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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을 야권 단일후보가 된 정의당 노회찬 후보(오른쪽)가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서울 동작을 야권 단일후보가 된 정의당 노회찬 후보(오른쪽)가 2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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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긴박한 하루였다. 7·30 재보선의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4일, 선거판이 크게 흔들렸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단일화가 극적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두 당 후보들의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의당은 어떻게든 묻혀가는 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고,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도 이번 선거가 6·4 지방선거의 '연장전' 성격으로 진행되는 만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노회찬 후보가 먼저 고도의 정치력이 돋보이는 제안을 한 서울 동작을에서는 기동민 후보의 양보로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다. 그리고 동작을 발(發) 단일화 바람은 순풍을 타고 번져 나갔다. 기 후보의 사퇴 발표를 기점으로, 모든 단일화 작업이 순식간에 마무리된 것이다.

수원에서 정의당의 천호선, 이정미 후보가 새정치연합의 박광온, 손학규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사실 기동민 후보가 사퇴할 경우, 수원에서는 정의당 후보들이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 선거는 야권에 굉장히 유리한 선거였다. 하지만, '질 수 없는 선거를 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새정치연합은, 이번에도 공천 작업에서의 '헛발질'을 거듭했다. 유리했던 판세를 기어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스스로 '보정'해낸 것이다.

하지만 동작을 노회찬 후보의 예리한 정치력을 시작으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후보들간의 단일화가 마무리됨으로 인해 다시 야권이 해볼 만한 판세가 됐다. 결과가 어찌 나오든, 지금까지 진행된 야권의 단일화에는 노회찬 후보가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새누리당의 '후보단일화' 비판, 과도하다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갖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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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이번 단일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새누리당의 반응이다. 판세가 급격히 바뀌자, 새누리당은 잇단 비판을 내놨다. 심지어 "꾼들의 짝짓기" "짜고치는 고스톱" 등의 격렬한 표현까지 나왔다.

일단 수원 영통에 출마한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예상했다"라며 "이것이 과연 새정치인가"라고 일갈했다. 특히 동작을의 나경원 후보는 나름 의미심장한 논평을 내놨다. 그는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정치흥정에 따라 혼선을 거듭해야 하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라며 "연대는 가치와 정책의 유사성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그런 점에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한솥밥을 먹어온 김종철 노동당 후보와 유선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무시하고, 보수정당이라 비판해온 새정치연합 후보와 단일화한 것은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물론 새정치연합이 공천작업에서 보여준 한심한 행태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 확실시되다가, 야권의 단일화 때문에 판세가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을 맞은 새누리당이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단일화는 그 절차와 명분에 있어서, 비판받을 지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런 비판 앞에서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매번 선거 때마다 야권의 협력을 놓고 '야합'이라며 질타하지만, 새누리당이라는 정당이 걸어온 길 자체가 야합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나경원 후보의 말은, 표면적으로 보면 틀린 곳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는 후보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웃긴 일'이다.

야합에 또 야합... 새누리당이야말로 '야합'의 원조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1990년 1월 22일,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은 전격 '합당'을 선언했다. 지금의 새누리당식 표현을 쓰자면, 가치와 이념이 다른 세 갈래의 정치세력이, 온전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로 '야합'을 한 것이다. 그렇게 충격적인 '3당 합당', 아니 '야합'으로 탄생한 것이 지금의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이다.

이 민주자유당은 이후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1997년 15대 대선의 신한국당 후보였던 이회창은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겨놓은 11월 21일, 조순의 통합민주당과 손잡고 '한나라당'을 탄생시킨다. 이 역시 지금의 새누리당의 표현에 따르면 '야합'이다. 또한, 지방선거가 있던 2006년 4월 7일,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연합' 마저 흡수해 버린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내부에서 친박계가 친이계에 의해 공천에서 피해를 입고 집단 탈당해 '친박연대'를 결성해 총선에서 14석이라는 성과를 냈었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있던 해인 2012년 2월, 친박연대 의원들이 만든 '미래희망연대'는 한나라당과 합당한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한나라당의 후신인 지금의 '새누리당'은, 당시 이인제가 이끌던 '선진통일당'과의 합당마저 이뤄 낸다.

새누리당은 비판할 자격 없다

정리하자면, 새누리당 쪽에서 지금의 야권 단일화에 쏟아내고 있는 그 수많은 비판들은,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새누리당의 역사에 그대로 대입될 수 있는 말들이라 할 수 있다. 나경원 후보에게 묻고 싶다. 앞서 언급한 새누리당의 역사는 과연 '연대'의 역사인가, 아니면 '야합'의 역사인가.

이 역사는 나 후보가 바람직한 연대의 기준으로 제시한 '가치와 정책의 유사성'에 입각한 통합은 아닌 것 같다. 나경원 후보가 기동민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하려면, 탄생부터 최근까지 '야합'을 꾸준히 해온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뒤 하는 게 바람직할 듯하다.

이번에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사이에 극적으로 이뤄진 단일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충분한 토론과 절차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게 정치판의 생리지 않겠는가. 너무 야박하게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한 정당이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잊고, 야권 단일화를 향해 손가락질만 한다면? '똥 묻은 정당이 겨 묻은 정당을 나무란다'라는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가장 덩치가 큰 정당이라면, 야권 단일화를 두고 '폭언'에 가까운 말을 쏟아가며 비난할 게 아니라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가면 되지 않을까.

현재의 야권 단일화에 문제가 있다면, 비판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새누리당은 끼어들 필요도, 자격도 없다.


태그:#재보선,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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