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종영한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의 한 장면.

25일 종영한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의 한 장면. ⓒ tvN


영화<라스트 베가스>와 <레드: 더 레전드>의 소감들을 보면 노년 배우에 대한 극찬이 이어진다. 역시나 노년의 배우들이 활약을 펼친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는 어땠을까? 우리나라의 대표적 '할배 배우'인 이순재, 변희봉, 장광 등에 대한 헌정사라기엔 어쩐지 많이 아쉬웠다. 그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했다는 점만 보면 여러 모로 부족해보였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변희봉 선생을 모신 건 봉준호 감독이었다. 드라마 <수사반장> 때부터 변희봉 선생의 팬이었던 봉 감독은 그를 자신의 작품에서 구희봉 반장으로 살려냈다. 영화의 주연은 아니었지만 기억에 남을 캐릭터를 선사했다. 이런 게 헌정 아닐까.

<꽃보다 할배>의 딜레마는 노년의 배우들에게 젊은이들의 흉내를 내게 한 지점에 있다. 그들이 아이돌과 젊은 배우 흉내를 낸다고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회춘 느와르'를 내걸었던 이 드라마는 말 그대로 관록의 배우를 회춘시켰다.

드라마는 경찰청의 골칫거리인 수사반 이준혁(이순재 분), 한원빈(변희봉 분), 전강석(장광 분)을 내세웠다. 절대 기억력을 지닌 독불장군 이준혁, 천하의 바람둥이 한원빈, 강인한 체력의 전강석, 그리고 이들의 라이벌인 박정우(김희철 분)이 한 팀이다. 팀워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팀이 '골드피시'라는 정체불명의 범죄 집단을 수사하다가 박정우를 제외하고 모두 노년이 된다는 게 드라마의 주요 설정이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노년이 된 이들이 겪는 일들과 젊음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꽃할배 수사대>의 골격이다. 불세출의 배우들이지만 노년 배우들이 젊은 척 연기하는 모습은 오글거릴 수밖에 없다. 문득 회춘의 의미를 '젊은 척하는 모습', '젊음을 되돌려 받음'으로 정의한 게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으로서의 당당함을 보이는 게 아닌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이가 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변함없는 기본 논리를 <꽃할배 수사대>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며 능청을 떨거나 에이핑크 춤까지 선보이며 고군분투하신 장광 선생님의 연기는 '애교'를 넘어 '리얼'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노년의 배우들은 젊음을 연기하는데 어색함이 없는데, 젊은 배우들이 젊음을 연기하는 게 어색했던 게 아쉬웠을 정도다.

성의 없는 조합과 이야기의 어설픔이 추억이 될 수도 있었을 <꽃할배 수사대>의 발목을 잡았던 걸로 보인다. 오히려 노년 배우의 관록과 카리스마가 빛날 수 있는 느와르였다면 어땠을까. 노년의 할배들이 수사를 하기 위해 굳이 젊음을 불러들여야 했던 회춘이 아쉽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꽃할배 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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