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K리그 올스타전이 성대한 축제로 막을 내렸다.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비가 뿌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5만 명의 축구팬들이 스탠드를 가득 채우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올스타전 관중이 5만 명을 넘은 건 무려 11년 만의 일이다. 관중 동원은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팀과 K리그 챌린지팀(2부리그)이 경쟁하는 구도로 구성됐던 지난해 올스타전의 경우 유료 관중이 총 1만1148명으로 최근 10여 년간 최소관중에 그쳐 실패한 올스타전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과 비교해면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역 외 은퇴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데다 날씨 등의 영향으로 경기력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무려 12골이 터지는 화끈한 공격 축구가 펼쳐지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다양한 골 세리머니와 재기 넘치는 퍼포먼스들은 올스타전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이번 올스타전의 성공적인 개최는 주최 측의 치밀한 준비와 스토리, 쇼맨십, 그리고 팬들의 호응이 더해졌을 때 축구가 좀더 매력적인 컨텐츠로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한편으로 올해 K리그 올스타전이 이번에도 박지성과 히딩크 같은 '2002년의 아이콘'들에 의지한 추억팔이가 강했다는 한계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주객전도의 모양새는 다소 아쉽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박지성의 공식 은퇴경기를 겸했다. K리그에서 활약한 적이 없는 박지성이지만, 그가 한국축구의 아이콘으로서 미친 상징성을 감안할 때 K리그 올스타전을 빌려 국내팬들에게 고별무대를 가진다고 문제될 것은 아니다. 다만 'K리그'의 올스타전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나, 마치 박지성 자선경기의 연장선 혹은 2년 전 월드컵 10주년 기념경기의 재방송이 되어버린 듯한 주객전도의 모양새는 다소 아쉽다.

심지어 박지성과 히딩크의 포옹 세리머니, 김병지의 드리블 퍼포먼스 등도 모두 월드컵의 추억에 의존한 재탕들에 가까웠다. 이근호와 김승규 등 월드컵을 통해 인지도를 높은 K리거 스타들도 있기는 했지만, 팬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박지성 같은 2002년의 영웅들을 부각시킨 기획에 더 쏠릴 수밖에 없었다. K리그보다는 대표팀에서의 활약상과 공헌도가 빛나는 몇몇 슈퍼스타들을 중심으로 K리그가 조연이 된 듯한 모양새는 따지고 보면 한국축구의 오랜 딜레마와도 무관하지 않다.

박지성뿐 아니라 이영표나 히딩크 같은 2002년의 인물들이 대거 가세한 것도 이런 느낌을 더 강하게 했다. 모두 한국축구에 미친 영향력이 크고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스타들이라고는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언제까지 10여 년 전의 '화려한 과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가하는 한국축구의 빈약한 컨텐츠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냉정히 말하면 이러한 슈퍼스타들의 티켓파워 없이 온전히 K리그 올스타전이라는 기획만으로 5만 명이 넘는 팬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박지성과 2002년의 추억을 복기하는데만 외형적으로 치우치다 보니 K리그만의 고유한 매력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부각시키는데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K리그 챌린지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이번 올스타전에서 소외됐다.

K리그의 진정한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팬들과 서포터즈가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이벤트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흥행이라는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K리그 모두의 축제라는 본질에서는 다소 비껴난 모양새가 두드러졌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박지성과 이영표는 은퇴했다

아쉽지만 박지성과 이영표는 이제 은퇴했다. 히딩크 감독도 언제까지 함께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한국축구에 이들을 능가할 만한 인지도와 티켓파워를 지닌 슈퍼스타는 당장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K리그 올스타전이나 월드컵 15주년, 20주년 기념 잔치를 벌일 때마다 '과거의 영웅'들을 소환하여 추억팔이에만 의지한다면 팬들도 점점 식상해하고 과거의 가치도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과거는 이제 명예롭게 아름다운 과거로 간직할 필요도 있다. 이번 올스타전은 분명히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벤트였으며 한국축구의 재건과 흥행파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지성의 은퇴와 2002년의 추억을 환기하는 마지막 기념무대라는 특수성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관심을 모으지는 못 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K리그만의 매력과 전통을 발굴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도 결국 박지성이나 히딩크를 벤치에라도 모시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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