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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법정 증언에 나섰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안산지역에 살고 있어 광주까지 장거리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안산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법정.
▲ 세월호 생존 학생 증언 위한 법정 28·29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법정 증언에 나섰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안산지역에 살고 있어 광주까지 장거리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안산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법정.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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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1호 법정 증인석에는 단원고 생존학생 16명이 차례대로 앉았다. 선원들의 공판을 심리하는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에게 자신들이 4월 16일 세월호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의 증언은 전날 먼저 법정에 나왔던 여섯 학생들과 큰 틀에서 비슷했다.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들이 탈출할 때 선원이나 해경이 도와준 적은 없다고,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며 구명조끼를 입었고 선체를 빠져나왔다고, 선원들의 처벌과 진상 규명을 원한다고(관련 기사 : 생존학생 법정증언 "선원 엄벌보다 더 원하는 건...").

이 말을 전하는 생존학생들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천진난만했다. 몇몇 학생들은 사고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할 때는 살짝 멋쩍어하며 증인석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기도 했다. 수차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를 겪은 여학생,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선실을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던 남학생은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을 겪은 사람처럼 진술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버린 친구에게 미안하고, 함께 나오지 못해서 또 미안해하는 모습이었다. P학생(남, 기자 주 - 발언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은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냐'는 검사의 질문에 "제가 좀 많이 생각나는 게…"라며 입을 열었다.

"(4층 우현 중앙 쪽) 화장실에 있던 여자애가 못 나왔다…, 좀 그래서…."

그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이미 귀는 빨개져있었다.

"진실이 규명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23명 중 단 한명이 생존한 단원고 2학년 10반.
▲ 환한 단원고 2학년 교실 세월호 참사 당시 23명 중 단 한명이 생존한 단원고 2학년 10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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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학생(여)은 "이 사건이 발생했고 우리 학교 애들 대부분이 숨졌다는 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며 "진실이 규명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라고 하다가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했다. O학생(남)은 "살 것이라고는 딱히 기대도 안 했다"며 "공부는 생각 없고 운동도 못하는데…, 운동 잘하는 친구들은 전부 다 없고 저만 그렇게 살아남았다"라고 말하며 자꾸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들은 그날 이후 가위에 자주 눌리거나 배와 관련된 꿈 또는 친구들이 죽는 꿈을 많이 꾼다고 전했다.

법정에서는 승무원 고 박지영씨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번 나왔다. 여섯 명의 학생은 사고 당시 4층 B-23번방과 S-5번방 사이 통로와 중앙 로비 쪽에서 박씨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3층 안내데스크에서 학생들이 머무는 4층으로 올라왔다. Q학생은 배가 기울어진 탓에 박씨가 굉장히 힘들어했고 중앙 로비로 나오자마자 좌현 쪽으로 떨어져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S학생은 박지영씨가 끝까지 4층 좌현 출입문 근처에서 학생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증언했다.

당초 재판부는 28~29일에 걸쳐 단원고 생존학생 23명의 진술을 들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학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고 살아 돌아온 아이들에게 '그날'을 다시 복기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이 때문에 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학생들이 증언을 마칠 때마다 "오늘 이야기를 들려줘서 감사하다, 빨리 회복하고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세월호 선원들의 공판은 8월 12일부터 다시 원래 법정인 광주지방법원 301호에서 계속 된다. 이날 재판부는 사고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들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태그:#세월호,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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