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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25일치 2면에 정찬흥 기자의 징계해고 사실이 실렸다.
 <인천일보> 25일치 2면에 정찬흥 기자의 징계해고 사실이 실렸다.
ⓒ <인천일보> 지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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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정찬흥(52) <인천일보> 기자는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인천일보> 지면에 자신의 징계 해고 내용이 실렸다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정 기자는 신문을 펼쳤다. 사실이었다. 전날 열린 징계위원회로부터는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정 기자는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회사가 말하는 징계해고 사유는 무단결근과 근태 불량이다. 정 기자는 "지금까지 <인천일보> 개혁을 부르짖고, 기자의 광고영업을 비판하고 체당금 불법수령 의혹 등을 제기한 데에 대한 보복 해고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해고 소식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네 번째 해고인 탓이다. 그의 두 번째와 세 번째 해고 내용도 <인천일보>에 실렸다. 정 기자는 자신의 해고보다 망가진 회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고 한다. <인천일보>는 한때 지역언론 개혁의 선두주자였다. 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정책과 맞물려 <인천일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인천일보>는 현재 대주주의 각종 비리와 잦은 교체, 경영난, 노사 관계 파탄, 기자의 광고 영업 등 지역언론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로 전락했다. 정 기자에게 닥친 네 번의 시련은 <인천일보>의 추락과 궤를 같이한다. 2003년 정 기자가 언론노조 인천일보 지부(이하 노조) 지부장에 오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무현 정부의 스포트라이트 받았던 <인천일보>... 지금은?

정찬흥 기자는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해고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일보>, 더 나아가서는 지역언론 전체의 문제"라면서 "언론노조와 기자협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지역언론 개혁을 위해 <인천일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정찬흥 기자는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해고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일보>, 더 나아가서는 지역언론 전체의 문제"라면서 "언론노조와 기자협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지역언론 개혁을 위해 <인천일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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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는 1988년 7월 언론자율화 바람 속에서 창간됐다. 정찬흥 기자는 1994년 입사했다. 이 신문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졌다. 노조와 직원 대표로 구성된 새 경영진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내부개혁 조치에 나섰다.

<인천일보>는 2005년 인천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시민편집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우리나라 언론에서 처음 도입한 것이다. 또한 노사는 2004년 6월 지역언론 초유의 편집국장 직선제, 인사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 등을 명문화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정 기자는 "당시 <인천일보>는 지역언론 개혁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일보>는 2005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5대 지방일간지로 선정됐다. 앞서 2004년 노조는 언론노조로부터 민주언론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해 직원들의 노력에도 경영난은 가중됐다. 경영진은 제 역할을 못하고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대립이 있었고, 2007년 정 기자를 비롯해 10여명의 노조원들이 해고당했다. 경영진이 재차 바뀌면서 노조원 해고는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경영진은 정 기자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정 기자는 2007년 12월부터 13개월 동안 개인 사정으로 휴직했다. 2009년 1월 복직한 그는 일주일 만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 기자가 복직 직후 회사의 대기발령 조치에 반발한 데 이어 병가 신청 후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고 무단으로 결근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4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 해고라고 판정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지방법원, 고등법원 모두 정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1년 8개월 동안 지루한 싸움을 벌였지만, 끝내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했다. 회사는 1억 원 이상의 강제이행금을 냈다. 정 기자는 2010년 8월 복직했다.

그 사이 회사는 망가졌다. 계속된 경영난으로 직원들의 월급은 120만 원으로 깎였다. 2012년에는 월급의 20배까지 체불됐다. 사옥은 경매에 넘어갔다. 또한 경영진은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노조원 징계, 노조사무실 무단 폐쇄 등의 방법으로 노조를 탄압했다. 정 기자는 2012년 6월 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의장에 올라 체불임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통한 기업회생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정 기자는 세 번째 해고를 당했다. 정 기자가 간부회의 불참과 경영진을 비판하는 기사의 신문 게재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정작 경영진은 관련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이 역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정 기자는 곧 복직했다. 같은 해 진보적 시민단체인 인천연대 사무처장 출신의 박길상 사장이 취임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광고영업에 내몰린 기자들

경영진은 2013년 10월 정 기자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경기 본사로 발령냈다.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과 경비 절약 등으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2014년 3월 지방노동위원회는 정 기자가 인천 본사에서 근무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한 부당전보라고 판정했다. 또한 정 기자의 월급이 110만 원 가량인 상황에서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은 문제점도 지적됐다.

부당전보 다툼에서 정 기자는 <인천일보> 기자들의 체당금 불법수령 의혹을 제기했다. 체당금은 노동자가 도산 등을 이유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는 돈을 뜻한다.

정 기자는 "<인천일보> 기자 중 30여 명은 2013년 5월 1일 입사자로 돼 있다"면서 "경영진이 4월 말 기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쓰게 해 체당금을 불법으로 수령하게 한 뒤, 곧 재입사 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경영진은 5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면서 재심이유서를 제출했다. 기자의 광고영업상황이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던 탓에 논란이 일었다. 경영진은 "회사의 수익 구조 중 기자를 통한 광고 수익이 약 8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기업회생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2013년 인천일보 광고매출 51억3311만 원 중에 42억8322만 원이 기자의 광고매출이었다. 기자가 광고를 수주할 경우, 광고대금의 최대 30%를 인센티브로 받았다. 정 부장과 동일 직급에 있는 기자의 경우, 2013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1인당 평균 630여만 원을 인센티브로 받았다는 게 경영진의 설명이다.

정 기자는 기자의 광고영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이유서에서 "박길상 사장의 언론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면서 "지역주재기자들을 광고영업으로 내몰고 기자들에게 지대(신문대금)를 떠넘기는 행위는 사이비 지역신문 사주들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사 경영진이 기자들에게 노골적으로 광고수주를 독려하게 될 경우, 기자 본인은 물론 그 기자들이 활동하는 지역에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끼치게 되는지 모두 알고 있다"면서 "인천일보가 언론임을 포기하고 스스로 도덕적 파산선고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25일, 정 기자는 네 번째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 기자는 "해고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일보>, 더 나아가서는 지역언론 전체의 문제"라면서 "언론노조와 기자협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지역언론 개혁을 위해 <인천일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 쪽은 향후 국회에서 <인천일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인천일보> "정찬흥 기자 징계는 정당했다"

한편, <인천일보>는 이번 해고가 정당했다고 밝혔다. 김형태 경영기획실장은 "회사가 기업회생 단계에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정찬흥 기자는 무단결근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근태도 불량했다,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표적 징계·해고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회사는 정찬흥 기자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형태 실장은 체당금 불법수령 의혹에 대해 "사장을 비롯해 저도 조사를 받았다"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체당금을 불법으로 수령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천일보>의 광고영업에 대해 "정찬흥 기자를 포함해 지역언론 기자들은 모두 광고영업을 한다"고 짧게 대답했다.


태그:#<인천일보> 기자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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