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를 발표하고 있다.

류중일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이 공개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는 2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어 최종 엔트리를 확정 발표했다.

팬들과 언론의 보편적 예상에 비해서는 이변의 폭이 다소 컸다. 단기전과 국제대회에 걸맞은 최적의 선수구성과 포지션별 안배, 감독의 성향 등을 두루 고려하여 최종 명단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부 선수들의 발탁과 탈락을 둘러싼 애매한 기준으로 인하여 한동안 갑론을박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력 위주'와 '병역 미필'의 상관관계는?

첫 번째 쟁점은 역시 군미필자들의 대거 합류다. 류중일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당초 병역혜택 여부보다는 우승을 목표로 철저히 실력 위주의 선수선발을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최종 명단을 보면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인 홍성무를 비롯하여 차우찬·한현희·유원상·이재학·이태양(이상 투수) 김민성·오재원·황재균·김상수·나성범·손아섭·나지완(이상 야수) 등 전체 엔트리 24인 중 무려 13명이 미필자에 해당된다. 2차 엔트리 37명 중 최종 엔트리에 탈락한 미필자 선수는 김태군(NC)과 윤명준(두산), 단 2명뿐이다.

이는 '드림팀' 1기가 출범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미필자의 비중이 높은 대표팀이다. 1998년 당시는 프로 선수 12인과 아마 10인등 총 22인 전원이 미필자로 구성되었으나 당시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하여 호화전력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압도적인 전력차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14명의 미필자 선수가 합류했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은 병역혜택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케이스다. 팀별 안배와 병역혜택에만 치우쳐 최적의 선수구성에 실패한데다, 국제대회 경험부족과 자만심까지 겹치며 한 수 아래로 꼽히던 대만과 일본 사회인야구팀에 참패하는 등 동메달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한국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상의 전력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미필자는 10명으로 줄었고 그 안에는 메이저리거 추신수을 비롯하여 강정호, 최정, 양현종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력으로도 충분히 나무랄 데 없는 구성이었다.

미필자 선수들의 합류로 기대되는 것은 역시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다. 반면 단점은 경험부족이다. 김태균, 정근우, 이진영 등 각 포지션에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빠졌다. 오히려 임창용과 강민호처럼 경험은 풍부하지만 최근 리그에서도 딱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선수들이 '베테랑'이라는 명분으로 포함되는 등 선수선발의 일관성에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마운드 구성, 대표팀 최종 명단에 어떤 영향 미쳤나

최종 명단 구성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투수자원을 11명으로 선발했다는 점이다. 단기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마운드 보강에 주력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포수와 야수진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 측면이 있다.

김광현(SK)-양현종(KIA)이 원투펀치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태양(한화), 이재학(NC), 아마추어 홍성무(동의대)도 선발자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검증된 우완선발 자원인 윤성환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이태양과 이재학을 선택한 것은 최상의 선수선발이라는 명분에서 볼 때 평가가 엇갈린다. 류중일 감독은 이태양과 이재학이 유사시 중간계투도 가능한 롱릴리프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펜은 안지만·차우찬·임창용(삼성), 유원상(LG) 한현희(넥센)가 계투요원으로, 마무리로는 좌완 봉중근(LG)와 우완 언더핸드 임창용(삼성)이 상대 타자에 따라 더블 스토퍼로 기용될 전망이다. 아시안게임이 최대 6경기 내외를 치르는 단기전임을 고려하여 불펜보강에 더 무게를 둔 모습이다.

몇몇 투수들의 기용은 자격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임창용은 2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지만 블론세이브도 6개로 리그 1위다. 차우찬도 7월 이후 자책점이 무려 7.84에 이른다. 최종 명단 최대의 이변으로 꼽히는 유원상은 구위 자체는 좋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력으로 끊임없이 엇갈린 평가를 받는 투수다.

류중일 감독은 불펜투수 중 자신이 능력과 활용법을  가장 잘 아는 소속팀 선수들에게 좀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유원상은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슬라이더의 구위를 감안하여 허리진의 '스폐셜리스트'로 낙점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력? 경험? 멀티?' 오락가락 선발기준에 대한 의문

포수 자원에서는 강민호(롯데)와 이재원(SK)이 들어가고, 양의지(두산)가 탈락한 것도 이변이다. 슬럼프에 허덕이는 강민호는 올해 대표팀 포수자원 중 개인성적은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안정감이 요구되는 포수 자리에 국제대회 경험이 가장 풍부한 강민호를 결국 주전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명이 대타나 대주자 요원이라고 했을 때 류 감독은 양의지의 포수 능력보다는, 타격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전문대타요원 경험도 풍부한 이재원의 공격력을 선택했다.

내야진은 이미 2차 엔트리 때부터 개인성적이 뛰어난 안치홍(KIA)의 탈락 등으로 유난히 논란을 자아냈던 자리다. 박병호·강정호·김민성(넥센)과 오재원(두산), 황재균(롯데), 김상수(삼성)가 선발됐다. 반면 김태균-정근우(한화) 등 경험 많은 베테랑이 제외되고, 개인성적이 빼어난 3루수 박석민(삼성)과 2루수 서건창(넥센)도 탈락했다.

류 감독은 내야 포지션에 관해서는 유난히 멀티 소화능력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오재원이 중용되고 2루수 전문인 안치홍과 서건창이 탈락한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대표팀에서 종종 유격수도 소화한 경험이 있는 정근우의 탈락이나, 오히려 유격수 전문에 가까운 김상수의 발탁은 일관성이 부족해 보이는 면도 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서건창의 탈락은 뛰어난 개인성적 뿐 아니라 테이블세터진에서 다양한 전술적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서건창-안치홍과 비교대상에 오르내리며 유난히 많은 비난을 받고있는 김상수의 경우, 공격형 유격수인 강정호가 주전으로 유력한 가운데, 김상수는 백업멤버로 빠른 발을 활용한 대주자나 대수비에서의 활용도를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외야는 비교적 논란에서 자유롭다. 김현수·민병헌(두산), 나성범(NC), 손아섭(롯데), 나지완(KIA) 등 5명이 대표팀에 승선했다. 부상 여파로 탈락한 김주찬(KIA)을 제외하면 그외에는 대체로 실력과 포지션 안배 모두에서 크게 이견이 없을 만한 선택이다. 외야 백업이 예상되는 나지완이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떨어지는 게 걸리지만 외야진에 부족한 우타거포로서의 희소성을 인정받았다. 류중일 감독은 대체로 야수진 구성은 경험보다는 공격력 강화에 더 방점을 찍은 것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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