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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학교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네트워크 배움터'라는 교육철학을 실현 하는 대안학교다. 예술인 협동조합인 '룰루랄라예술인협동조합(이하 룰루랄라)'은 성미산학교에서 학교의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예술에 대한 건강한 시선을 교류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일명 '예술가 수위 아저씨 아줌마'. 조합의 예술인들이 학교의 수위로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과 함께 치열한 작업 과정을 함께하고, 그러한 교육과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 아이들과 예술에대한 건강한 시선을 교류하자는 생각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작업
 아이들과 함께하는 작업
ⓒ 룰루랄라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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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로 상주하며 아이들과 교류하는 세 명의 예술인들

3월 말, 룰루랄라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성미산 학교 한편을 예술가 수위들의 작업실로 탈바꿈 시켰다. 나를 포함, 예술가수위로 일하는 다케시와 오소영 작가는 주로 이곳에서 개인 작업을 하며 아이들과 교류하고 있다. 창작예술가 수위들은 룰루랄라로부터 소정의 지원을 받기도 하고, 조합의 운영진들이 힘을 모아 예술가수위들이 성미산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오후 8시 즈음엔 학교 문을 닫았지만, 예술가 수위들이 야간 작업을 할 땐 선생님들께서 "작업 하실 때까지 하시고 편하게 가시라"며 배려해 주셨다.

성미산 학교의 초등 고학년 프로그램 중엔 목공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집살림 반'이 있다. 예술가 수위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집살림 수업에 참여해 놀이터 만들기(나무그네, 해먹 등) 목공작업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이 다루기 어려운 톱과 망치, 전동드릴 같은 위험한 작업 과정을 돕고, 아이들이 목공 디자인 하는 과정에도 함께 했다.

성미산 학교의 버뮤다 삼각텃밭은 서울에 몇 안 되는 도심형 텃밭이다. 아이들이 농사짓기를 배우는 교육용 텃밭으로 활용한다. 학기 초, 담당선생님의 제안으로 예술가 수위들과 학생들이 텃밭 만들기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했다. 낮은 담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이 이 곳이 무엇을 위하 공간인지 알 수 있게 큰 글씨로 간판을 만들기도 하고, 빈터에서 주워온 나무 조각을 모아 나무설치물도 만들었다. 학생 각각이 만든 명패를 거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집살림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집살림
ⓒ 룰루랄라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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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다루기 힘든 톱질과 망치질 도우며 함께 작업

성미산 학교의 예술가 수위 히로가와 다케시는 한국의 판화 작품에 영감을 받고 한국으로 건너온 판화 작가다. 예술가 수위로 이 곳을 찾은 그는 매일 학교에 나와 판화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에 몰입 하다가도 아이들과 탁구를 치거나, 축구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좋아해 '다정한 수위아저씨'로 인기가 많다. 다케시는 자기 작업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호랑이, 돌고래, 문어, 오징어를 그려주기도 한다.

학교 주변 풍경을 작업에 녹일 때도 있다. 비오는 어느 날, 아이들을 데리러 모여드는 엄마들을 보면서, 그 장면에 영감을 받아 목판화를 그리기도 했다. 일부러 제 우산을 펴지 않고 엄마의 큰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 다정한 뒷모습이 그의 마음에 와 닿았다. 학교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성미산마을의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했는데, 오보에 독주 파트를 맡은 범규라는 아이를 작품에 담기도 했다. 한동안 범규는 자신을 그린 목판화를 페이스북 프로필사진과 커버사진으로 장식했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한 판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한 판화
ⓒ 룰루랄라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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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목공실로 놀러와 그림을 그리거나 나무로 장난감을 만드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전기톱을 써야 하는 위험한 작업이 필요한 경우, 다케시 등 예술가 수위들이 돕기도 했다. 삼십분 동안 사포질하고, 나무를 다듬고, 정성스레 못을 박으면서 아이들도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과정인지 알게 됐을 터다.

성미산 예술수위로 작업을 시작하면서 다케시는 습관적으로 빈 벽을 찾았다. 그림이 들어가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을 말이다. 무채색의 휑한 자전거 정거장 벽을 하룻밤 작업을 통해 바꿔 놓으니 나름 볼만 했다. 성미산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하루 밤새 그림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다케시는 "내게 그림 그리기는 마법사가 되어 그림작업을 하는 것 같다. 그들에겐 이 작업들이 마법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꾸민 나무 설치
 아이들과 함께 꾸민 나무 설치
ⓒ 룰루랄라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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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작업을 하는 예술가 수위 작가 다화는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따뜻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목공실에 놀러와 다화의 그림을 보곤 "이게 대체 뭐예요?", "무서워요"라는 말을 많이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작가도 아이들과 함께 작업과정을 교류하면서 쌍방향적 공감을 나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이젠 직접 그림을 그리러 온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토끼, 인형,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색칠한다. 작가가 작업을 하면 그 옆에서 아이들도 각자의 그림을 그리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살면서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본 적이 없다는 다화 작가는 "아이들이 뿜는 에너지들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그:#성미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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