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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견 미용실 배너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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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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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개팔자가 상팔자다.

말티즈, 비숑프리제, 포메라니안, 웰시코기, 코커스페니얼, 슈나우저, 비글, 아프간하운드, 시베리안허스키…. 그 이름도 생소한, 이게 뭘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애완용 강아지들 품종 몇 가지를 열거해 본 것이다.

요즘에는 강아지를 '애견' 혹은 '반려견'이라고 부른다. 애어른 가릴 것 없이 '우리 애기'라고 부르는 이들도 여럿 보았다. 얘들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똥개'라고 불러 온 잡종견하고는 이름부터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 바다를 건너 왔다.

앞서 봤던 '말티즈'는 몰타(Malta)라는 나라의 이름에서 따왔단다. '비숑브리제'는 이름만 들어도 벌써 프랑스 샹송 냄새가 짙게 풍기지 않는가. '코커스페니얼'은 명색이 프리미어 리그가 벌어지는 잉글랜드 출신이란다.

물론 이 땅에도 그보다 우수한 토종견이 없는 게 아니다. 북쪽의 풍산개와 남쪽의 진돗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둘 다 영특하기로는 올림픽 금메달 수준이란다. 이 둘을 반려견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반려견이란 모름지기 한 이불에서 함께 잘 수 있는 '애기'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긴 아무리 그래 봤자 개는 개다.

개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고기를 구하려고 사료를 먹여서 사육하는 개다. 바로 똥개다. 여름철 보신용으로는 이게 으뜸이라고 굳게 믿는 이들이 많다. 둘째는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는 개다. 엽사(獵師)들이 앞세우는 사냥견, 군부대나 공항에서 주로 활동하는 탐지견,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해주는 안내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개들은 대체적으로 덩치가 크다. 물론 족보도 갖고 있다. 셋째는 귀하게 '모시는' 반려견이다. 식용이라니, 말도 안 된다.

반려견(伴侶犬)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몸집이 작다. 귀엽고 앙증맞고 깜찍하다. 빛깔이 우아하고 화려한 털을 자랑한다. 여성이나 아이들하고 친숙하다. 사냥개처럼 위험한 일도 하지 않는다. 물론 맡겨봐야 할 줄도 모른다. 똥개처럼 길거리에서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법도 없다. 온 가족의 끔찍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황제처럼 살아간다.

반복하지만, 애완견(愛玩犬)이 절대 아니다. 어엿한 가족으로 인격적 대접을 받는다. 얘들은 부잣집 막내둥이처럼 입맛도 까다롭다. 웬만한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트에 별도로 마련된 매장에서 사다 줘야 먹어준다. 철따라 옷도 갈아입는다. 목걸이 같은 각종 장신구로 화려하게 치장도 한다. 전용 샴푸로 목욕도 한다. 버르장머리가 있을 턱이 없다.

마리당 가격도 보통은 수십만 원에 이른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주먹만한 개 한 마리가 뭣 때문에 그렇게 비싸냐고 섣불리 물었다가는 애지중지하는 가족들에게 면박 당하기 십상이다. 인생의 반려자이므로 가격을 따지는 것조차 불경스럽다. 그처럼 귀하신 '반려자'에게 아로마 목욕을 제공하는 것쯤은 기본이겠다.   

아로마(aroma)는 '좋은 향기'다. '몸에 이로운 향기'를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후각과 촉각을 이용해서 천연향을 체내에 흡수시킨단다. 인체의 신경조직과 호르몬에 영향을 주어서 기와 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단다. 체내의 독성 물질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이걸 마시면 몸이 가벼워진단다. 건강해진단다. 아름다워지기까지 한단다.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도 갖고 있는 게 아로마 향기란다.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만점임은 불문가지다. 피부에 직접 발라서 마사지하면 지방 연소 효과도 볼 수 있으니 효과 만점이겠다. 사춘기 소녀들처럼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나게 가꾸는 데도 도움이 된단다.

그런데 이거, 한 두 번 마사지로는 단박에 효과를 볼 수 없단다. 신체 부위별로 꾸준히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해주어야 한단다. 거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단다. 고급의 경우는 웬만한 서민들 한 달 생활비를 훨씬 웃돌 정도란다. 그러니 명색이 사람이라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란다. 하긴 이 땅의 웬만한 서민들은 아로마가 뭐하는 건지도 잘 모른다.

예로부터 무자식이 상팔자고,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요즘 시대 흐름에 비춰 보면 아예 자식을 두지 않는 것이 상급에 속하는 팔자를 누릴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인 듯하다.

그럼 개팔자는? 적어도 그림으로만 보면, 이마에 달린 분홍 리본을 팔랑거리며 아장아장 걸어가서 정기적으로 아로마 목욕을 하는 개팔자만큼은 상팔자임에 틀림이 없는 듯하다. 사람으로 태어나고도 사람답게 살아가기가 날로 힘든 세상이다 보니 차라리 개팔자가 부럽다.

세계 애견 콘서트에서 1등을 차지한 개 한 마리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진 사오정이 그랬단다.

"무슨 개가, 도대체 얼마나 맛있다고 그렇게 비싼 거야?"

반려견을 가족처럼 끔찍하게 여기는 이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겠다.


태그:#반려견, #아로마 목욕, #개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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