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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 요즘 이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싶다. 더 큰 행운과 이벤트가 있는 날을 꿈꾸는 것이 미안한 세상이다. 눈뜨고 허둥대며 탄식만 하는 어른들 앞에서 세월호안의 아이들이 죽어갔다. 비행기 사고로 많은 이들이 공중에서 죽어간다. 여행을 떠났던 버스가 절벽에서 구르고, 기차도 제동력을 잃었다. 사고지만 인재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도 사고로 한 아이가 죽는다. 아이는 자신의 생일날 받을 선물을 생각하며 들떠서 앞을 보지 않고 걷다가 인도 연석에 발을 헛디뎠고 곧바로 차에 치여 쓰러진다.

사고를 낸 어른은 멀찍이서 아이를 쳐다보다가 아이가 일어나자 도망쳐버린다. 부모는 발만 동동 구르고 무기력하게 병상에 누워있는 아이 옆을 지킨다. 의사는 온갖 검사를 하며 아이는 괜찮다고 호언장담을 하다 아이를 살릴 기회를 놓친다.

빵장수는 주문해 놓은 생일 케이크를 안 찾아가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는 부모들에게 화가 나 전화로 괴롭힌다. 어른들 누구 하나 아이의 상태를 예상치 못했다. 아이는 죽었다.

총체적으로 인간의 나약함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드러나는 나약함과 같다. 하지만 이 책이 현실과 다른 게 있다. 어른들이 잘못을 깨닫고, 서로 사과하며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준다는 것이다. 나약함 가운데 인간성이 살아있다. 나 혼자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는 현실과 다르다.

따뜻한 롤빵이 필요한 날이다.
 따뜻한 롤빵이 필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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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슬프게도 인간은 나약하다. 이기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는 가운데 수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부모 마음은 아이를 살려내라고 소리지르고 악을 쓰며 세상 끝까지 소리치고 싶지만,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잘못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참회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용서를 빌어야 한다. 빵장수의 따뜻한 롤빵이 아이의 부모에게 도움이 되었듯이 말이다. 그리고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도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도로 위엔 쉼 없이 차들이 달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위로받는 소리, 살아있는 인간성의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법을 들이대며 손과 발과 입을 묶어버리지 말고, 법대로 하겠다고 귀를 막아버리고 돈으로 담을 쌓지 말고, 법이 생기기 까마득한 이전부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양심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따뜻한 롤빵이 필요한 날이다.


태그:#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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