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포스터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포스터 ⓒ Shiff&Biki


서울에 '청소년'이 있다면 부산에는 '어린이'가 있다. 영화제 이야기다.

16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청소년영화제)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의 주요 상영작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들이 희생되면서 청소년영화제의 책임감도 조금 커진 모습이다.

같은 날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이하 어린이영화제)는 개막식을 갖고 9번째 행사의 문을 열었다. 초등학생들과 교사,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한 개막식은 초등학생들이 직접 사회를 맡아 어린이 영화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 영화제들이 주로 아시아영화나 판타스틱영화, 음악영화 등의 특정한 주제나 장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면, 청소년영화제와 어린이영화제는 어린이나 청소년 등 특정 세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는 영화제들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관람가 영화나 12세 이상 또는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들이 대부분이라 사실상 가족들을 위한 영화제로 볼 수 있다. 모든 세대들이 함께하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제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두 지역 모두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면서 일부에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 영상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수교육감들보다는 진보교육감들이 상대적으로 영화나 영상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어린이영화제 개막식에는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여의치 않은 일정에도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관심을 표명해 영화제 스태프들을 고무시켰다. 청소년영화제도 올해 조희연 교욱감을 개막식에 초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세월호 아픔에 책임통감, 영화 통한 유가족 위로 희망"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청소년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희철 프로그래머, 김영배 조직위원장, 김종협 집행위원장, 방은진 집행위원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청소년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희철 프로그래머, 김영배 조직위원장, 김종협 집행위원장, 방은진 집행위원 ⓒ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16회를 맞아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올해 청소년영화제에는 모두 40개국 14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배움이 있고 대중적인 영화제라는 것이 올해의 특징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영화제에 담았다.

공식 슬로건인 '바이 유어 사이드(By Your Side)'는 '내 곁에, 내 옆에, 서로 함께'라는 뜻이다. 기성세대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사회·학교·가정 등 다양한 상황에서 상처받은 어린이와 학생들의 마음을 보듬고 그들 곁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따듯한 동반자와 안식처가 되겠다는 영화제의 바람이 담겨 있다.

김종현 집행위원장은 "청소년영화제라는 이름이 무겁다"며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식이나 일반 상영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교사, 학생들을 초청하고 싶다"면서 "일반상영작 중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가 있어 세월호 유가족들의 관람을 타진해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개막작은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재즈 색소폰 연주자를 꿈꾸는 14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꼬마 재즈왕 펠릭스>가 선정됐다. 어린이와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작품이 주로 선보이고, 최근 개봉해 주목받은 <한공주> <도희야> 등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상영된다. 가정 폭력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장·단편 7편을 선정한 가정폭력특별전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홍보대사로 배우 여진구와 백진희가 선정돼 개막식을 비롯한 주요 행사에 함께 한다. 8월 23일의 개막식은 예전과는 달리 한강 반포지구 세빛섬에서 열리며, 개막공연은 YB(윤도현밴드)가 재능기부를 해 주기로 했다고 영화제 측은 밝혔다. 개막식을 제외한 일반상영과 나머지 행사는 성북구의 아리랑시네센터와 성북아트홀 등에서 열린다.

올해는 영화제를 지원하는 성북구가 예산지원을 반으로 줄이면서 영화제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지역 국회의원과 구의원 등이 영화제 개막식 의전이 부족하다며 영화제 측 인사와 충돌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영화제 관계자는 전했다.  

청소년영화제는 영어교사 출신인 김종현 위원장이 1회부터 줄곧 이끌어오고 있다. 10억 안팎의 적은 예산이지만, 미래 영화인재 육성을 목적과 사명감으로 영화제를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그래머와 스태프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이에 따른 문제제기가 이어져 최근 영진위 불공정센터가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결과에 따라 영화제에 적잖은 부담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종현 위원장은 "그간 운영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공식적인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앞으로는 그런 논란이 없도록 올해부터는 영화제 운영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통일되지 못한 나라, 원자력발전소 어른들이 해결해야"

 23일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 <킬라 더 포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상화 집행위원장

23일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 <킬라 더 포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상화 집행위원장 ⓒ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통일되지 못한 나라와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의 문제를 어른들이 해결하지 않으면 어린이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영화로 소통하길 희망한다."

지난 23일 어린이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제를 만들어 9회째 이끌어 오고 있는 김 위원장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는 지난해 서울에서 구로어린이영화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 영화제였다. 일반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차별성 있는 영화제로 꼽히며 초등학생과 학부모 등으로부터는 인기를 끌고 있다.

해가 갈수록 호응이 좋다는 것이 영화제 관계자의 자랑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23일 개막해 27일까지 5일간 개최되는 행사는 연일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행사가 열리는 부산 영화의 전당은 어린이 관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주요 상영작을 보면, <피부색깔 꿀색>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구니스> <오세암> 등으로 최근 개봉작부터 고전에 속하는 영화까지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중심이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구축돼 해외 어린이영화제들과 연대를 이루고 있고, 서울에서 구로어린이영화제가 준비될 때도 각종 자료를 지원해 주면서 후견인 노릇을 하기도 했다.

어린이영화제는 서울의 청소년영화제와 비슷하게 지역의 대표적 독립영화인인 김상화 위원장이 거의 홀로 꾸려오고 있는 행사다. 1억 5천만 원의 적은 예산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영화제의 성과만큼 부산시의 관심이 덜한 상태다. 부산으로 이전한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어린이영화제가 각종 지원 사업에 공모했음에도 배제할 만큼 미래 영화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가 큰 범위에서 어린이영화제를 껴안으려고 하고 있다는 점은 힘이 되고 있다. 부산영화제 측은 최근 어린이영화제를 함께 꾸려나가는 방식을 제안한 상태다. 위원장은 따로 두지만 인력은 합쳐서 하나의 틀 안에서 영화제를 운영하자는 것으로 어린이영화제는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는 부산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객원 프로그래머로 어린이영화제를 돕고 있다.

어린이영화제는 10회를 맞는 내년부터는 청소년영화제로의 명칭 변경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청소년이 어린이까지 해당되는 점에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영화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청소년영화제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영화제는 올해 영화 <킬라 더 포트>를 놓고 청소년영화제와 미묘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상영을 원해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는데, 결국 어린이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청소년영화제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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