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대체 : 30일 오후 11시 40분]

단원고 생존자 중에서 28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1호 법정 증인석에 앉아 네 번째 순서로 증언한 D학생(여, 기자 주 - 발언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은 친구와 함께 입장했다. 재판장은 학생들이 원할 경우 친구나 부모, 또는 교사의 동석을 허가했다.

D학생은 지금도 배 안에 있던 상황 꿈을 꾼다고 했다. 그는 증언 도중에 여러번 눈물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공통적으로 "선원들을 엄벌에 처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물었고, 대부분 학생들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D학생은 달랐다. 똑같은 질문을 그에게 했을 때,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런 것보다는 왜 친구들이 그렇게 돼야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어요."

이 대답을 하면서 그는 옆에 같이 앉은 친구의 손을 꼭 잡았다.

다음은 D학생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가끔 배 안에 있는 상황 꿈을 꾼다"

28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
▲ 세월호 참사 증언한 단원고 생존학생들 28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검찰 측 신문]

"배가 기울기 직전까지는 그냥 (평소와) 똑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오전 8시~8시30분 쯤 밥을 먹었다. (제주도에 도착하려면) 좀 더 가야한다고 해서 누워서 자려고 할 때 배가 기울었다. 우리 SP-1번 방(좌현)쪽으로. 창문 밖으로 컨테이너가 떠다니는 모습은 못 봤다. 쿵하거나 쇠가 긁히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사고가 난 다음에 지금 있는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계속 나왔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다가 좀 지나고 나선 '구명조끼 착용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나중엔 '주변에 잡을 수 있는 것, 안전바 같은 걸 잡고 기다리라'고 했다."

"구명조끼 입으라는 방송이 나오기 전에 몇몇 애들은 입고 있었다. 나는 가지고만 있다가 입으라는 방송이 나올 때 입었다. 친구들도 다 입거나 혹은 갖고 있었다. 배가 기울어질 때 침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기울었을 때는 캐비닛이 안 무너졌으니까 그걸 잡고 밟으면서 올라올 수 있었다. 원래 내가 한 번 창문가 쪽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물결이 바로 앞에 있는 게 보여서 캐비닛이랑 (이것저것) 잡고 출입문 바로 앞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왜 바로 탈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방송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그때 이미 한 번 움직였지 않나. 그래서 거기 있었다. 무서웠던 것 같다. 그 큰 배가 그럴 일은 없지만, 내가 또 다시 움직이면 더 기울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내가 움직이면 배가 더 기울어질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관련사진보기



"계속 가만히 있는데 물이 들어왔다. 애들이 얘기해줘서 조금씩 조금씩 들어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확 들어오면서 캐비닛이 무너지고 물이 턱까지 차올랐다. 근데 배가 기울었으니까 출입문이 내 기준으로 위에 있어서 나갈 수가 없더라.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데다 밑에서 친구들이 받쳐줘서 나왔다. 방에서 내가 제일 먼저 나왔다."

"처음에는 손이 (문 쪽에) 안 닿았다. 물이 방에 반밖에 안 차서. 그런데 점점 물이 들어오고 애들이 서로 이름 부르면서 괜찮냐고 소리 지르면서 나왔다. 물이 더 들어와서 문까지 (손이) 닿았을 때 밑에서 애들이 받쳐줬다. 다 같이 물에 빠져 있는데 내가 조금 더 위쪽이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다리를 움직이긴 힘들었고 얼굴까지는 (수면 위로) 나와 있던 상황이었다."

"내가 먼저 나왔으니까. 밑에 애들이 많았다. 위에서 안 잡아주면 나오기 힘들었다. 내가 위에서 (친구들을) 잡아줬고 한 명 한 명씩 나왔다. 그때 선원이나 해경이 와서 도와준 적은 없다."

"복도에 많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쭉 한 줄로 서 있었다. 처음에는 배 안쪽(선수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내가 비상구 쪽에 있었는데, 안쪽에서 친구들이 내 쪽으로 가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 보니까 비상구도 열려있고 애들이 나가고 있어서 저도 그쪽으로 나갔다."

"(선미 비상구 쪽에 해경이 온 모습을 봤냐는 질문에) 나는 해경은 못 봤고 어민 분들이 도와주셔서 어선에 탔다. 구조된 다음에 배를 한 번 옮겨 탔다. 구조선? 친구들한테 그렇게 들었다."

"처음에 조금씩 물이 들어올 때도 계속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다. 나중에 물이 확 들어왔을 때는 방송이 끊겼던 것 같다. 선원들을 믿고 방송에 따랐다. 그런데 (선원들은 결국 오지 않았다는 말에)…(눈가를 손등으로 훔치며)네."

"탈출할 때 다리에 멍이 들고 부었다. 캐비닛에 못 같은 게 있었는데 긁힌 건지 찍힌 건지… (울먹이며 또 한 번 눈가를 훔침). 그냥 가끔 친구들 생각,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나고, 꿈같은 것을 꾼다. 배 안에 있던 상황을…."

"(선원들이 엄벌에 처해지길 원하냐고 묻자) 그런 것보다는 왜 친구들이 그렇게 돼야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말하면서 친구 손을 잡음)."

"선원들을 믿고 기다렸나"... "네"

[변호인 측 신문]

"(배가 기운 속도를 묻자) 처음엔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울다가 배의 시동이 꺼지고 나서부턴 급격히 기울었다. 급격히 기운 건 탈출하기 얼마 전부터…한 20분 전쯤?"

"'10분 후에 구조대가 온다, 5분 후에 구조대가 온다'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몇 분 후에 헬기가 도착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 배가 오고 다 구출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헬기랑 구명보트랑 오고 있다'는 방송도 나왔다. 처음에는 헬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해경 얘기도 나오고, 구명보트 얘기도 나왔던 것 같다."

"처음에 방안에 조금씩 물이 들어왔던 것도 바닷물이었다."

"구조대가 도착했다는 방송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못 들었다. 그냥 '(구조대가) 오고 있다, 도착 예정이다'라는 방송은 들었다. 또 구조대가 온 건 보지 못했다. 헬기 온 걸 느낀 것은 소리는 못 들었지만 바다에 물결 같은 게 생겨서 헬기 도착을 알았다. 그때에도 계속 대기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으니 대기하라'는 내용은 못 들었다."

[관련 기사]

[생존 학생 증언①] "비상구 문 열어준 사람은 해경이 아니라 친구였다"
[생존 학생 증언③] "파란바지 아저씨가 나를 끌어올렸다"
[생존 학생 증언④] "애들도 '가만히 있으라잖아' 하면서 대기했다"
[생존 학생 증언⑤] "4월 16일 9시 58분, 창문 밖은 바다 속이었다"
[생존 학생 증언⑥] "선원들 엄벌에 처하길 원하는가" - "네"
[생존 학생 증언⑦]"박지영 언니가 복도에서 로비로 훅 떨어졌다"
[생존 학생 증언⑧]"지금도 잠잘 때 가위에 눌린다"
[생존 학생 증언⑨]"올라가 헬기 타겠다고 손 들고 나왔다"
[생존 학생 증언⑩]"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증인석에서 터진 울음
[생존 학생 증언⑪] '4층의 영웅' 남학생의 일갈 "선원들 1600년형도 부족하다"
[생존 학생 증언⑫] 물살과 사투를 벌인 끝에 살아남다
[생존 학생 증언⑬] "사고 후, 가만히 있어도 내가 90도로 휘는 것처럼 느껴"
[생존 학생 증언⑭] "나는 친구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으니까..."
[생존 학생 증언⑮] 끝내 터진 울음 "방송만 제대로 했다면, 많이 살았다"
[생존 학생 증언16] 꾹꾹 참아온 한 마디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인가"
[생존 학생 증언17] "머리 감다가 물이 쏟아질 때, 숨이 턱 막혔다"
[생존 학생 증언18] "좌현 갑판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가만히 있었다"
[생존 학생 증언19] "물이 차올라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생존 학생 증언20] "박지영 누나말고는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생존 학생 증언21] "선원들, 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 가졌으면"
[생존 학생 증언22] "탈출하다가 두 번이나 빨려들어갈 뻔했다"


태그:#세월호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