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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자가든에 당도하니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참나리 꽃이 제일 먼저 반긴다.
 황부자가든에 당도하니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참나리 꽃이 제일 먼저 반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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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마저 잊게 해준 촌닭이 있다. 맛돌이가 해마다 여름철이면 찾아가는 곳이다. 구례 지리산자락 문수골에 있는 황부자가든이다. 이곳에서 맛본 촌닭구이의 맛은 아마도 닭요리 중 으뜸이 아닐까. 그 맛을 못 잊어 올해 또 다시 찾아간걸 보면.

남도의 닭요리는 대부분 코스요리다. 허나 이곳은 단출하다. 촌닭구이와 닭죽이다. 맛돌이는 다양한 남도의 닭 코스요리를 자주 경험했던 터라 이곳 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다소 느낌이 약했다. 그러나 직접 키운 촌닭으로 요리한 촌닭구이 맛은 늘 기대 이상이었다. 또한 이곳 주인장 부부가 지리산 자락에서 채취한 나물과 제대로 숙성된 묵은지에 먹는 촌닭구이 맛은 환상 그 자체다.

무더위마저 무색케 한 지리산 문수골 계곡

아름드리 노송이 그림자를 드리운 계곡은 정말 멋진 피서지다.
 아름드리 노송이 그림자를 드리운 계곡은 정말 멋진 피서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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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길이다. 반달곰으로 유명한 문수사 길이다. 하늘엔 흰 구름이 떠 있고 하늘빛은 시리도록 맑기만 하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는 청아하다. 우거진 숲에서 방출되는 초록의 기운과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마저 즐겁다.

황부자가든에 당도하니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참나리 꽃이 제일 먼저 반긴다. 잘 꾸며진 정원과 시원한 계곡물이 무더위마저 무색케 한다.

촌닭구이는 주문과 동시에 황씨 부부가 닭을 손질해 내온다.
 촌닭구이는 주문과 동시에 황씨 부부가 닭을 손질해 내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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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닭구이 한 마리면 3~4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촌닭구이 한 마리면 3~4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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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막 아래 탁자에다 상을 차렸다.
 그늘막 아래 탁자에다 상을 차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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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닭구이는 주문과 동시에 닭을 손질해 내온다. 촌닭구이 한 마리에 6만 원, 3~4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닭죽이 덤으로 나오므로 촌닭 한 마리를 주문하면 식사까지 해결된다.

"저희 집 음식은 촌닭밖에 안 해요. 촌닭백숙과 촌닭구이지요."

이곳 가든에서 직접 키운 촌닭이다. 맛돌이는 백숙보다 촌닭구이를 즐겨먹는다. 소금 간을 해 구워낸 촌닭구이는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삶아놓으면 인기 없는 닭가슴살까지도 부드러운 감칠맛이 좋다. 이런 맛을 내는 데는 적절하게 구워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구우면 닭가슴살이 퍽퍽해지기 때문이다.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 고라니와 노루가 죄다 뜯어먹어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은 그늘막 아래 멋진 탁자다. 바로 곁에는 지리산 문수골 계곡이다. 아름드리 노송이 그림자를 드리운 계곡물에서 여인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정말 멋진 피서지다. 무릉도원이 아마도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쳐간다.

"우리 집 반찬은 다 제가 한 거예요. 시장에서 사서 한건 하나도 없어요."

주인아주머니가 정성스레 촌닭을 굽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정성스레 촌닭을 굽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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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감칠맛을 내는 데는 적절하게 구워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부드러운 감칠맛을 내는 데는 적절하게 구워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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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아주머니(50.김금숙)의 정성과 손맛이 배인 반찬은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낸 취나물과 쑥부쟁이나물, 묵은지는 상에 내놓기가 바쁘다. 순수한 자연의 맛이 배여서인지 정말 인기다.

상추는 시장에서 사왔다.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를 고라니와 노루가 죄다 뜯어먹어 버렸단다. 텃밭 농사지어 녀석들과 나눠먹곤 하는데 야속하게도 이번에는 사람들이 먹을 것도 안 남겨놓은 것이다.

"보들보들하고 품질 좋은 상추를 내가 심었단 말이요. 그런데 얼굴도 모르는 그 녀석들이 죄다 뜯어먹어 버렸어요. 간간이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키우는데..."

주인아주머니는 얼굴도 모르는 고라니와 노루를 자신이 키우는데 먹을 걸 하나도 안 남겨놨다며 헛헛한 웃음을 짓는다.

촌닭구이에 한잔 술이 곁들여지니 모두들 탄성

노릇하게 구운 촌닭구이는 잘 숙성된 묵은지와 함께 먹으면 말문이 막힌다.
 노릇하게 구운 촌닭구이는 잘 숙성된 묵은지와 함께 먹으면 말문이 막힌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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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은 묵은지와 잘 어울린다.
 닭죽은 묵은지와 잘 어울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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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닭이 불판에서 노릇노릇 익어간다. 촌닭구이에 한잔 술이 곁들여지니 모두들 탄성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맛이다. 좋은 사람들과 멋진 장소에서 먹는 촌닭구이의 맛을 감히 무슨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좋다. 닭구이의 참맛이다. 묵은지와 매실장아찌를 곁들이니 그 맛이 한층 더해진다. 노릇한 촌닭구이에 잘 숙성된 묵은지를 올려먹으니 말문이 막힌다.

울밑에는 봉숭화, 화단에는 참나리꽃, 물가에는 이름 모를 여름 꽃들이 만발했다. 촌닭구이로 영양 보충을 한 후 우리는 물가로 간다. 여느 유원지처럼 별도의 비용을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서 물놀이는 덤이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숙박이 가능한 7개의 객실도 갖추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부자가든, #촌닭구이, #지리산 계곡, #문수골,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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