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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균씨는 은신을 하며 가끔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검거되기 하루 전인 24일 저녁에도 치킨을 시켜먹었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뒤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유대균씨의 경호원 박수경씨가 사실은 겁이 많은 성격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와 그의 수행원 박씨에 대한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황당한' 단독 보도들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관련 인물을 두고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만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인물의 개인사를 과도하게 왜곡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7월 27일자 채널A 화면 갈무리
 7월 27일자 채널A 화면 갈무리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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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는 28일 <굿모닝A>에서 "통 큰 유대균…한 번에 100인 분씩 베풀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유씨가 평소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들의 가게를 찾아가 한번에 100인분을 주문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내용을 취재한 기자는 이같은 사례를 두고 "특유의 재력과 호탕한 성격으로 자기 사람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7일 저녁뉴스에서도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전했다. 유씨가 은신을 하며 가끔 치킨을 시켜먹었는데, 그때마다 소심한 목소리로 주문하고 문도 잘 열어주지 않았으며 계산은 무조건 현금으로 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일가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TV조선 역시 같은 날 주말뉴스에서 "박수경은 사실 겁쟁이"라는 제목에 '단독'이라는 이름을 붙여 방송했다. 경찰에 체포됐을 때 당당한 모습을 보인 박씨가 사실은 겁이 많은 성격인 것으로 전해진다는 내용이다.

근거 없이 '유대균-박수경 열애설' 조장 

7월 27일자 TV조선 화면 갈무리
 7월 27일자 TV조선 화면 갈무리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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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두 방송사는 아무 근거 없이 박씨와 유씨가 연인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가기도 했다. TV조선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황금펀치>는 지난 26일 "유대균과 연인 관계일 경우, 박수경에 대한 처벌은?"이라는 주제로 박상용 변호사와 스튜디오에서 대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이 연인관계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임의대로 설정해놓고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변호사는 "두 사람이 연인이면 박씨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널A도 같은 날 "유대균, 박수경 좁은 방에서 단 둘…석 달 동안 뭐했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유대균씨와 박수경씨는 비좁은 단칸 오피스텔에서 석달 가까이 함께 지냈다"고 전했다.

두 방송사가 인권보도준칙을 무시한 채 유씨와 박씨의 얼굴을 공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1년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 2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용의자나 피의자, 피고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TV조선과 채널A는 박씨의 검거 장면뿐만 아니라 과거 태권도 심판으로 활동했던 박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까지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박씨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방송에 그대로 노출시켰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소한 내용에 단독이라는 단어를 붙이거나 피의자의 얼굴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종편의 행태는 '쓰레기 언론'의 심각한 현재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윤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TV조선, #채널A, #유대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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