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일군 지 2년째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후죽순처럼 신축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어 작년에 텃밭을 가꿨던 사람들의 텃밭이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야산 밑 공터에 일군 우리가 만든 텃밭은 건재하답니다.
올 봄에도 이웃 사람들이 땅을 갈아엎고 씨를 뿌리고 할 즈음에 우리도 텃밭을 갈아엎고 거름을 좀 하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지요. 늘 하던 대로 손쉬운 상추와 파, 들깨, 호박씨 등을 심고 고추모종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방울토마토 대신에 알이 굵은 토마토를 먹고 싶어서 토마토 모종도 하고 옥수수씨도 심고 쑥갓, 치커리씨도 심었지요. 늦봄까지 돋나물도 먹었습니다.
심은 지 얼마 지나고부터 상추랑 쑥갓이랑 치커리랑 자주 밥상 위에 올렸고, 고추도 좀 커지면서부터 상추랑 쑥갓이랑 깻잎이랑 치커리랑 함께 상 위에 버젓이 올라왔습니다. 볼품없는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푸성귀들이 참 신기하고 기특하기만 합니다.
수확을 해 와서 밥상에 올릴 때마다 신기해하며 감사합니다. 심은 대로 뿌린 대로 잘도 자라주어 기특합니다. 식구가 많지 않으니 이 작은 텃밭에서 올라오는 푸성귀들을 가까운 사람들과 조금씩이라도 나눠 먹는 즐거움도 있어 좋습니다.
봄에 땅을 일굴 때 함께 나갔다가 막상 씨앗을 심는 날엔 남편 혼자 나갔는데 씨앗을 한 골 한 골 가지런히 안 심고 마구 섞어 뿌리고 심어서 우리 텃밭은 그야말로 무질서합니다. 그래도 기특하게 서로 서로 공존하면서 저희들끼리 잘도 자라네요. 봄에는 날이 가물어서 자주 자전거를 타고 나가 물을 주어야 했지요. 주로 남편이 가서 물을 주고 풀을 뽑았답니다. 마치 자식 키우듯이. 나는 가끔 나가 수확을 해옵니다.
며칠 전에는 모처럼 등산도 안 가고 집에 있는 날이라 남편이랑 함께 텃밭에 나갔습니다. 자전거 타고 약 15분 거리. 며칠 동안 장마 비가 자주 와서인지 텃밭은 푸성귀들이 푸릇푸릇 많이 자랐더군요.
옥수수 대도 더 키가 커지고 제법 옥수수가 여럿 달렸고요. 참 기특하기도 합니다. 남편은 며칠 동안 자란 풀을 뽑고 나는 우리가 먹고 또 나누어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깻잎을 따고 고추를 따고 상추와 대파, 치커리도 땄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빨갛게 익은 토마토도 몇 개 땄지요. 제법 먹을 만한 호박도 하나 땄습니다. 올 때마다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이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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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텃밭 가꾸기 토마토도 발갛게 잘 익었죠?! 매번 텃밭에 갈 때마다 이렇게 잘 익은 토마토가 기다립니다~ |
| ⓒ 이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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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텃밭 가꾸기... 호박넝쿨엔 호박이 올망졸망... 그 중에 제법 알이 굵은 호박입니다~ |
| ⓒ 이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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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나중에야 기대하며 바라보던 옥수수를 땄습니다. 껍질에 감싸인 옥수수가 제법 두툼한 걸 보니 알이 좀 찼나봅니다. 어려서 농사는 지어보진 않았지만 농사하는 걸 눈으로 보고 자랐으니 눈으로 보아도 옥수수 알이 찼는지 안 찼는지 대충 알 수 있답니다. 제법 알통이 배긴 옥수수를 우지직 따서 겹겹이 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보았습니다. 껍질을 벗기고 보니 알알이 야물게 자란 옥수수 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더군요.
기특하고 장합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토록 잘 자라다니. 그것도 알알이 열어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하니 참 장합니다. 알알이 꽉 찬 옥수수 하나가 마음을 뿌듯하게 감동시켰습니다. 옥수수는 충실하게 알을 꽉꽉 채우고 있었지요. 잘 익었다 싶은 옥수수 몇 개를 땄답니다. 옥수수 첫 수확입니다. 아직 어린 옥수수는 또 햇볕과 바람과 비를 맞으며 알알이 영글어 가도록 지켜봐야겠습니다.
수확한 푸성귀들을 봉지봉지 담아서 자전거 두 바퀴 저어 집으로 왔습니다. 첫 수확한 옥수수를 압력솥에 넣고 삶았습니다. 집 안 가득 옥수수 냄새가 퍼지고 압력밥솥이 쉭쉭 김을 내뿜으며 돌아갔지요. 불을 끄고 뜸을 들였다가 잘 익은 옥수수를 꺼냈습니다. 뜨끈뜨끈하고 노랗게 익은 옥수수를 접시에 담아 마주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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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텃밭 가꾸기... 수확해 온 옥수수를 몇 개 삶았습니다. 어쩜 이렇게 알차게도 영글었는지... 이 작은 것들에게서 배웁니다. |
| ⓒ 이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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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아 옥수수 먹는 시간. 소박하고 충일한 행복. 우리는 하모니카를 불 듯 옥수수를 먹으면서 연신 참 좋다. 참 맛있다 즐거운 소리를 냈습니다. 작은 것이 큰 기쁨이 되는 일상속의 충일함을 얼마나 맛보며 사는지.
어릴 적부터 먹었던 옥수수는 한번도 질리지도 않네요. 매년 이맘 때쯤이면 옥수수가 생각나거든요. 추억의 음식 중 하나이지요. 이 옥수수에는 생각보다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는군요. 옥수수는 비타민 B1과 섬유질, 엽산 등이 풍부하답니다.
옥수수는 또 수확해서 바로 가공해 먹어야 단맛이 살아있답니다. 옥수수는 버릴 게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옥수수 수염은 잘 건조해 뒀다가 옥수수 수염차로 끓여먹으면 좋고(신장 방광에 좋답니다), 옥수수를 삶아 먹은 후 남는 속대는 약한 불에 끓여서 가글하면 잇몸 건강과 치통에 효험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옥수수에 듬뿍 들어있는 영양은 이외에도 많다고 합니다.
한 여름에 입맛 없을 때 옥수수를 삶아 먹고 밥해 먹고 부침개 해 먹고… 후훗. 한번 해 보세요. 우리 텃밭에서 통실통실한 여름 햇볕 받아가며 잘 자라고 있는 옥수수가 또 며칠 지나면 살이 올라있겠지요. 옥수수를 얻어 먹는 것도 좋고 사서 먹는 것도 좋지만, 직접 키워서 먹는 기쁨엔 비할 바가 못되지요. 이 기특한 것들이 있어 일상 속에 소박한 기쁨이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