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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간 한국의 갑상선암 증가 속도는 매년 평균 25%에 육박해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전체 암의 1%에 불과하던 갑상선암이 2011년부터는 전체 암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암이 되었다. 도대체 지난 10여년 사이 대한민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 것일까?

전 세계를 통틀어 유일무이하게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한 초유의 폭발적 갑상선암 증가의 원인으로는 무차별적인 갑상선초음파 검사 말고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이로 인해 1cm 이하의 미세 갑상선암 환자가 수십 배 증가하게 되었는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 것은 이 환자들의 치료에 기존 갑상선암을 치료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즉 이렇게 작은 암을 치료하려고 갑상선을 모두 떼어내고도 혹시 암이 남아있을까 봐 환자에게 방사성 동위원소를 먹인 것이다. 이로 인해 생존자는 증가하지 않은 채 치료의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만 늘어나게 되었다.

'작은치료' 전환 위암·유방암과 달랐던 갑상선암

 2006년 미국갑상선학회측은 1cm를 기준으로 그보다 큰 암에서는 갑상선을 모두 제거할 것과 그보다 작은 암이라도 위험도가 낮다고 생각되는 경우 외에는 모두 절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06년 미국갑상선학회측은 1cm를 기준으로 그보다 큰 암에서는 갑상선을 모두 제거할 것과 그보다 작은 암이라도 위험도가 낮다고 생각되는 경우 외에는 모두 절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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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작은 암을, 그것도 어떻게 치료해도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암을 이렇게 지나치게 치료하게 만든 것일까? 미세암 치료 초기에는 미세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기존의 진행된 암을 치료하던 방식으로 치료하다가 이 암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 점차 작은 치료로 전환되는 현상을 위암이나, 유방암 등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갑상선암은 그렇지 않았다. 2006년 미국 갑상선학회에서 갑상선암 치료 권고안이 나오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듬해 대한민국 권고안이 나오자 이런 치료방법은 더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의사들은 환자들의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는데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권고안이 마치 모두 제거하는데 허가증을 내 준 것처럼 된 것이다. 권고안에 어떤 내용이 있기에 이렇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 관련, 치료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갑상선 절제 범위였는데 미국 내에서만 하더라도 갑상선학회(ATA)측과  국립암연구자통합체(NCCN)측의 의견이 다르다.

2006년 미국갑상선학회측은 1cm를 기준으로 그보다 큰 암에서는 갑상선을 모두 제거할 것과 그보다 작은 암이라도 위험도가 낮다고 생각되는 경우 외에는 모두 절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서 저위험도암이란 만져지는 림프절이 없는 경우, 이전에 목 부위에 방사선치료나 방사선 사고에 노출된 적이 없는 경우, 가족력이 없는 경우, 전신전이가 없는 경우 등을 말한다.

더구나 이 권고안은 암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도 전절제술을 권하고 심지어 반대측에 암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결절이 있을 때나, 과거 방사선 조사 과거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까지도 전절제술을  권함으로써 사실상 거의 모든 유두암에서 갑상선 전절제술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NCCN 권고안은 보다 유연하다. 즉 위험도가 높지 않은 경우 4cm 크기 암까지는 한쪽만 제거해도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ATA 권고안을 제정한 위원 13명 중엔 내분비 내과의사가 11명이었고, NCCN 권고안은 외과의사가 12명 내분비내과의사가 7명이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NCCN 권고안 제정 위원 중 4명이 ATA권고안 제정에 참여한 내분비내과의사다. 왜 같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권고안이 이렇게 다를까?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이런 진료 기준을 정할 때도 편견과 소속단체의 이익이 반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선 무차별적 갑상선 초음파 검사 못 해

그럼 권고안은 어떤 것인가. 제정자들의 말대로 그것이 만들어지는 시점에 제정위원들이 생각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모든 의사가 동의하는 것도 아니며 추후 변경될 수 있는 것이며 그 나라의 의료 환경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2010년 개정된 ATA 권고안에도 이런 말이 있다. "이 권고안은 현재 지식으로 우리가 판단하기에 가장 적절한 치료라고 믿는 것을 알려 진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개개 의사의 판단이나, 환자가 원하는 치료를 대신하려는 것은 아니다." 즉 권고안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더구나 어느 의사가 말한 것처럼 법도 아닌 것이다. 여기에는 그 당시 그 나라의 진료 환경을 반영하여 권고하는 사항이 정리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갑상선암 검진에 초음파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나라다. 또한 거의 모든 진료가 보험회사에 의해 감시 감독되기 때문에 무차별적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나라의 가이드라인을 거의 그대로 채용한 것이 우리나라의 갑상선 진료 가이드라인인데 우리나라는 갑상선 초음파 검진에 관해서는 미국을 본뜨지 않고 있다.

무차별적 갑상선 초음파 검진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그것도 1cm 이하의 암까지 전절제술을 허용할 수 있게 한 ATA 가이드라인을 채택하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갑상선암 재앙'이 초래한 것이라고 본다.

2006년 ATA 가이드라인에서 1cm 이상의 암에서 전절제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 근거가 된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Annals of Surgery, Billimoria),  뉴욕 메모리얼슬론 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의 닥터 샤(Dr. Shah)는 "이 논문의 결론은 근거 없는 것이며, 많은 의사들을 잘못된 길 인도하여 결국 위험성이 별로 없는 작은 유두암 하나를 가진 환자들의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함으로써 부갑상선 기능저하나 성대 마비 환자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을 경고했는데(Annals of Surgery 247:1083),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그대로 예견한 것이 되었다.

권고안 때문에 양산된 수많은 희생자들

 왜 작은 암을, 그것도 어떻게 치료해도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암을 이렇게 지나치게 치료하게 만든 것일까?
 왜 작은 암을, 그것도 어떻게 치료해도 생존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암을 이렇게 지나치게 치료하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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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법도 법이니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설혹 권고안이 법이라 하더라도 그 법의 해석이나 적용은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그 법을 만든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을 적용해 만든 것이라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에게 연금을 주는 법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실제 진료 상황에서 저위험도암을 반드시 일엽절제술(한쪽만 떼어내는 것)을 한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는 한쪽만 떼어도 되는 경우인데 환자에게 설명할 때 암의 위치가 나쁘다느니, 모양이 꺼림칙하다느니, 피막을 침범했다느니 하여 전절제술을 권하는 경우를 경험한 환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권고안이 있기 때문에 의사는 마음 편하게 환자에게 전절제술을 권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결과 수많은 희생자들이 양산된 것이다. 권고안은 법이 아니며 절대적인 진료 지침도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바르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데 참고하는 것이지 획일적으로 따라야 하는 지침이 아니다.

환자의 안녕을 위하여 이제라도 권고안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고 환자의 소망과 형편에 맞추어 개개 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소극적인 수술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지 의사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작은 크기의 갑상선암을 수술할 때에는 권고안대로 무조건 획일적으로 한쪽 엽을 제거하기보다 암을 포함한 갑상선 일부를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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