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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자재인 시멘트를 옮기는 레미콘의 진입을 막자 소량씩 헬리콥터로 운반하는 모습이다. 얇은 줄에 달린 위험천만한 시멘트는 실제 균형을 잃고 산 속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송전탑 자재인 시멘트를 옮기는 레미콘의 진입을 막자 소량씩 헬리콥터로 운반하는 모습이다. 얇은 줄에 달린 위험천만한 시멘트는 실제 균형을 잃고 산 속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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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밀양에서 행정대집행이 진행됐을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약 10년 동안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2014년 6월 조금은 허망하게 마무리됐습니다. 물론 지금 제2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30분도 안 돼 10년의 삶이 부서지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공권력이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지 새삼 느꼈을 것입니다.

7월, 그 잔혹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청도에서 또 한 번 같은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345kV 송전탑이 설치될 청도에서도 역시 30분도 안 되는 사이 농성장이 짓밟혔습니다. 2012년 투쟁에서 한쪽 청력을 상실하고 단기기억상실증이 걸린 주민, 실신한 주민들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이 지역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보다 조금 연대자들이 늘었지만 7월, 많은 주민이 실신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곳을 지키는 기자, 주목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2014 청도 삼평리 긴급연대'를 제안합니다

삼평리 송전탑 투쟁에 연대온 참가자가 '삼평리에 평화를'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삼평리 송전탑 투쟁에 연대온 참가자가 '삼평리에 평화를'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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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평리 긴급연대를 제안한 7월 24일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딱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곪은 관료제와 위기 관리 부재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이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하반기로 접어든 2014년이지만 참 다사다난한 해입니다. 임금착취, 불안전노동 속에서 일어난 삼성서비스노동자조합에서의 일도 있었고, 가까운 6월에는 밀양 행정대집행이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쌀 전면 개방과 의료민영화가 시행되려 합니다. 자본의 탐욕,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했던 사회적 풍조와 모습들로 참혹한 일이 일어나도 우리 사회는 아직 이 신자유주의의 고삐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힘겹게 저항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청도 삼평리입니다. 삼평리는 345kV 송전탑이 건설되는 곳입니다. 25일 행정대체집행 판결이 나오기도 이전에 경찰은 지난 21일 망루를 무너뜨렸으며 그 과정 중에서 주민 열 분이 연행되었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오랜 싸움, 지난 2012년에는 주민 한 분이 한 쪽 청력을 잃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싸움 과정에서 의식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청도'라는 곳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송전탑 건설은 고전압을 송신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송전탑 추가 건설은 체르노빌과 쓰리마일 아일랜드, 가깝게는 2011년 후쿠시마가 보여준 무서운 핵 발전을 지속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전기 쓰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는 환경 정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건설 과정에서 지역 유지들의 땅은 피해간 채 사회 약자들 주변에만 송전탑이 꽂히는 권력 남용의 문제이기도 하며, 지역에 분란을 만들고 지역 동식물들을 죽게 하는 공사 과정의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청도에 평화를'이라는 주제를 끌고 가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송전탑 한 개가 지어지는 이 시점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청도 삼평리를 만들기 위해, 좋은 삶을 달라는 목소리를 품고 이곳에 가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도에 평화를' 달라는 소리는 환경의 문제를 넘어 삶 모든 곳에 평화를 도모하자는 외침입니다.

8월 2~3일, 청도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연대온 시민들이 건설 차량을 막으면서 경찰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이 날 경찰은 주민 포함 4명을 연행했다.
 연대온 시민들이 건설 차량을 막으면서 경찰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이 날 경찰은 주민 포함 4명을 연행했다.
ⓒ 이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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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열심히 '또 다른 청도'와 연대하고 있습니다. 국가 폭력 반대와 생태주의 의제를 가지고 밀양 긴급 연대와 밀양 농활을 만들기도 했고, 자본의 탐욕에 반대하며 행진했던 '가만히 있으라' 등 여러 현장에서 연대했습니다.

이제 또 다른 모습의 '밀양'이자 '가만히 있으라'인 청도와 연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생태주의, 국가 폭력, 환경 정의, 평화, 생명, 권력, 농업 등 어떠한 의제를 가져오더라도 다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픈 청도에서 마음을 꺼내놓았으면 합니다.

8월 2~3일, 청도 삼평리에서 '이윤보다 사람을, 청도에 평화를, 2014 청도 삼평리 긴급연대'에서 함께 고민을 나눴으면 합니다. '또 다른' 청도를 봤던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습니다.

2014년 7월 24일
2014 청도 긴급연대 제안자 이상희

2014 청도긴급연대 '이윤보다 사람을! 청도에 평화를!'
- 일시 : 2014년 8월 2일(토)~3일(일)
- 집결 : 8월 2일(토) 12시 서울 대한문
- 참가비 : 3만 원
- 문의 : 010-9444-2874(이상희)



태그:#청도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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