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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혼돈의 도시> 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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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고 늙어가기 마련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만, 곁에서 보기에 그렇게 기분 좋은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

소설 속의 인물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주인공 해리 보슈도 점점 늙어 간다.

해리 보슈는 1992년에 첫 작품 <블랙 에코>에서 마흔 살의 나이로 데뷔한다. 그리고 2006년에 발표된 13번째 작품 <혼돈의 도시>에서는 어느새 나이를 먹어서 쉰여섯 살이 되어 있다.

해리 보슈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그리고 그 나이가 될 때까지 거리를 뛰어다니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주먹다짐을 할거라고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쳇말로 내일 모레 예순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주먹질을 하며 싸움을 한다? 이런 인생을 사는 것도 쉽지는 않다.

LA의 야경을 바라보며 죽은 피해자

<혼돈의 도시>에서도 해리 보슈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작품의 무대는 LA, 보슈는 LA 경찰청 특수살인전담반 소속이다. 전 작품인 <에코 파크>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파트너가 바뀐 보슈는 한밤 중에 호출을 받는다.

LA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에서 총살 당한 시체가 발견된 것. 정황을 보건데 피해자는 무릎을 꿇은 채로 뒤통수에 두발의 총알을 맞았다. 마치 처형된 것처럼. 피해자의 신원은 의학물리학자이며, 그에게는 일반인들에게 제한된 방사능 물질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다.

문제는 그 방사능 물질이 테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보슈는 피해자가 죽기 전에,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세슘캡슐을 모두 가지고 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슘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유명해진 물질이다. 이 세슘으로 사제폭탄을 만들면, 그래서 그것을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터뜨리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방사능 물질이 그 장소에 남기는 후유증도 심각하다.

이제 사건은 단순 살인이 아니라 대형 테러로 바뀐다. FBI 역시 현장에 출동하고 보슈는 당연히 FBI와 마찰을 빚는다. FBI는 사라진 세슘의 행방을 우선적으로 추적하지만, 보슈는 그것보다도 살인자를 우선 찾아내려고 한다. 보슈는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처럼 보이는 이 살인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새로운 파트너와의 갈등도 함께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해리 보슈

범죄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독특한 인물들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면 은퇴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해리 보슈는 그렇지 못하다. 혼자 살고 있는 보슈는 한 차례 이혼했고, 딸이 하나 있지만 함께 살고 있지는 않다. 만나거나 전화하는 것도 힘들 정도다.

그래서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었지만 해리 보슈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을 꺼린다. 자신의 수사를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거침없이 완력을 사용해서 제압한다. 젊은 사람도 완력으로 보슈를 당하지 못한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그의 파트너도 당황할 정도다. 보슈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기에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미국 경찰의 정년이 몇 살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작가 마이클 코넬리가 해리 보슈가 몇 살이 되도록 거리를 뛰어다니게 할지도 궁금하다. 해리 보슈의 모습을 보건데 그는 아마 60살이 넘더라도 자신의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절대 타협하지 않고 경찰국내의 정치에는 젬병이고 상관에게도 대드는 그 스타일.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해리 보슈도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사람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해리 보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혼돈의 도시>(마이클 코넬리 지음 / 한정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혼돈의 도시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2015)


태그:#혼돈의 도시, #해리 보슈, #마이클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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