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다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큰아들인 유동환씨가 25일 오후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열린 '2차 밀양 희망버스'의 약식집회에서 연설하면서 "한전은 유가족한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다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의 큰아들인 유동환씨가 25일 오후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열린 '2차 밀양 희망버스'의 약식집회에서 연설하면서 "한전은 유가족한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230일 넘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냉동고에 있는 시신이 있다. 유족은 청와대·국회·중앙정부청사·경찰청·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한전)· 밀양시를 찾아갔지만 어디도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밀양사람' 고 유한숙(당시 74세) 할아버지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했던 고인은 2013년 12월 6일 숨을 거두었고 시신은 현재 밀양 한 장례식장 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다.

고인은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에 축사를 두고 돼지를 키워 왔다. 축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9번 철탑이 세워지는데, 고인은 한전측으로부터 보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실의에 빠져 음독했고 사흘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경찰은 고인의 사망 원인이 송전탑 때문이라 단정하지 않고 '복합적'이라 밝혔다. 그러나 유족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고인이 경찰 앞에서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경찰이 사인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경찰에 대해 원인을 제대로 밝혀 줄 것을, 한전에 대해 축사를 이주(보상)시켜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큰아들 유동환(44)씨는 최근까지 상경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냉동고 보관비용은 유족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유동환씨를 25일 만났다.

- 얼마 전에는 서울에 가서 1인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하던데.
"청와대, 국회, 중앙정부청사, 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뿐만 아니라 한전도 찾아갔다. 1인시위를 하기도 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호소하기도 했다.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다. 답답하다."

-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민원비서관 두 명을 만났는데, 증거가 있으면 법적으로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는 증거가 있으면 왜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했다. 청와대에 찾아가고 해서 그런지, 그 뒤에 한전에서 연락이 와서 만나기도 했다."

- 산업자원부는 어떤 태도인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산업자원부 장관이 조화를 보내고, 에너지정책실장이 밀양에 있던 빈소까지 조문을 왔다. 그것 자체가 아버지의 죽음에 정부가 책임이 있다는 의미 아니냐. 정부 책임이 없는데 왜 장관이 조화를 보내고 간부가 조문을 왔겠느냐. 아버지 죽음에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 조계사 화쟁위원회에도 호소했다고 하던데.
"처음에는 대책위에서 갈등해결센터를 소개해주어 호소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3자 협상을 해보자는 차원이었는데, 한전측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 했다. 그 뒤에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 스님을 만나 말씀을 드렸다. 청와대에 가도, 정치권에 호소해도 잘 되지 않아서 종교계에 호소했던 것이다. 화쟁위를 통해 한전 측을 서너 차례 만났는데, 나오는 이야기는 그대로다. 협상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답답하다."

- 유족들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무엇인지?
"축사 이주보상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직후 경찰과 한전 관계자들이 와서 했던 말이 있다. 그 때는 한전이 축사를 매입하고 이주하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한전은 이주보상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한다. 이주보상하면 다른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고, 한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하더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이주보상을 이야기 해놓고는 지금 와서 그런 적이 없다 하고, 형평성 이야기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 이주보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축사에서 송전선로 경과지까지 거리가 논란이다. 제가 볼 때는 150m 내지 180m 정도인데, 한전은 그보다 더 멀다고 본다. 경과지가 무단으로 변경되었다. 이전에는 축사에서 650~800m 가량 떨어져 있었는데, 변경된 경과지는 더 가까워진 것이다. 2013년 1월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은 논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해 분신자살했는데, 그 때 한전에서 보상합의해 장례를 치렀다. 그곳은 논이고, 여기는 돼지를 키우는 축사이기에 기준이 달라야 한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돼지를 키울 수 없고, 수정도 잘 안된다고 한다. 당연히 이주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다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는 밀양 상동면 고정리에서 축사를 지어놓고 돼지를 키우고 있었다. 유 할아버지는 2013년 12월 4일 음독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나흘 뒤 사망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다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는 밀양 상동면 고정리에서 축사를 지어놓고 돼지를 키우고 있었다. 유 할아버지는 2013년 12월 4일 음독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나흘 뒤 사망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 송전탑으로 인한 축사 피해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는데.
"일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나중에 피해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보상을 요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말이 안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셔도 이러는데 나중에 어떻게 보상을 해준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아버지는 송전탑이 들어서면 돼지를 키울 수 없을 것이라고 봤고, 그래서 음독하셨던 것이다."

- 지금까지 한전의 협상 태도는?
"이전에 한전 관계자를 만났을 때 장례비용은 부담하겠다고 하더라. 아버지 죽음이 한전 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 장례비용은 왜 부담하느냐고 했더니 도의적 책임이라 하더라. 한전 관계자와 1주일 전까지 연락을 했고, 최근에는 아무 연락이 없다. 유족 관점에서 볼 때 한전은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 그동안 시간만 끌면서 공사만 진행했고, 그러는 사이 고정마을 주민들과 보상합의를 했는데, 그것은 유족을 우롱한 것이다."

- 경찰에 대해 '사인 왜곡'이라 주장했는데.
"아버지가 음독한 당일 병원에 있을 때, 밀양경찰서 경찰관이 와서 '어르신 왜 그러셨습니까'라고 여쭈었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분명하게 침대에 앉아서 '765 송전탑 때문에 살기 싫어서 약 먹고 죽으려고 했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경찰은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녹음했다. 그런데 경찰은 아버지 육성파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육성파일을 공개하면 아버지는 송전탑 때문에 음독한 게 분명해지는 것이고, 그러면 정부 책임인 것이다."

- 경찰에 사인 규명을 계속 요구하는지?
"국회의원실을 통해서도 하고 있는데, 육성파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아버지의 사인을 왜곡했다. 그러니까 한전도 저렇게 나오는 것이고, 정부가 무책임하게 나오는 것이다.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이 든다."

-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관계는 어떤지.
"대책위가 어떻게 하든 적극 나서야 한다. 대책위도 여력이 없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찾아와서 '개죽음으로 만들면 안된다'며 함께 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 없다는 말만 하겠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유족이 말씀하는 부분과 많이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 협상이 소강상태다"며 "축사와 송전선로의 거리는 300m 정도로, 보상 규정으로 볼 때 이주대상은 아니다.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밀양 송전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