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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가 수거한 큰빗이끼벌레를 부유물 적치장에서 말리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수거한 큰빗이끼벌레를 부유물 적치장에서 말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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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어내도 또 떠오르는 큰빗이끼벌레로 금강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금강은 최근 내린 장맛비로 유속이 조금 빨라졌지만, 수질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기자는 금강에 퍼진 큰빗이끼벌레를 수중촬영하겠다는 한 방송사의 연락을 받았다. 이후 이 방송사 관계자들은 금강 수질이 비교적 좋은 날을 택해 29일 금강을 찾았다. 기자는 이들과 함께 금강을 돌면서 물이 비교적 맑은 곳을 찾아 나섰다.

우리 일행이 닿은 곳은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에서 쌍신공원에 이르는 강변. 현장은 큰빗이끼벌레와 각종 쓰레기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다수의 큰빗이끼벌레 사체를 볼 수 있었다. 시민 3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들 발 아래로 큰빗이끼벌레 사체가 둥둥 떠다녔다. 육안으로 봐도 물빛이 탁해 보였다.

큰빗이끼벌레 때문에 튀김용 뜰채까지...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29일 오전 9시께 공주보 인근에서 큰빗이끼벌레를 걷어서 풀밭에 버리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29일 오전 9시께 공주보 인근에서 큰빗이끼벌레를 걷어서 풀밭에 버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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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선착장. 한국수자원공사가 수거한 큰빗이끼벌레 자루가 놓여 있다.
 세종보 선착장. 한국수자원공사가 수거한 큰빗이끼벌레 자루가 놓여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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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9시께, 공주보 좌안 선착장. 한국수자원공사 작업자가 식당에서 사용하는 대형 튀김용 뜰채를 이용해 큰빗이끼벌레를 걷어내 인근 풀밭에 버리고 있었다. 추가로 걷어내야 할 큰빗이끼벌레 양이 많아 보였다. 이곳의 수질도 나빠 보였다.

세종보에 한국수자원공사 소속 보트가 정박해 있는 것이 보였다. 보트 위 사람들은 뜰채와 갈고리를 들었다. 길 위에는 노란색 자루가 있었는데, 안을 살펴보니 큰빗이끼벌레가 썩어가고 있었다. 세종보 인근 마리너 선착장과 건너편 어도 주변도 물 위로 떠오른 큰빗이끼벌레가 가득했다. 물빛이 탁해 수질이 양호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백제보 상류 500m 지점 선착장으로 향했다. 녹조가 강변을 뒤덮었다. 강변 자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리를 건너 우안을 타고 공주까지 올라오면서 확인해봤지만 금강은 여전히 탁했다.

공주보 상류 3km 지점인 충남 공주시 금강철교. 큰빗이끼벌레를 찍기 위해 방송사 수중촬영팀 잠수부가 들어갔으나 탁도가 심해서 영상 촬영을 하지 못했다.
 공주보 상류 3km 지점인 충남 공주시 금강철교. 큰빗이끼벌레를 찍기 위해 방송사 수중촬영팀 잠수부가 들어갔으나 탁도가 심해서 영상 촬영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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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께, 금강 구간 중 그나마 수질이 좋은 편에 속하는 공주시 금강철교 인근에 닿았다. 기자와 동행한 방송사 수중취재팀은 물에 들어가기 전부터 "탁도가 심하다"라면서 머뭇거렸다. 이후 장비를 갖추고 물에 들어간 취재팀은 5분도 채 안 돼서 물 밖으로 나왔다. 수중취재팀 관계자는 "시화호는 양반이다, 탁도가 심해서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금강 수중촬영 계획을 취소하고 낙동강으로 떠났다.

"지금이라도 보 수문 열면 수질 좋아져"

한국수자원공사가 금강 내 보 주변에서 큰빗이끼벌레 수거하고 있지만, 큰빗이끼벌레는 아침이면 또다시 떠올랐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금강 내 보 주변에서 큰빗이끼벌레 수거하고 있지만, 큰빗이끼벌레는 아침이면 또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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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소식을 전해 들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모래알까지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았던 금강이 4대강 사업 이후 녹조와 큰빗이끼벌레의 영향으로 수질이 심각할 정도로 나빠졌다"라면서 "환경부는 단순히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문제만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큰빗이끼벌레의 서식 공간·형태와 금강의 생물·흐름·수질 등의 요소를 연계해 전체적으로 (오염도 등을) 판단해 분석할 방법이 나와야 한다"라면서 "지금이라도 보 수문을 열면 수질은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금강 담당자는 "보 주변의 방문객과 시민들의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 직원, 부유물 수거용역들과 함께 35자루 양의 큰빗이끼벌레를 거둬냈다, 이들을 햇볕에 말린 뒤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는 오전 9시께 공주보 인근에서 한 작업자가 큰빗이끼벌레를 수거한 뒤 풀밭에 버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담당자에게 이에 관해 문의하자 "작업자가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시 확인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라고 답했다.


태그:#큰빗이끼벌레, #수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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