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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기운이 넘실대는 밝은 누리를 꿈꾸며 살며 배워가는 우리들
▲ 밝은누리움터 생명 기운이 넘실대는 밝은 누리를 꿈꾸며 살며 배워가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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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문화를 일구는 삶과 교육', '문명의 합류와 전환; 과학·종교·철학', '더불어 사는 삶과 교육', '마을인문학과 문화주권', '생명농업과 생명운동', '자연의 지혜와 건강한 집짓기; 몸맘·물·불·공기·흙·나무', '살림·영성·평화'. 이 시대 삶과 문명의 대안을 끊임없이 찾고 갈구해온 이들이 '밝은누리움터'를 주목하며 던진 화두들이다.

밝은누리움터는 강원도 홍천에 세워진 중등대안학교 생동중학교와 고등·대학 통합과정 삼일학림을 통칭하는 명칭이다. 3년 전 생동중학교가 출발한 데 이어, 올해 삼일학림 여는해를 기념하며 지난 17~19일 밝은누리움터 여는 잔치가 펼쳐졌다.

생동중과 삼일학림 청소년학생과 성인학생은 물론, 더불어 사는 삶을 일구는 다양한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밝은누리움터와 연대하는 이 시대 스승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삶과 배움의 의미를 새기는 자리였다.

더불어 배우고 살아가는 삶을 함께 축하하는 이들이 한 데 어우러지며 열기로 뜨거워진 축하한마당
▲ 밝은누리움터 여는잔치 더불어 배우고 살아가는 삶을 함께 축하하는 이들이 한 데 어우러지며 열기로 뜨거워진 축하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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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지식의 양만 축적시킨 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지혜와 창의성이 부족하고 개인 위주가 되어버린 오늘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롭게 출발한 밝은누리움터가 생명과 평화를 어떻게 세워갈 것인가, 지식보다는 지혜를, 그리고 아는 것보다는 실천을, 더 나아가 이를 우리 사회 공동선을 이루는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또한 그는 "부디 이곳에서 공부한 이들이 창의성을 가지고 실천을 통해 지혜를 발견해서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를 위하는 삶을 지향하는 귀한 삼일학림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변화하고 과학과 종교, 철학의 합류를 강연했다.
▲ 이정배 통합학문연구소장 변화하고 과학과 종교, 철학의 합류를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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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통합학문연구소장은 "이런 시골에서 이렇게 똘망똘망한 눈을 갖고 있는 학생들부터 청년들, 어른들 공부하는 공동체가 또 있을까 싶고,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이런 게 우리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구나 싶고 오늘 새벽 5시 서울을 떠나면서 굉장히 가슴 벅찼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소장은 "철학은 체제 밖을 사유할 수 있는 사건이어야 하며, 과학은 부분과 전체를 아울러 조망할 수 있어야 하고, 종교는 배타성과 다원성을 넘어 새로운 보편성을 담지해야 한다"며 "위험이 가득하고 비극적인 이 시대에, 과학, 종교, 철학이 서로 합류하며 문명의 전환을 향해 꿈틀거리고 있다. 그 징조들을 예감하고 살아내는 인간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은 "삼일학림이 새 삶, 새 시대, 새 문명을 몸, 맘, 얼로 '배서 움트게' 하는 학림이 되길 바란다"면서 "새 삶과 문명을 낳기 위해서 먼저 새롭고 참된 나를 낳는 이들이 많이 나오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삼일학림'의 삼일(三一)이 깊은 뜻을 담고 있다며 삼일운동 등 우리나라 정신과 철학과 연관지어 풀이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의 발전과 개발 문명에서 보존과 복원 문명으로 가야 하는 전환의 시대에, 세월호 참사에서 봤다시피 지금 침몰해가는 우리 생명호를 바로잡는 문명의 구원대 역할,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할 중요한 일"이라고 당부했다.

밝은누리움터는, 서로 돕고 나누며 먹고 입고 살고 즐기는 삶을 스스로 일구는 마을공동체를 토대로 세워진 배움터이다. 삶에 기반한 교육의 가치를 거론한 이들도 있다.

서울 북한산자락 인수마을공동체를 방문한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 사회에 많은 공동체와 마을이 만들어지고 스스로의 성취를 위해 함께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과 마을공동체 이 두 요소를 잘 결합한 밝은누리움터가 우리 시대에 공동체를 더 확장하고 더 심화시켜가고 계신 것에 감사드리고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누구나 자기 삶을 노래할 수 있는, 문화주권이 실현되는 곳이 바로 마을공동체
▲ 임재해 안동대 민속학교수 누구나 자기 삶을 노래할 수 있는, 문화주권이 실현되는 곳이 바로 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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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해 안동대 민속학 교수는 우리 문화의 인문학적 가치를 들며 "예전에는 누구나 자기 삶에서 느끼는 감흥을 자기 사설로 노래 부를 수 있었다. 누구든지 화가가 되고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곳이 마을이다. 일상생활을 인간답게 할 수 있는 생활양식인 문화주권, 마을공동체는 문화 상품화를 넘어 문화주권이 실현되는 곳이다"고 풀이했다.

생명농업을 실천해온 삶을 증언하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생명농업을 실천해온 삶을 증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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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강연에 앞서 밝은누리움터 터전을 둘러본 소감을 밝혔다. 특히 홍천 귀촌 초기부터 생태뒷간을 지어 똥오줌을 발효시켜 밭거름으로 쓰고 있는 점을 주목하며, 인분으로 퇴비를 만드는 생명순환 농법을 높이 평가했다. 일찍이 1909년 미 농무성(USDA) 토양관리국장이 쓴 책에 4천년 동안 식량·농업의 지혜가 이어진 한·중·일을 세계 유기농의 원류로 본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김 전 정관은 1998년 '대한민국 친환경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유기농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나간 이야기를 전하며, 한편 GMO, 제초제를 판매하는 다국적기업이 유기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잔치에 걸맞게, 덩실덩실 신명나는 우리춤사위를 보여주셨다.
▲ 박형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이사장 잔치에 걸맞게, 덩실덩실 신명나는 우리춤사위를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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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연세의 문동환 한신대 명예교수, 박형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이사장도 자리해서, 이 시대를 다르게 살아가는 청소년, 청년들과 기운을 주고받으려는 열정을 보였다. 문동환 교수는 "교육은 변화를 초래하는 과정"이라며 "여러분 나름으로 멋있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창출하라"고 당부했다.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공동체를 일구는 삶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 문동환 한신대 명예교수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공동체를 일구는 삶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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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누리움터가 걸어가는 걸음을 응원하는 250여 명이 모인 기념잔치는, 박형규 목사를 비롯해 너도나도 절로 춤추며 모두가 '밝은누리'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는 신명나는 한마당으로 마무리되었다. 생명 기운이 꺾이는 무수한 사건들을 마주하는 이 시대에,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창조성과 주체성을 키워가는 밝은누리움터는 오늘도 미래문명의 희망으로 흥겨움이 넘실댄다.


태그:#밝은누리움터, #삼일학림, #마을공동체, #대안교육, #마을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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