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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오후 3시에 야근을 나갔다가 어제 오후 6시 경 퇴근했다. 그러니까 얼추 27시간 만에 귀가한 것이었다. 나는 하루는 주간으로, 이튿날엔 야근을 하는 경비원이 직업이다.

한데 그제 하루 종일 근무를 한 까닭은 다른 경비원의 야근을 대근(代勤)해준 때문이다. 우리는 딱히 정해진 휴일이 없다. 더욱이 남들은 쉬는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일해야 한다.

따라서 지인과 친구, 그리고 동창들과의 모임이나 결혼식 또는 장례식이 있는 경우가 가장 난감하다. 왜냐면 그런 날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때문이다. 따라서 근무일에 그런 곳에 참석하자면 부득이 동료 경비원에게 대근(代勤)을 부탁하지 않으면 도무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근이란 건 소위 '땜빵(땜방)'을 의미하는 거다. 하여간 그래서 그제는 오후 3시에 집을 나서 회사에 도착한 뒤 오후 4시 30분에 업무를 교대했다. "000씨 대신에 제가 대근을 나왔으니 어서 퇴근하세요~"

그러자 평소 17시 반은 되어야 비로소 출근(원래 18시가 교대시간이다)하는 000씨보다 내가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함에 동료 경비원은 그예 감격했나 보았다.

"내일도 거푸 주간근무까지 하시자면 피곤하실 텐데 아무튼 일찍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토요일이었던 그제와, 내처 주간근무까지 해야 했던 일요일이었던 어제 역시도 시간은 더디기만 했다.

때문에 어서 17시가 되어 교대를 마치고 집에 가서 쉬었음 하는 바람이 뭉게구름으로 가득했다. 그랬는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했던가. 그제 내가 한 시간 일찍 교대해준 동료경비원도 역시나 어제는 오후 4시 반이 되자 출근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구, 일찍도 나오셨네요?" "어젠 제가 신세를 졌으니 오늘은 제가 갚아야죠." 그에게 가스총과 함께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자마자 탈의실로 와서 옷을 갈아입었다. 나와 같이 2인1조로 일하는 동료경비원, 즉 짝꿍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홍 형은 인덕(人德)도 많구려~!" "인덕은 요." 말은 그랬지만 기실 맘속으론 적지 않게 기뻤다. 그건 인덕(人德)은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을 일컫는 일종의' 품앗이'와 동격이란 느낌 때문이었다.

말이 난 김에 부언하는데 요즘엔 내 부모의 장례와 자녀의 결혼식에 오지 않은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덩달아' 나도 안 간다! 그러니까 이는 품앗이의 어떤 부메랑인 셈이다.

평소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습관은 경비원으로 입사한 재작년부터다. 그런데 "좋은 말을 남에게 베푸는 것은 베나 비단옷을 입히는 것보다 따뜻하다"고 한 순자(荀子)의 말처럼 평소의 배려 또한 일종의 '인덕 쌓기'가 아닐까 싶었다.

여하튼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첨부파일
SAM_53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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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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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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