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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한 물고기.
 폐사한 물고기.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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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물었다.

"아빠, 물고기들이 왜 다 죽었어? 냄새 때문에 토하려고 해, 아빠 사진 그만 찍고 빨리 가자."

가끔 낚시하러 온 이곳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지 딸은 궁금해했다. 어느 정도 떨어진 원두막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죽은 물고기와 녹조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양산천 근처 원두막에서 휴식을 하며 죽은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양산천 근처 원두막에서 휴식을 하며 죽은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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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아저씨 두 명이 4대강 사업에 대해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저씨(60대로 보였음)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잘한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인데 4대강 사업으로 이렇게 물을 모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길도 정말 좋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이렇게 돈을 풀어야 경제도 산다. 뭐 모르는 사람들이 데모하고 억지주장을 한다. 이것만큼 잘한 사업은 없다."

듣고 있던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언론과 방송에 세뇌되지 않은 이상에 어떻게 저렇게 이야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듣고 있던 아저씨(50대 중반)가 "강이 썩어가고 있다. 눈으로 보고도 잘한 일이라고 하는가? 4대강 사업하고 이것 관리하는 데만 매년 2조 원이 든다고 한다. 촌 구석까지 공원을 만들어서 뭐하나?" 등등 반론을 제기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온몸이 사라질 것 같이 힘들다"라며 조금만 더 쉬었다 가자는 아이들을 재촉하여 시끄러운 그곳을 떠났다. 그리 대단하지 않은 자전거 여행이지만, 보조바퀴가 달렸던 유아용 두발자전거를 타고 3시간 정도 자전거 여행을 하였다.

두 아이는 목적지에서 전혀 예상 못 한 물고기 죽음의 행렬에 충격을 받았다. 두 아이는 "강을 더럽게 해서 물고기를 죽게 해서는 안 된다"며 죽은 물고기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아빠, 아빠 누나랑 나는 오늘 자전거 여행 일기 적기로 했어요. 아빠도 기사 적으세요."


태그:#자전거 여행, #물고기 폐사, #호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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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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