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이 12승 고지에 오르며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최다승을 향하여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류현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T & T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안타(1홈런)와 1볼넷을 내주고 3실점하며 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4-3으로 앞서며 승리조건을 갖춘 7회 말 수비 때 J.P 하웰과 교체됐고, 후속 투수들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동료인 잭 그레인키, 클레이턴 커쇼와 나란히 12승(5패) 고지에 합류했다. 13승의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에 이어 현재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2위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39에서 3.44로 조금 올라갔지만  삼진은 7개를 추가하며 지난해(147개)에 이어 2년 연속 세자릿수 탈삼진(105개)고지에 등극했다.

상대가 앙숙으로 꼽히는 지구라이벌 샌프란시스코였고, 잭 그레인키-클레이튼 커쇼-류현진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을 총동원한 총력전에서 앞선 동료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스윕을 완성한게 돋보였다. 투구내용상 7이닝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그레인키(26일. 8-1 승) 9이닝 2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둔 커쇼(27일. 5-0)에는 다소 못미쳤지만 승리의 주역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1-3선발이 모두 12승을 따낸 것은 LA 다저스가 유일하다. 세 투수 합계 36승도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후반기들어 4-5선발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다저스이기에 선발 트리플 펀치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지난해 커쇼-그레인키-류현진 트리오는 45승을 합작했다. 1-3선발만 놓고보면 세인트루이스(49승)-디트로이트(48승)에 이어 리그 3위였지만 평균자책점은 2.46으로 1위였다. 올해는 지난 시즌의 기록마저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 투수의 페이스를 감안할 때 50승 이상을 충분히 합작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커쇼, 그레인키 등 최고의 투수들과 함께 하는 축복

빅리그 2년차에 불과한 류현진이 어느덧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선발투수로 자리잡는데는 본인의 노력과 기량도 있지만, 주변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일찌감치 약관의 나이에 최고라는 평가에 익숙했던 류현진은, 한화에서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 등 한국의 투수 레전드들과 함께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첫 데뷔부터 커쇼나 그레인키같이 사이영상 경력에 빛나는 이 시대 최고의 투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류현진은 커쇼나 그레인키에 비해서는 아직 다소 낮은 평가를 받는 투수다. 한편 그렇기에 부담을 덜고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경기에 나가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 뿐아니라, 동료들의 피칭과 구종을 보면서도 보고 배우는 것은 많다. 선의의 경쟁이 류현진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최근 류현진의 호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목할만한 변화는 슬라이더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동안 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으로 알려졌지만 샌프란시스코전을 비롯하여 최근 3경기에서는 승부처마다 슬라이더의 구사빈도가 늘어났고 효율성도 좋았다. 최근 류현진에게 슬라이더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커쇼다.

샌프란시스코전에서 고속 슬라이더로 타자를 현혹한 뒤 바깥쪽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거는 류현진의 투구패턴은 커쇼의 전매특허를 연상시켰다. 현지 중계역시 전날 완봉승을 거둔 커쇼의 투구와 류현진을 비교하면서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구력과 구위는 아직 커쇼에 미치지 못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뛰어난 팀동료을 가까이 두면서 얻을 수 있는 상부상조의 전형적인 효과다. 물론 그만큼 비교적 짧은 기간에 새로운 구종을 자신만의 무기로 흡수한 류현진의 탁월한 자질도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류현진은 강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힘보다 기교로 승부하는 컨트롤 투수로 거듭나고있다. 류현진의 주무기로 거론되는 체인지업 역시 한화 시절 구대성에게 전수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기존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에서 간파당하기 전에 새로운 무기를 추가하려는 류현진의 노력이 슬라이더의 장착이다. 주변에 배울점이 있는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커쇼-그레인키와 내셔널리그 다승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있는 류현진은, 내친김에 아시아 투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에도 도전장을 던질만하다. 한국인 투수의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은 2000년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기록한 18승이고, 대만 출신 왕첸밍(34·시카고 화이트삭스)이 2006년 뉴욕 양키스에서 19승을 거두며 박찬호를 넘어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시즌 20번째 등판만에 12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 시즌 7월까지 20경기에 나와서 9승에 그친 것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다. 지난 시즌 12승에 이른 것은 8월 14일로 올 시즌보다 17일이 늦다. 다저스가 57경기를 남겨둔 현재 로테이션상 류현진은 앞으로 약 10경기 내외의 등판기회가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으로 5~7승 정도를 추가한다고 했을 때 박찬호와 왕첸밍의 기록에 근접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운이 따라준다면 아시아 투수 최초의 20승 도전과, 내셔널리그 다승왕 등극도 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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