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판 할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 시즌 초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LA 갤럭시와의 경기에서 7-0 융단 폭격을 가하며 승리한 맨유는 이어 이탈리아의 강호 AS로마와의 기네스컵 첫 경기에서도 3-2의 화끈한 승리를 거두었다.

맨유의 프리 시즌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안데르 에레라다. 현재 에레라는 맨유의 전술에 빠르게 적응을 하며 중원의 에이스로 자리매김을 하는 모습이다. 판 할 감독이 네덜란드에서 사용했던 스리백을 초반 맨유에서도 사용함에 따라 중앙 미드필더들에게는 볼 배급, 공격 가담, 수비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에레라는 이러한 판 할 감독의 전술적 요구에 120% 부응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프리 시즌 경기이고 프리미어리그 팀들과의 격돌이 남아있는 만큼 에레라의 맨유 연착륙을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에레라의 현재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맨유의 초반 중원 구성이 에레라를 중심으로 이뤄질 거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듯하다.

이제 판 할 감독의 고민은 에레라의 중원 파트너를 어느 선수로 할 것인가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최근 몇 년간 중원에서 문제를 드러내 온 점을 고려한다면 이 문제는 판 할 감독이 어느 전술을 사용하든 가장 중요한 문제로 급부상을 하게 될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맨유가 또 다른 톱클래스의 미드필더를 영입하며 중원을 꾸리기에는 여러모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아르투로 비달이 유벤투스 잔류를 선언한 가운데 측면과 중앙에서 수준급의 공헌을 해줄 수 있는 앙헬 디 마리아 역시 파리 생제르망 또는 레알 마드리드 잔류로 행선지를 굳히는 분위기이다.

이제 판 할 감독은 기존에 있는 선수들과 에레라를 활용하며 중원을 조합하는 방법 역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경험이 풍부한 캐릭과 플래쳐가 기용이 된다면 에레라는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이며 마타, 루니와 함께 공격을 주도할 수 있다.

클레벌리는 에레라와 유기적으로 역할을 변경해가며 전술적으로 가장 판 할 감독의 이상적인 축구를 구현해줄 것이다. 그리고 마루앙 펠라이니는 공수에서 힘, 높이, 파괴력은 높여줄 수 있는 카드이나 에레라가 좀 더 많이 뛰고 전술적으로 희생을 해야 하는 단점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역동적인 토털 풋볼을 선호하는 판 할 감독의 전술적 성향을 고려한다면 우선 현재 스쿼드에서는 톰 클레벌리와 대런 플래쳐가 우선적으로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에레라와 마찬가지로 공수 양면에서 공헌을 하고 활동량이 많다는 것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약간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30줄에 나이에 들어선 대런 플래쳐의 경우 예전과 같이 엄청난 활동량을 마냥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현재 맨유의 스쿼드에 포함된 미드필더 선수들 중에 캐릭과 함께 가장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이고 또 체격 조건이나 경험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에레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카드로 어필을 할 수 있다.

에레라와 동갑내기인 클레벌리는 에레라와 가장 비슷한 성향의 선수로 분류가 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중원에서 안정적인 원터치 패싱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현재 맨유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한다.

특히 클레벌리가 에레라처럼 활동량 많고 기술적인 유형의 선수였던 안데르송과도 안정적인 활약을 보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클레벌리의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클레벌리가 에레라와 서로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강한 압박과 활발한 움직임을 우선시하는 판 할 감독의 축구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해줄 것이다.

또 클레벌리는 에레라의 역할을 가장 자연스럽게 대체할 수 있는 선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아직 에레라만큼 공수양면에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에레라의 부상 결장이나 체력 안배가 필요한 컵 대회나 중하위권 팀과의 경기에서는 충분히 제몫을 할 선수이다.

부상으로 초반 결장을 하는 마이클 캐릭은 다소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판 할 감독이 전술적으로 역동적인 토털풋볼을 선호하는 데다 캐릭의 실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가 잉글랜드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캐릭은 노쇠화의 기미를 확연히 보이고 있다.

물론 캐릭은 부상 복귀 후 자신의 패싱력과 경험을 살린다면 판 할 감독의 전술에서도 중용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임에 분명하다. 캐릭이 효과적으로 수비를 뒷받침하며 후방 플레이메이커로써 볼배급을 한다면 에레라는 더욱 공격에 자신의 능력을 쏟아 부을 수 있다.

지금 현재 가장 암울한 상황에 있는 선수는 지난 시즌 거액의 이적료로 이적을 한 마루앙 펠라이니이다. 분명 전술적으로 역동적인 토털풋볼을 추구하는 판 할 감독에게 활동량이 부족하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펠라이니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다.

펠라이니가 판 할 감독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타일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지금의 체격 조건을 이용한 득점이나 수비를 살리는 가운데 활동량을 비약적으로 늘리며 공수에서 좀 더 폭넓은 공헌을 할 수 있어야 펠라이니로서는 판 할 감독에게 중용이 될 것이다.

로이킨의 은퇴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매년 중원에서의 문재를 겪어왔다. 퍼거슨 감독은 특유의 선수 관리와 전술적 활용을 통해 이를 극복을 했으나, 모예스 감독은 그 부분에서 전술적으로 실패를 하며 경질이 되고 말았다.

이제 그 문제는 판 할 감독의 손으로 넘겨졌다. 현재 축구계에서 손꼽히는 전술가로 평가받는 판 할 감독이  어떻게 이 난제를 해결할지는 다가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활과 프리미어리그 순위 경쟁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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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라 루이 판 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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