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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야기나 으시시한 괴담이 서너 개쯤은 매달려 있을 법한 서낭
 귀신이야기나 으시시한 괴담이 서너 개쯤은 매달려 있을 법한 서낭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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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도 눅눅하게 하는 장마철입니다. 장마철하면 곰팡이가 연상됩니다. 곰팡이를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함에도 장마철만 되면 곰팡이는 피어납니다. 곰팡이라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피어나는 건 아닙니다. 우선 곰팡이 씨앗인 포자가 있어야 합니다. 포자만 있다고 해서 무조건 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고, 통풍이 잘되지 않으며,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음습한 곳이라야 잘 피어나고 쑥쑥 번창합니다.

올 여름에는 곰팡이만 피어나는 게 아니라 '세월호 사건'과 '유병언 괴담'도 예서저서 피어나고 있어 후텁지근한 날을 더더욱 찝찝하게 만듭니다. 그러고 보니 곰팡이와 괴담은 닮은 데가 있습니다. 괴담도 곰팡처럼 피어나고 곰팡이처럼 퍼져 나갑니다. 생겨나는 조건과 퍼져나가는 양상이 닮은꼴입니다.

곰팡이 포자 같은 사건·사고, 가려진 햇빛 같은 음습한 비밀, 바람길 조차 막힌 듯한 불통, 축축한 습기 같은 의구심에서 생겨나고 퍼져나가는 게 괴담이니 말입니다.

곰팡이는 태고부터 있었습니다. 괴담도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곰팡이 중에는 몹쓸 것도 있지만 쓸 만 한 것도 있습니다. 괴담 중에도 쓸 만 한 괴담, 진실을 가려내는 데 직간접적으로 일조하는 괴담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귀신과 요괴 그리고 이물을 비교분석한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 지은이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 팀 / 펴낸곳 소명출판사/2014년 6월 30일 / 값 3만 3000원)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 지은이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 팀 / 펴낸곳 소명출판사/2014년 6월 30일 / 값 3만 3000원)
ⓒ 소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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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지은이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 팀, 펴낸곳 소명출판사)는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한국문화연구단 산하의 기획연구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팀에서 내놓은 첫 번째 공동연구 결과물입니다.

집필진이 사에키 다카히로(일본), 고마쓰 가즈히코(일본), 서화룡(중국), 김상순(이하 한국), 윤주필, 박종천, 조현설, 김정숙, 고영란, 김지선, 문현선 등, 한·중·일 3국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은 한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신이 이단문화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에 드리운 신이와 이단 문화까지를 폭 넓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1부에서는 4편의 글, '일본의 유령·괴', '일본의 괴담을 생각한다', '중국의 요(妖)·괴(怪)·정(精)이야기 분류', '조선시대 필기·이담류에 나타난 귀신의 세 유형과 그 역사적 변모'등으로 '귀신', '요괴', '이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신이한 존재들에 대한 개념과 유형 등을 논리적으로 분석해가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령과 요괴의 차이에 대해서는 국문학자 스와 하루오(諏訪春雄)의 정의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스와는 유령을 "원래 이간이었던 자가 죽은 후, 사람의 속성을 지니고 나타난 것"이라고 하고, 요괴를 "인간 이외의 것, 혹은 사람이 사람 이외의 형태를 취하고 나타난 것. 그리고 사람 이외의 존재가 사람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22쪽-

'괴담'이란 이와 같이 '괴담의 씨앗'을 소재로 한 몇 가지 사건이 인과로써 이어져서 기승전결의 형식을 갖춘 불가사의, 혹은 공포의 이야기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39쪽-

제2부에서는 두 편의 글로 귀신론과 귀신담의 역사적 전개 양상과 관계를 설명하고 있고, 제3부에서는 세편의 글로 귀신 서사가 재현하고 있는 사회적 적대와 욕망 문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4부에서는 한편으로는 인간과 유사한 속성을 지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과 다른 근본적인 타자성을 지닌 이류(異類)·이물(異物)들이 동아시아의 고대 설화이나 문학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으며 또 현대에는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두 편의 글로 분석하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괴담 쯤은 담고 있을지도 모를 우물
 하나의 괴담 쯤은 담고 있을지도 모를 우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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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鬼神)이란 무엇인가? 귀신은 흔히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괴한 존재 혹은 죽은 사람의 영혼으로서 제사를 지내거나 굿으로 달래야 하는 경외(敬畏)의 대상이었으며, 민간의 각종 이야기 속에서 특별한 힘으로 인간세계에 화복(禍福)을 주는 존재로서 등장하고 했다.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201쪽-

귀신·요괴·이물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얼개

귀신 이야기나 으스스한 괴담 한 번 듣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동화책에서 읽었을 수도 있고, 옛날이야기로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들어 봤을 거라고 생각되는 귀신이야기나 괴담 중에는 막연히 공포감만을 조장하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권선징악, 보은, 효행, 복수, 원한, 해원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들도 많을 겁니다. 

책에서 분석과 설명을 위해 인용하고 있는 내용(이야기)들 중에는 '우렁 각시 이야기', 신립 장군을 자결하게 한 처녀의 원혼 이야기, 상사병에 걸려 죽은 주막집 딸의 원혼을 달래 줘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도움을 받아 큰 공을 세웠다는 내용의 이야기처럼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 수두룩합니다.

예문으로 들어가 있는 짤막짤막한 이야기자체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구성돼 있습니다. 여느 학술연구보고서들처럼 정형적이지 않아 문화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된 내용들입니다.

귀신과 요괴 그리고 이물이 중국 고대사는 물론 남효은, 서경덕, 김시습, 이황, 이이 등이 활동하던 조선시대, 근현대문학과 문화에 어떻게 투영되거나 반영돼 묘사되거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어 뜬구름처럼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귀신과 요괴 그리고 이물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얼개를 입체적으로 꾸려줍니다.

괴담을 극복할 수 있는 평범한 진리는 정의로운 정치와 소통

인간이 요·괴·정을 이긴다는 사상은 후기 이야기 속에 자주 보이는 내용으로 인간의 발현된 힘을 표현한다. 그래서 사람의 모습이 왜소하고 행위가 피동적일 때에도 결국에는 사람이 요에게 승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보충해서 말하자면 이 때 등장하는 사람은 선량한 사람, 정의감이 있는 사람, 뭉뚱그려 말한다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좋은 사람만이 요·괴·정을 물리칠 수 있으며 나쁜 사람의 경우는 요·괴·정에게 놀림을 당하고 희롱 당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116쪽-

맞습니다. 귀신이야기나 괴담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어떤 성향의 인물이냐에 따라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하는 의미와 결론이 달라집니다. 착한 사람의 경우에는 보은으로 복(福)을 받는 게 대부분이고, 못된 사람인 경우에는 원한이 낳은 저주나 복수로 화(禍)를 당하는 내용으로 귀결되는 게 보통입니다. 

전설 같은 괴담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용
 전설 같은 괴담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용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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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나 괴담은 통하지 않는데서 생겨나고, 음습한 분위기에서 자라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곰팡이를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햇볕을 가리고 있는 것들을 걷어내 양달이 되도록 하고, 통풍이 잘되게 해 주면 됩니다. 햇살이 잘 들고 통풍만 잘되면 사방이 뽀송뽀송해지면 곰팡이쯤은 저절로 없어집니다.

괴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습한 비밀 다 드러내고, 소문낼 것 없을 정도로 낱낱이 밝혀내면 귀신같은 괴담은 시나브로 사라집니다. 이황은 귀신에 대해 "있다고 여겨도 옳지 않고, 없다고 여겨도 옳지 않으니, 있음과 없음 사이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을 통해, 괴담이 생겨나고 번창하는 메커니즘을 알고, 정의롭고 선한정치로 밝혀낼 것 다 밝혀내며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이야 말로 요·괴·정으로 등장하는 작금의 '세월호 사건'과 '유병언 주검'으로부터 피어나고 있는 온갖 의혹과 추문들을 드라마틱하게 반전시키며 괴담 속 승자가 될 수 있는 평범한 진리이자 비법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 지은이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 팀 / 펴낸곳 소명출판사/2014년 6월 30일 / 값 3만 3000원)



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 팀 지음, 소명출판(2014)


태그:#귀신·요괴·이물의 비교문화론, #신이와 이단의 문화사 팀, #소명출판사, #문현선, #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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