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에서 랜필드를 연기하는 이승원

▲ 드라큘라 에서 랜필드를 연기하는 이승원 ⓒ 오디뮤지컬컴퍼니


영화건 드라마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강렬해야 관객 혹은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좋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드라큘라>에서는 기존의 뮤지컬 스타가 아닌 신선한 얼굴의 배우 한 명이 첫 장면인 정신병동에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랜필드를 연기하는 이승원은 인간이면서도 흡혈귀 드라큘라를 주인으로 섬기는 변호사로, 드라큘라를 연기하는 김준수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는 인물이다. 이승원에 대해 뮤지컬 팬들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신인이냐'는 후기를 심심찮게 작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승원은 알고 보면 '중고 신인'이다. 2008년 어느 공연 매거진에서 '라이징 스타'로 손꼽기도 했던 그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인터뷰 가운데서 적어도 세 번 이상 반복했다. 뮤지컬과 계속 인연이 닿아서 팬들에게 노래하며 연기할 수 있는 요즘의 순간이 그토록 행복하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이승원의 모습을 보며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관객이 랜필드에게 연민을 느끼게끔 연기"

<드라큘라> 이승원 "랜필드는 드라큘라에게 홀려서 런던에 왔는데, 쥐나 새를 날것으로 먹는다. 누가 보아도 제정신이 아니다. 사람을 공격해서 정신병동에 갇혔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데이비드 스완에게 들었다."

▲ <드라큘라> 이승원 "랜필드는 드라큘라에게 홀려서 런던에 왔는데, 쥐나 새를 날것으로 먹는다. 누가 보아도 제정신이 아니다. 사람을 공격해서 정신병동에 갇혔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데이비드 스완에게 들었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 랜필드는 인간이면서도 흡혈귀인 드라큘라를 주인으로 섬긴다.
"랜필드가 드라큘라를 섬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영생'에 매료되었고, 탐이 난 거다. 만일 랜필드가 영원한 생명을 갖는다면 계속해서 드라큘라를 주인으로 모시지는 않을 것 같다. 영생을 얻고자 해서 드라큘라에게 집착하는 것일 뿐, 드라큘라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인물은 아니다.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이 바라는 캐릭터가 확고했다. 관객이 랜필드를 바라볼 때 연민을 느끼게끔 캐릭터를 만들기를 바랐다. 2막에서 랜필드가 그토록 바라는 영생을 드라큘라에게 얻지 못하고 무대가 회전하면서 퇴장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 대본에서 랜필드는 영생을 달라고 부르짖는 설정의 인물이었다. 데이비드 스완은 이 장면에서 '우는 감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연기 주문을 했다. 드라큘라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고 랜필드가 흐느낄 때 관객이 그가 인간으로 갱생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도록 연기하기를 연출가는 바라고 있었다."

- 극이 처음 시작할 때 랜필드는 정신병동에 갇혀 있다.
"드라큘라에게 홀려서 런던에 왔는데, 쥐나 새를 날것으로 먹는다. 누가 보아도 제정신이 아니다. 사람을 공격해서 정신병동에 갇혔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데이비드 스완에게 들었다."

- 정신병원에서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안한 옷을 입으면 가만히 있어도 갑갑한데, 연기하고 노래까지 불러야 한다.
"발성할 때 너무 어렵다. 수레에서 실려가는 장면에서 '하이 C'를 노래해야 한다. 연습실에서는 잘 불렀는데, 공연장에서 런을 돌 때 묶이는 옷을 입고 부르다 보니 노래가 생각처럼 잘 나오지 않았다. 이 장면에서 발성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설거지 알바하다가 <레미제라블> 대역으로 뮤지컬 재입문"

드라큘라 에서 랜필드를 연기하는 이승원

▲ 드라큘라 에서 랜필드를 연기하는 이승원 ⓒ 오디뮤지컬컴퍼니


- 앙상블 생활하면서 다른 분야에도 발길을 돌리지 않았나.
"2011년 <피맛골 연가>를 한 다음에 뮤지컬을 1년 반 동안 쉰 적이 있다. 영화 <고지전>에서 고수씨의 소대원으로 5개월 동안 촬영했다.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도 참여했는데 <고지전>을 제외하고 1년 반 동안 수중에 들어온 돈이 1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레미제라블> 초연 때 오디션을 볼 기회가 있었다. 알다시피 <레미제라블>은 연출부가 원하는 배우를 찾을 때까지 오디션을 계속 본다. 마리우스로 오디션을 보았는데 연출부에서 제가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마리우스를 할 만한 배우를 찾지 못하다가 제게 러브콜이 왔다.

당시 한정식 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레미제라블> 초연에서 마리우스 언더스터디(대역)로 캐스팅이 되면서 뮤지컬에 다시금 입문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드라큘라> 랜필드를 연기하기 바로 직전까지 <두 병사 이야기>라는 연극을 했다. 연극과 영화도 병행하고 싶은 바람이다."

- 애니메이션 <또봇>에서 '네옹'으로 더빙도 참여했다.
"저의 목소리가 전문적인 성우 톤은 아니다. 한데 <또봇> 더빙 팀이 성우가 아닌 일반 연기자의 목소리로 더빙을 하기를 바랐다. 이런 연출팀의 방향에 제 목소리가 맞아서 참여할 수 있었다. 제가 목소리를 연기한 네옹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사투리로 고생할 뻔 했는데, 제가 녹음할 때에는 전라도 출신 배우 형과 녹음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친구들 중에 아기 아빠가 있다. 사석에서 이이와 함께 <또봇>을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제가 목소리를 연기했다고 하면 많이 놀라며 반색을 한다. 핸드폰으로 아기에게 전화를 해서 '네옹 삼촌이야' 하고 네옹 톤으로 목소리를 들려주면 아이가 마냥 좋아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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