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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세모그룹 고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자신의 도피를 도와 온 박○○과 함께 용인에서 경찰에 검거되었다. 그런데 최근 SNS 사이트 중 하나인 페이스북에 박○○(34)씨의 이름을 내건 '미녀 쌈짱 박○○ 팬클럽'이라는 이름의 팬클럽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중심으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미화하고 영웅시하는 이러한 현상은 자칫 우리사회에 범죄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박씨 사례와 같이 범죄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여성의 외모가 범죄자를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박씨의 경우도 팬카페 이름인 '미녀 쌈짱 박○○ 팬클럽'이 말해주듯 그녀의 외모가 그녀를 미화하고 영웅시하는 요인이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부 네티즌들의 범죄자 미화나 영웅화 태도 형성에는 언론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유대균씨 검거관련 보도에서 언론들은 앞 다투어 태권도 유단자로 유씨의 보디가드 역할을 한 박씨에 대해 단아한 얼굴과 당당한 태도를 가진 '미모의 호위무사'라는 호칭을 붙여가며 그녀의 외모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태도가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결국 일부 네티즌들이 박씨를 미화하고 영웅시하는 팬클럽을 만드는 결과를 낳게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박씨 관련 보도에서 경찰과 검찰로 이송되는 박씨의 모습을 마치 영화찍듯 클로즈업하여 보도하고, '미녀 무사', '호위무사' 등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관음증적인 보도로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 보여준 사례

나아가 박씨가 이혼 소송 중에 자신의 두 아들을 내팽개치고 유씨를 따라 나섰다는 등의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도 없는 개인의 사생활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결국, 이번 박씨 관련 언론보도는 마녀사냥에 가까운 선정적이고 반 인권적이며, 관음증적인 보도로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유대균씨 검거관련 보도를 통해 우리 언론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규명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무마시키는 역할을 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특별법 논의, 국정조사, 유가족과 정치인들의 단식농성과 같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보도를 방기하고 오로지 유대균과 박○○씨 검거 관련 보도에만 집중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흥미위주의 선정적인 보도로 돌리는 역할을 자행했다.

특히 세월호에서 건져 올린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시사항'이라는 파일이 법원의 노트북 검증에서 확인되는 등 세월호 참사와 국정원의 연관성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이러한 내용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박씨와 관련된 선정적인 보도에만 집중했다.

언론의 보도태도는 국민의 알권리는 무시하고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경제적인 이윤을 획득하려는 언론의 상업주의적 행태일 뿐만 아니라 흥미위주의 선정보도로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일부 보수 언론들의 정권 편들기 보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노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유대균, #박수경, #최진봉, #선정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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