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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을 믿어주세요."
"야권단일후보, 노회찬입니다. 이번엔 4번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종철입니다."

7·30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29일, 동작구의 주요 지하철 출입구에는 세 가지 구호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나경원 새누리당·노회찬 정의당·김종철 노동당 후보 측 운동원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라 경쟁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하철 4·7호선 이수역 14번 출구 앞, 나경원 후보 운동원과 노회찬 후보 운동원, 김종철 노동당 후보 부인이 한 곳에서 유세를 펼쳤다. 새누리당 운동원들이 "나경원을 도와주세요"라 외치면 이에 질세라 정의당 운동원들은 "야권단일후보 노회찬입니다"라며 4번을 들어보이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 맞은편에 선 김 후보 부인 정혜정씨는 "안녕하세요, 김종철입니다" 구호를 외쳤다.

후보들의 걸음도 쟀다. 세 후보 모두 오전 6~7시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초박빙'으로 분석되는 동작에서 유권자들의 손을 한 명이라도 더 잡기 위함이다.

[나경원 새누리당] "박 대통령 이을 새로운 여성 지도자"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김무성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역 앞 유세에서 손을 들어 보이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나경원 지원유세 나선 김무성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김무성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역 앞 유세에서 손을 들어 보이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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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후보는 이수역 13번 출구 앞 백화점에 자리를 잡고 아침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오가는 시민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접촉을 늘렸다. 나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는 운동원들은 동네 지인을 만나면 "확실하게, 알쟈?", "강남 4구 만들어준다잖아~ 내일 꼭 투표해주세요"라며 일대일 선거운동에 나섰다.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나 후보 뒤로 노회찬 후보 캠프 유세차가 "노회찬의 승리가 굳어지고 있다"라고 크게 외치며 지나갔다. 이에 나 후보는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응수하며 짐짓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나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강남 3구'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겠다는 나 후보의 공약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다.

사당역 앞에서 펼쳐진 집중 유세에 빨간 모자를 쓰고 나타난 김 대표는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집권여당 의원 한 명이 더 되는 게 좋을지 아닐지 판단해보라"라면서 "나경원이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 뒤를 이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여성지도자가 탄생하는 거다, 도와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 후보 단일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담합을 밥 먹듯이 한다, 이런 사람을 국회 보내서 되겠냐"라며 "여러분 손으로 심판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신동우(강동갑), 김종훈(강남을), 유일호(송파을), 김을동(송파병) 의원 등은 각각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뽑으면 여러분이 덕 보는 거다",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 후보, 나경원이다", "5명 있는 야당이 도대체 뭘 하겠냐, 힘이 있냐"라고 외치며 나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나 후보는 "강남 4구를 만들기 위해 지도부가 (지원을) 약속했다"라며 "김무성 대표가 안 도와주면 삭발이라도 해서, 묵은 숙제를 야무지게 해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송파 의원들 긴장하시라, 동작이 따라갈 것"이라며 "일꾼이 뽑혀야지 말 잘하는 말꾼이 뽑혀서야 되겠냐, 대한민국·동작을 살려주고 나경원을 믿어달라"라고 호소했다.

나 후보 유세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개 나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강아무개(34)씨는 "나경원 후보가 많이 앞서고 있는 거 같다"라며 "나 후보가 당선될 거 같다"라고 내다봤다. "둘 다(새누리당·정의당) 싫다"는 박만석(61)씨도 "노회찬 후보가 따라 붙었다고 하는데 여긴 기본적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표가 있다, 노 후보가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최경근(60)씨는 "나경원 후보가 좋다, 당의 정치적 요구에 응답하는 소신과 원칙이 마음에 든다"라면서도 "나 후보나 야권 후보 다 비슷비슷한 거 같아서 선거 결과는 지켜봐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부자 정당의 부잣집 딸 vs. 서민과 뒹굴던 노회찬"

노회찬 동작을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유세를 마치고 지지에 나선 (왼쪽부터) 허동준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구 지역위원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원, 기동민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후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노회찬 "기동민, 허동준과 함께 동작을 살리겠다" 노회찬 동작을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유세를 마치고 지지에 나선 (왼쪽부터) 허동준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구 지역위원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원, 기동민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후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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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후보의 아침 유세에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함께 했다. 박 의원은 "노회찬, 4번입니다" 구호를 연신 외쳤다. 박 의원 뿐이 아니다. 노 후보는 이날 '기동찬(기동민·허동준·노회찬)' 부대는 물론 박영선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는 등 새정치연합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7호선 남성역 앞에서 집중유세를 편 노 후보는 "투표일을 앞두고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떠나셨다, 안 그랬으면 내일 동작에서 들려오는 비보를 접해야 했을 것"이라며 "이미 노회찬이 이기고 있다, 반드시 투표해달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 후보의 '강남 4구' 공약에 대해 "결국 강남과 동작을 연결하는 도로를 넓히겠다는 건데 1998년부터 계획이 세워졌지만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사업한다고 미뤄온 것"이라며 "하면 되는데 새누리당이 늦췄던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노 후보는 "나 후보와 새누리당은 낡은 세력이지만 정의당과 야권연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미래세력"이라면서 "세월호 이전의 낡은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기호 1번을,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기호 4번 노회찬을 선택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동작 선거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부자 정당의 부잣집 딸이냐 아니면 서민과 뒹굴던 노회찬이냐를 결정하는 선거다, 모두 투표에 참여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노회찬은 삼성 X 파일을 공개하며 대한민국 정의를 위해 몸바쳤고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사람이다, 노회찬이 국회에서 일하게 해달라"라며 "사회 적폐 해소, 노회찬 후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이 함께할 수 있다"라고 한 표를 요청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노 후보와 함께 사당시장 일대를 돌며 손가락 네 개를 펴며 "4번이요"를 반복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버겁게 든 채 노 후보 유세를 경청하던 최유미(47)씨는 "사전투표 때 노회찬 후보에게 이미 투표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는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나 후보가 하루에 세 번씩 온다, 유세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라며 "그런 점들 때문에 마음이 돌아선 주민들이 많은 거 같다, 안타깝지만 나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36년 동안 사당동에서 거주한 이아무개(43)씨 역시 "노회찬 후보에게 이미 투표했다"라면서도 "돌아가는 걸 보니 노 후보가 나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 나 후보가 꼬리 잡힌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아무개(65)씨는 "야당 쪽이 잘 될 거 같다, 내가 아는 사당 4동 사람들이 다 야권을 지지한다"라고 전했다.

[김종철 노동당] "동작에서 아이 키우는 날 찍어달라"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격려받는 김종철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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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후보 측이 외치는 '야권단일후보' 구호에 더욱 설 곳이 좁아진 김종철 후보는 조용히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2·4호선 사당역 10번 출구 앞 골목에 서서 "안녕하세요? 기호 5번 김종철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내민 손이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손 좀 잡아주십시오"라며 재차 손을 내밀었다.

김 후보가 내세우는 것은 '동작에서 아이를 키우는 주민'이다. 그는 이수역 앞 유세에서 "아들이 동작 중학교에 다닌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학부모로서 함께 고민하겠다"라며 "이 지역에 제대로 된 공립고를 유치해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2008년, 2012년 동작에서 낙선했지만 나는 떠나지 않았다, 당선자인 정몽준 의원조차 수많은 공약을 대부분 지키지 않은 채 떠났다"라며 "사당동에 살며 아이를 키우는 김종철에 거름을 주면 꽃이 필 것이다, 지금 핀 꽃을 따지 말고 거름을 주어 꽃을 키워달라"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시간이 많이 부족해 안타깝다"라며 "선거 결과는 예상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서 활동해온 후보가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계속 밖에서 유명인사를 초대하듯이 선거를 진행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이에 대한 호응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남성시장 앞에서 30년 째 과일을 팔고 있는 김아무개(60)씨는 "김종철 만한 사람이 없다, 참 똑똑하고 10번 보면 10번 인사를 한다"라며 "이번에는 영 힘들 거 같아 안타깝지만, 언제고 뽑아줄 참"이라고 말했다.


태그:#동작을, #7.30 재보궐, #나경원, #노회찬,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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