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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7일 오후 8시 10분]

이석기 내란사건으로 구속된 남편 조양원(사회동향연구소 대표)씨의 부인 엄경희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고 있다.
 이석기 내란사건으로 구속된 남편 조양원(사회동향연구소 대표)씨의 부인 엄경희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고 있다.
ⓒ 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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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이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자 가족대책위원회'가 가톨릭의 본산지 로마를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러 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엄경희씨의 남편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1심 재판에서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또 이석기 의원은 징역 12년,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7년의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오는 28일은 2심 재판으로 검찰 구형을 앞두고 있다.

엄씨는 교우이자 가족대책위원장을 맡은 박사옥(구속자 홍순석의 부인)씨와 함께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써준 편지 한 장을 들고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난생 처음 와보는 바티칸은 치솟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취나마 엿보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개인알현과 일반알현 미사에 대하여
개인미사 후 알현은 초대된 소수만 어떤 방에서 교황님 집전 미사 후 인사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일반알현은 바티칸 광장에서 미사없이 교황님이 메세지 주신 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 알현도 교황님 주변에 있는 블럭에 가려면 일반알현 신청하고 5년은 기다려야 할정도로 교황만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교황을 만나기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신자들 때문에 '개인알현'은 꿈도 꾸기 어렵고, '일반알현'도 쉽지 않다.

최근 너무 많은 지원자가 몰려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도 들렸지만, 그는 '교황을 만날 수 있는 강한 믿음이 있으면 반드시 만난다, 간절하게 원하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기도하면 예수님은 그 믿음과 기도에 응답을 해주신다'는 소망을 품고 실낱같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마침내...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나다

위쪽 사진은 또소 주교가 6월에 방한 했을 때 이석기 의원에게 직접 써 준 메세지와 
아랫것은 로마 갔을 때 턱슨 추기경이 가족들에게 써 준 메세지의 내용
 위쪽 사진은 또소 주교가 6월에 방한 했을 때 이석기 의원에게 직접 써 준 메세지와 아랫것은 로마 갔을 때 턱슨 추기경이 가족들에게 써 준 메세지의 내용
ⓒ 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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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도는 기적처럼 현실이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있는 예수로 불리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났다. 교황 앞에 선 그는 간절히 호소했다.

"도와주세요, 한국에서 저희 남편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희 남편은 평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며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후 손을 꼭 잡으며 이야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눈물 흘리는 엄씨의 머리에 손을 올려 강복했다. 이후 박사옥씨에게 직접 강복을 주시고 박사옥 대표가 전한 가족들 개개인의 편지를 교황님이 직접 받았다.

엄경희씨는 요즘 근황에 대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사건들이 많고 특히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데 가서 조용히 연대도하고 미쳐 못 받은 탄원서도 받으러 다니고 있다"면서 "이석기 내란사건은 우리만의 사건이 아니고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분단의 트라우마 속에 만들어진 사건이기에 진보당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라고 하루속히 구속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음은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구속자 가족 엄경희(47)씨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서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엄씨로부터 25일 받았다.

-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난 사연은 무엇인가요?
"5월 7일은 우리가 로마로 출국한 날입니다. 교황님은 5월 14일 바티칸 광장에서 일반알현하면서 뵈었습니다. 교황님을 만나러 간 이유는 한국에서는 처음 사건이 나서 종북몰이용으로 마타도어를 당하고 난 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교황님을 만나서 억울함을 알리고, 또한 이석기 의원님을 비롯해서 제 남편 조양원(사회동향연구소 대표)·김홍렬(통합진보당 경기도당위원장) 등 세 사람이 천주교신자이고 가족들 중에도 천주교 신자가 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교회에 호소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교회의 수장이신 교황님께 '내란음모 사건'이 조작되었고, 구속된 사람들이 국가와 언론의 마타도어에 의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것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러 갔습니다."

- 교황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남 자체가 어려웠을텐데 솔직히 기대를 가지고 갔나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기도해주셨던 수원교구의 한 신부님은 '만날 수 있는 강한 믿음이 있으면 반드시 만난다' '간절하게 원하고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기도하면 예수님은 그 믿음과 기도에 응답을 해주신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우린 그 말씀을 믿었고 신부님의 말처럼 그 믿음이 현실에서 실현이 되었습니다."

- 이번 사건을 통해 종교가 더 큰 힘이 되었을 것 같군요.
"작년 8월 28일 내란음모 사건이 발생한 후 <한국일보>에 왜곡되고 조작된 녹취록이 실리고 보수언론에서는 선정적으로 총, 칼, 폭력, 내란이라는 단어들이 넘쳐났어요. 심지어 진보언론이라는 곳에서도 돈키호테, 낡은 세력, 골방 혁명세력 등으로 조롱하는 분위기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어요. 종교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힘이었죠. 천주교의 강우일 대주교님(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포함해 4대종단의 어르신들이 저희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주시고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중 제일 먼저 함께 해 주셨던 분은 인권운동가이신 박래군 대표님입니다. 사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저희 가족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의 여론이 만들어지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 이용훈 주교가 써준 '편지'에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이용훈 주교님의 편지 내용은 저희들도 모릅니다. 주교님이 봉인해서 보낸 것입니다."

- 이탈리아에 가서 턱슨 추기경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턱슨 추기경을 만나기 전에 토소 대주교를 먼저 만나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우리들에게 도움을 줄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턱슨 추기경에게 우리의 억울한 사정과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후퇴, 그리고 종교인들에게 가해지는 종북 마녀사냥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턱슨 추기경께서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시고 '여러분들이 하시는 일에 신의 가호와 안내가 있기를! 신께서 여러분을, 특히 감옥에 계신 분과 여러모로 고통 받으시는 분들을 축복하시고 지켜주기를 바랍니다'는 친필 엽서를 써주셨습니다."

- 교황에게 전한 말은 무엇인가요?
"어눌한 이태리어로 '도와주세요 제발, 한국에서 저희 남편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희 남편은 평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응답했어요. 그리고 제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시며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셨어요. 그리고 손도 꼭 잡아주시고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제 머리에 손을 올려서 강복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같이 갔던 박사옥(가족대책위원회 대표)에게도 손을 잡아 주시고 박사옥 대표가 건네 드린 저희 가족 7명의 개개인 편지를 직접 받으셨어요. 그리고 박사옥 대표도 강복을 해 주셨습니다."

분단의 트라우마 이석기 사건... "진보당만의 문제 아니다"

지난 6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구속자 가족대책위원회’가 가톨릭의 본산지 로마를 찾아 또소 주교님과 면담하고 있다
 지난 6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구속자 가족대책위원회’가 가톨릭의 본산지 로마를 찾아 또소 주교님과 면담하고 있다
ⓒ 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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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근황을 이야기해 주세요.
"우리의 사건은 우리만의 사건이 아니고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분단의 트라우마 속에 만들어진 사건이기에 진보당만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사건들이 많고 특히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데 가서 조용히 연대도하고 미쳐 못 받은 탄원서도 받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 남편 포함 7명이 종북으로 몰렸는데 '구속된 사유'가 뭐라 보나요?
"내란음모사건이 조작되던 시기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2012년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댓글조작과 모든 공권기관을 동원한 전방위적인 부정선거로 당선 된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2013년 8월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확대되어 정권이 불안정하던 시기였습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정부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중심이 되어 마타도어 <한국일보>에 국정원 프락치가 3년 동안 내사한 녹취록을 조작해서 보도한 후 중앙 TV방송들이 받아 내보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부정선거 규탄에서 종북척결로 돌려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조작한 사건이라고 봅니다."

- 남편 죄명은 무엇인가요?
"이석기 의원은 내란음모, 선동, 국가보안법으로 징역 12년, 김홍렬 위원장은 내란음모, 선동, 국가보안법으로 7년, 저희 남편 조양원 대표와 김근래 부위원장은 7년, 홍순석 부위원장은 6년, 한동근 이사장은 4년을 받았습니다."

내란음모 사건... '도둑이 매를 든 격'

- 재판과정에서 1심에서 1천 곳 이상 고쳐졌고, 2심 재판도 400곳 이상 고쳐진 게 밝혀졌습니다. 오는 28일 검찰구형을 앞두고 있는데 심정은?
"이 사건은 '도둑이 매를 든 격'입니다. 사건을 기소한 주심검사 중 정재욱 검사는 서울시의원 김형식 의원에 의해 청부 살해된 송모씨로부터 2000년대 초부터 10여 차례에 178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주심검사에서 빠진 일이 최근에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14일 재판장에 나와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검찰이 누구를 단죄 할 수 있는지 가족들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이 재판은 무효가 되어서 구속된 분들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정원이 써 준 녹취록을 그대로 받아쓴 <한국일보> 기자들이 2013년 기자상을 받았다고 했을 때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그들이 함부로 휘두른 펜에 심장이 찔려서 사회적으로 생매장을 당하고 있습니다. 녹취록은 1차 재판에서 1천여 곳, 2차 재판에서 4백여 곳을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그런 기사를 쓴 기자들이 '올해의 기사상'을 받았다는 것은 충격입니다. 이 사건의 국정원에서 무리하게 조작하다 보니 녹취록뿐 아니라 증거자료라는 것들도 불법으로 조작, 채택된 것이 가족으로서는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7월 28일 검찰이 2심 구형을 하는 날입니다. 2주 후 8월 11일 선고가 있는 날입니다.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힘들고 무엇이든지 만나서 호소할 때가 있는 곳이라면 거의 모든 생활을 접고 뛰어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구속자들이 8월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끝으로 기사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무도 우리의 손을 붙잡지 않으려 했을 때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엄경희,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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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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