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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여성 신규 공무원이 불우이웃돕기 성금 50만 원을 기탁했다.(우측은 최문순 화천군수)
 어느 한 여성 신규 공무원이 불우이웃돕기 성금 50만 원을 기탁했다.(우측은 최문순 화천군수)
ⓒ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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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3일, 한 여성공무원이 화천군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50만 원을 기탁했다.

주인공은 사회복지 신규직원인 정은경(36세, 하남면사무소)씨. 그녀는 지난달, 강원도 인재개발원에서 실시한 신규공무원 교육과정(70명)에서 1등을 차지했다. 그에 따른 상금 50만 원 전액을 성금으로 기탁을 한 거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건 남편과 자녀를 둔 주부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사회복지가 담당이다 보니 그런 생각을 했겠죠. 또 (교육을 받는 동안)찜통더위에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고... "

젊은 직원 모두를 밀어내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열심히 배워 현장에 적용하자는 생각 외에 수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단다. 획득한 상금은 50만 원. 고민은 길게 하지 않았다.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기로 했다. 

교육 전 수습기간. 장성한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아무런 해택을 받지 못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이유는 딱 하나, 부양능력을 가진 가족이 있다는 것.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행정에선 가족관계 확인만 하고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한다. 그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획득한 상금 전액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낸 이유란다.

당돌함이 오히려 기특한 후배직원

어느 공무원 책상 앞 컴퓨터에 붙여진 포스트잇. 마치 해바라기 같았다.
 어느 공무원 책상 앞 컴퓨터에 붙여진 포스트잇. 마치 해바라기 같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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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뭘까"

화천군청 주민생활과를 찾았던 날. 어느 한 직원의 자리 앞에서 멈췄다. 컴퓨터 모니터를 중심으로 온통 노란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것이다. 어떤 내용이 적혀져 있을까. 기관·단체 전화번호, 업무관련 법령내용, 지휘부 지시사항 등 컴퓨터를 마치 해바라기처럼 만들어 놓았다. 지난해 발령을 받은 박해진(24세)씨 자리다.

"노트 좀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의 업무용 노트가 궁금했다.

박해진씨 업무노트는 마치 공부 잘하는 모범생 같았다.
 박해진씨 업무노트는 마치 공부 잘하는 모범생 같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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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관련 숙지해야 할 내용, 어렵게 사는 어느 할아버지 가정생활, 도움이 필요한 부분 등 흡사 고시 준비생이 정리한 것보다 논리 정연했다. 밑줄도 긋고 때론 형광펜도 그어져 있다. 형식적 정리가 아닌 마치 업무참고서를 만들어 놓은 듯했다.

그녀의 노트에 감탄을 했던 건, 다수의 공무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휘부나 부서의 장이 지시를 하면 열심히 받아쓰긴 한다. 다분히 형식적이다. 이후 다시 뒤적여 보는 경우도 드물다. 밑줄 내지는 형광펜을 긋는 일은 거의 없다.

"좋게 이야기하면 일에 대한 애착? 다른 쪽으로 말하면 공채시험을 통해 들어온 동료들에 대한 경쟁의식?"

화천군에서는 지역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공무원 특채제도를 실시한다.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4년제 대학에 진학한 대학2학년 학생들이 그 대상이다. 먼저 학점(50%)과 영어(50%)에 대한 1차 시험을 치른다. 매년 2명을 선발해 졸업 시까지 일정액의 장학금도 지급한다. 졸업과 동시에 토익과 행정학 시험을 통해 신규직원으로 임용하는 제도다. 학업의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B학점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조건의 불 충족이나 공무원지원 자진 포기 시엔 지급된 장학금은 전액 회수된다.

박해진씨는 특채 1기생이다. 그렇다보니 공채를 통해 입사한 동료들과 비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단다. 업무추진 능력으로 보여주자. 답은 딱 하나로 귀결되었다고. 이후 노트 정리나 업무관련 법령, 제도연찬 등 자신이 담당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로 했단다.

"행정직이면서 복지 분야에서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시군은 종합행정이잖아요. 또 군수님께서 복지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도 있고요."

행정직이면서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몇 명 있다. 복지직계열의 정원 부족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행정직렬 공무원들은 '복지는 복지직공무원 전문분야'로 치부하기 일쑤다.

자신이 어느 부서에 있든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리는 후에 종합계획을 입안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왜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서 하고 그래? 그런다고 봉급 더 주는 줄 알아?"

내 신규직원 당시, 선배들로부터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이후 난 그렇게 길들여져 갔다. 그래서일까, 당연할지 모를 신규직원들의 행동이 참신하게 느껴진다.

'공무원=철밥통'이란 이미지. 위 두 사람처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바뀌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정은경, #박해진, #최문순 화천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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