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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8일, 삼평리 할매들이 레미콘 공사차 진입을 막고 있다.
 7월 28일, 삼평리 할매들이 레미콘 공사차 진입을 막고 있다. 이날 삼평리 이차연 할머니는 경찰에게 들려나온 후 병원으로 응급후송됐다.
ⓒ 청도345kV 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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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23번 송전탑 공사현장. 이 순간에도 70~80세가 넘은 할매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지난 21일부터 8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21일 오전 5시, 한국전력(아래 한전)이 경찰을 앞세워 기습적으로 공사를 재개한 이후, 주민들은 밤낮없이 공사현장을 지키고 있다. 공사 자재 반입을 막는 과정에서 주민과 활동가 16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6월 11일 밀양에서 벌어진 한전과 경찰의 폭력이 삼평리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보기).

주민들은 23번 송전탑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지난 3년간 매일 밤 불침번을 서며 현장을 지켜왔다.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시작해 밀양을 지나 창녕변전소로 이어지는 765kV 송전선은 345kV로 분기해 청도군을 통과한다.

평균 70~80미터 높이의 송전탑이 각북면에만 19기가 들어서고, 삼평리 마을을 포위하듯 7기가 지나간다. 특히 22번과 23번 송전선은 마을과 농토를 가로지른다. 주민들은 마을을 관통하는 구간만이라도 지중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은 비용을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전력자립도 광주 1.7%, 인천 337.2%

지역별전력자립도 인천은 가장 높은 337.2%이고, 광주는 1.7%로 가장 낮다. 인천, 충남, 경남은 화력발전소가 밀집해있고, 부산, 전남, 경북은 핵발전소가 밀집해있다.(지역에너지통계연보, 2012 재구성)
▲ 지역별전력자립도 인천은 가장 높은 337.2%이고, 광주는 1.7%로 가장 낮다. 인천, 충남, 경남은 화력발전소가 밀집해있고, 부산, 전남, 경북은 핵발전소가 밀집해있다.(지역에너지통계연보, 2012 재구성)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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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청도 송전탑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도시에서 소비하는 전기 때문에 송전탑 주변 주민들이 너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대형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의해 앞으로 더 많은 765kV, 345kV 송전탑이 건설될 것이고, 더 많은 밀양과 청도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온 국토가 송전탑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송전탑 대란'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발전소는 해안가에 밀집해 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지역에 전력생산 시설이 집중돼 있다. 2012년 기준 지역별 전력자립도를 살펴보면 광주(1.7%)에서 인천(337.2%)까지 자립도에 큰 차이가 난다. 이러한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기존 23기 핵발전소에 11기를 추가로 짓고, 7GW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에는 기존 고리 1~4호기, 신고리 1, 2호기에 더해 총 6기의 핵발전소를 추가 건설해 모두 12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의 전력자립도는 더 높아지고,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과정에서 밀양과 청도가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전력자립도가 가장 높은 인천에는 영흥석탄화력발전 7, 8호기(1740㎿)가 들어선다. 전력자립도 156.7%인 경상북도에는 신월성 2호기, 신울진 1~4호기, 거기에 영덕까지 핵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역별 전력자립도 격차는 더 커지고,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송전탑을 더 많이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전력자립도가 높은 지역에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계속되는 765kV 초고압 송전망 건설계획

765kV 초고압 송전망 건설 현황 신울진-북경기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며, 삼척과 영덕 신규 핵발전 건설시 765kV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송전탑 대란이 발생한다.
▲ 765kV 초고압 송전망 건설 현황 신울진-북경기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며, 삼척과 영덕 신규 핵발전 건설시 765kV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송전탑 대란이 발생한다.
ⓒ 석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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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이미 신울진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신울진-강원-북경기765kV 송전탑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송전탑 길이만 260km에 달한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일대가 잠재적인 갈등 지역이 된다. 지난 8일, 한전은 '765㎸ 신경기변전소 및 관련 송전선로 건설사업' 입지선정위원회 6차 회의에서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여주시 금사면·산북면, 광주시 곤지암, 이천시 마장면 등 다섯 곳을 신경기변전소 예비후보지로 발표했다.

이에 예비후보지로 지정된 지역 주민들이 불같이 일어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변전소 건설은 송전탑 건설과 직결된다. 뿐만 아니다. 정부가 올해 말 삼척과 영덕에 신규핵발전소 건설 기수를 확정하면, 그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765kV 송전탑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삼척과 영덕에서 신규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40% 가까이를 소비한다. 해안가에 위치한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역주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수도권의 수요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경기도다. 인천은 이미 많은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돼 있고, 전력자립도도 매우 높다. 인천 시민들도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해 미세먼지와 지역 경관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높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시행하면서 전력소비량을 줄이고 있다. 박 시장은 곧 '원전 하나 줄이기' 2단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전력자립도를 2020년까지 20%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지역별 전력소비 증가 추이 경기도가 가장 빠른 전력소비증가율을 보이고 있다.(지역에너지 통계연보. 2011)
▲ 지역별 전력소비 증가 추이 경기도가 가장 빠른 전력소비증가율을 보이고 있다.(지역에너지 통계연보. 2011)
ⓒ 석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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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의 원인이 되는 지역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 경기도의 전력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늘어나는 전력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신울진, 삼척, 영덕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해 변전소와 송전탑이 건설될 부지도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신경기변전소 예정부지인 여주시, 광주시, 이천시가 모두 경기도에 있다. 변전소와 송전탑 건설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임기 내 '뜨거운' 쟁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남경필 도지사가 경기도 내 전력수요 관리 정책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밀양과 청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인 것이다.  

청도·밀양 할매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

청도 삼평리 송전탑 건설 현장  청도 삼평리의 평화로움은 345kV 송전탑 공사 건설로 무참히 깨졌다. 70~80세의 노인들이 지난 21일부터 8일 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 청도 삼평리 송전탑 건설 현장 청도 삼평리의 평화로움은 345kV 송전탑 공사 건설로 무참히 깨졌다. 70~80세의 노인들이 지난 21일부터 8일 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 청도345kV 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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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서 청도에서 한전은 경찰력을 등에 업고, 지역주민들에게 폭언·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전력 대경개발지사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공사 방해 명목으로 삼평리 주민 1명당 1일 20만 원의 벌금을 청구하고 있다. 경찰력과 벌금으로 주민들을 옥죄는 셈이다.

한편, 한전은 신경기변전소 예정부지 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치약세트, 통조림 선물세트를 돌리고, 변전소 견학을 지원하고 있다. 밀양에서는 보상금으로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처럼 한전이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은 핵발전 확대와 공급 중심의 전력정책을 추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력요금제도 개편을 통한 산업계 전력 수요관리, 지역별 전력자립율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 분산형 전원의 확대 등과 같은 대안을 외면하고, 오로지 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에 '올인'하고 있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추진되는 한국 에너지 정책의 최전선에서 맞서 싸우는 것은 다름 아닌 청도와 밀양의 할매들이다. 핵발전이 아닌 안전한 에너지, 누군가의 피눈물이 아닌 정의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청도와 밀양과 연대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청도와 밀양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유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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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과 지역에너지에 대한 대해 연구도 하고 활동도 한다. 지은책으로 <전환도시>,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가 있다. 녹색당 당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