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5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유가족과 수만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를 마치고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를 막아서자 유가족들이 비가 쏟아지는 바닥에 앉아 대치하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유가족과 수만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를 마치고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를 막아서자 유가족들이 비가 쏟아지는 바닥에 앉아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不信)을 받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이유에서부터 그 뒤의 구조상황 그리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변사체 발견 등 최근 상황에 국민들의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말의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혀내겠다고 했지만 허망한 선거 공약처럼 그 약속도 물거품이 돼버렸고, 그런 과정에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사실 돌이켜 보면 그러한 국민의 불신은 이 사태를 대하는 국가권력의 잘못된 인식이나,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간의 상황에 기인한다. 여당의 최고위원 중 하나는 "이번 사고는 교통사고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총체적 진실을 밝혀내라는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자는 특별법 제정 반대 내용이 담겨 있는 메시지를 유포하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 여당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이 사고를 축소하려 하는 듯하고, 근본 처방에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장면들이 사건 이후 100일이 넘은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나는 정부여당이 이번 사건을 일부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려고 지속적으로 작업해왔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세월호 선장에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뒤집어 씌우려고 했고, 바로 이어 구원파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만 잡으면 모든 '악'이 일소되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처럼 유도해왔다.

결국 변사체로 발견된 유 회장으로 인해 검·경의 능력에 대한 불신까지 자초했지만, 304명이라는 인명이 죽은 사고의 원인이 어느 한 사람에게 있다는 듯 여론몰이를 한 것은, 더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숨기려는 그들의 의도를 더 선명히 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도 이제는 그런 의도를 깨닫고 있다.

또 정부와 주류 언론은 선박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고도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이 선박의 무리한 증축, 과적, 급격한 변침에 있으니 그것을 앞으로 방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물론 선박 자체의 관리·감독이나 재난대비 훈련상태, 구조체계 등을 정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다. 그것은 피상적으로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또 있다. 기득권 세력은 이번 사태를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의 문제로 몰아가려고도 한다. 사고가 났고 희생이 있었으니 그에 적절한 보상만 해주면 일이 끝난다는 사고방식이다. '교통사고' 발언은 그러한 그들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 돈으로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천박한' 생각은 돈을 가진 기득권자들에게는 쉬운 해결방식일는지 모르겠으나 또다시 어느 곳에서인가 죄없는 아이들과 국민들을 사지로 모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물론 유병언 전 회장의 책임이나 선박의 재난대비 준비상태, 적절한 보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담당기관과 부서에서 진행할 일이라는 이야기다.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불신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의 보다 근원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관피아 또는 해피아들간의 유착관계를 청산해 주기를 바라고 있고,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나서서 통합적인 콘트롤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주길 바란다.

이번 사고에서도 명확한 지휘시스템에 의해서 관련 구조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구조에 나섰다면 훨씬 더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 않은가. 온갖 로비를 통해서 돈이 돈을 먹여주는 기득권층의 유착관계도 이번 기회에 척결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어떤 곳, 금융사고나 건설(건물) 사고, 4대강 같은 생태재앙, 핵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어떤 희생이 도래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참사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문제, 즉 단순한 여객선박의 운행지침 차원이 아니라 선박산업에까지 확산된 우리 고용구조의 문제, 비정규직의 문제까지 성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에 선장이 월급 270만 원의 비정규직 대타 선장이 아니었다면, 304명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탈출명령도 내리지 않고 자기만 빠져나오는 어이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기 일에 대한 아무런 소명의식이나 책임의식이 없는 노동자를 길러내는 이 탐욕의 자본주의 시스템, 그 구조를 뜯어 고치지 않는다면 제2의 이준석 선장은 다시 나올 것이다. 노동자가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감정과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대접받는 고용구조, 인간적 존중과 배려의 관계성이 회복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도덕한 탐욕과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자공의 질문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란 경제, 군사 그리고 백성들의 신뢰'라고.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먼저 군사를 버리고 다음으로 경제를 버리고, 마지막으로 신뢰를 버리라고 했다. 예부터 백성이 죽는 일을 겪지 않은 나라가 없었지만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우리 상황과 대비해 보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현 정부가 걱정스럽다.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검찰과 경찰, 이번 사고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청와대, 자식을 가슴에 품고 제발 진상규명만이라도 해달라는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정부 여당의 관료와 정치인들, 신뢰를 잃은 그들도 안타깝지만 그런 정부를 정부라고 믿고 살아야 하는 이 나라의 백성들은 더욱 더 눈물겹고 애처로운 사람들 아닐까.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경구는 그들에겐 한갓 선현이 말한 종이쪽에 불과한 것일까. 이렇게 무능하게 임시방편으로 슬쩍 넘어가려다간 그들의 권력 또한 국민에 의해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게 증명되기까지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세월이 흘러도 잊지 않을 국민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이 사고의 추후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자본과 권력의 부조리와 탐욕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4·16특별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으로부터 사회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태그:#세월호, #무신불립, #416특별법, #국회, #네눈물을기억하라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