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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31일 오전 12시 50분]

29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1호 법정에서 8번째로 증언에 나선 H학생(여, 기자 주 - 발언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4층 중앙 로비 상황을 증언했다. 그의 숙소는 4층 중앙 좌현 쪽인 B-22번방이었지만, 사고가 났을 때 그는 로비에 있는 키즈룸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키즈룸에 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곳은 4층 로비에서 가장 우측에 있었고, 갑판 쪽 출구와 가장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바로 나가기에는 거리가 꽤 됐다. 자칫 잘못하면 좌현 쪽으로 쭉 미끄러져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어떤 아저씨가 (갑판에서) 소방호스를 가져와서 던져주고, 그걸 옆에 있던 아저씨가 근처에 있던 기둥에 호스를 연결했다"며 "단단하게 당겨줘서 호스를 잡고 벽 타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종횡무진 뛰어다녔던 '파란바지 아저씨' 김동수씨였다.

H학생은 남학생들 숙소가 있던 선수 우측 복도에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로비 쪽으로) 나오면 중앙 계단 쪽으로 다 미끄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못 나올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H학생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파란바지 아저씨 덕분에 갑판으로 올라갔다"

[검찰 측 신문]

"사고가 났을 때는 친구들이랑 (4층 중앙 로비 우현에 있는) 키즈룸에서 놀고 있었다. 거기 안에 자판기가 있는데, 그게 소파 쪽으로 와서 저를 포함해 세 명이 같이 끼어있었다. 처음에는 자판기가 떨어질 것 같아서 못 나왔다. 해경이 왔다는 소리가 들리니까 계속 안에 있으면 안 구해줄 것 같아서 빠져 나왔다."

"구명조끼는 오른쪽 복도에 있는 애들이 건네줘서 입었다. 방송은 못 들었다. 탈출할 때 B-19번방(4층 우현 선수) 쪽에서 벽에 기댄 채 대기하는 애들을 봤다. 되게 많았다. 우리랑 같이 놀던 애들도 남자애 손을 잡고 그쪽으로 갔다. 거기 앞에 있던 서너 명만 나온 걸로 안다."

"(탈출경로를 묻자) 어떤 아저씨가 소방호스 가져와서 던져주고, 그걸 옆에 있던 아저씨가 근처에 있던 기둥에 호스 연결했다. 단단하게 당겨줘서 호스를 잡고 벽 타고 갈 수 있었다. (자신이 촬영한 김동수씨 사진을 보면서) 이 아저씨가 맞다. 나랑 친구 둘을 구해줬다. 그 뒤 헬기에 올라가서 동영상 찍었는데 그때가 10시 15분이었다."

"다친 곳은 별로 없지만 지금도 잘 때 가위에 눌리거나 잠깐 깨기도 한다. 선원들의 처벌을 원한다."

"애들이 다 미끄러져... 도움 없으면 못 나왔다"

28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들의 증인신문이 진행된 가운데 화상장치가 연결된 법정이 공개되고 있다.
▲ 세월호 생존 학생 증언 위한 법정 28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들의 증인신문이 진행된 가운데 화상장치가 연결된 법정이 공개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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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측 신문]

"안내방송으로 '10분 뒤에 헬긴가 온다'고 하는 걸 들었다. 누가 했는지는… 남잔지 여잔지도 잘 기억 못 한다."

"(재판장이 주변상황을 묻자) 다행히 중앙 계단에는 아무도 없어서 굴러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밑(중앙 로비 좌현 쪽)에 있던 남자애들이 다 미끄러졌다. 몇 번 방인지는 모르고 우현 쪽에 있던 애들은 레크리에이션방으로 미끄러지고, 중앙 쪽으로 미끄러진 애들은 남자애들 손을 잡고 B-19번방 쪽으로 갔다. 거기서 해경이 올 때까지 다 대기했다. 복도에 있는 친구들은 나오면 중앙 계단 쪽으로 다 미끄러져서 도움이 없으면 못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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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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