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우현.

배우 장우현. ⓒ 장우현


189cm의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돋보이는 배우 장우현(31). 그는 20대 초반, 한국외대 러시어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배우'라는 꿈이 꿈틀댔다. 당시 러시아어 실력이 부족했지만, 곧장 교수님에게 달려가 "러시아의 공연을 보고 싶다"는 진심 어린 고백을 하고 운좋게 '교환학생' 자격으로 러시아로 떠날 수 있었다.

장우현은 러시아 공연장에서 만난 무대 위의 배우들이 너무나 부러웠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예술가들을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로 여기고, 관객들은 항상 정장을 입고 공연을 즐기고 아이들은 손에 꽃을 하나 들고 할머니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온다"며 "그걸 보면서 배우로 살면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장우현은 한국외대를 자퇴하고 치열한 입시를 뚫고 러시아 슈우킨연극대학에 진학했다.

한국인이면 개고기 먹냐고?..."오해 개선하려 노력해"

장우현 "러시아인들은 잘 웃지도 않고, 도도한 사람이 많아요. 근데 한 번 마음을 열면 실리는 전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베풀고 믿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얻고나선 '최고로 잘생겼어'라는 등 평생 받을 칭찬과 사랑을 다 받았죠."

▲ 장우현 "러시아인들은 잘 웃지도 않고, 도도한 사람이 많아요. 근데 한 번 마음을 열면 실리는 전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베풀고 믿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얻고나선 '최고로 잘생겼어'라는 등 평생 받을 칭찬과 사랑을 다 받았죠." ⓒ 장우현


슈우킨연극대학은 배우 박신양의 모교이기도 하다. 장우현은 당시 한 교수님의 장례식을 위해 한달음에 러시아를 찾은 박신양을 만나게 됐다. 그는 "평소에 정말 좋아하던 배우라 한 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배가 러시아에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장우현은 박신양의 따뜻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박신양 선배와는 10년 정도 차이가 나요. 선배가 당시에 러시아에서 고생한다면서 밥도 사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선배가 너희는 정말 행복한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거라고, 이렇게 행복하게 연기만 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투정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셨어요. 정말 맞는 말이라 와닿았어요."

장우현이 입학할 당시 슈우킨연극대학은 언어적 문제 탓에 유학생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다고. 하지만 장우현은 1년간의 러시아 생활로 러시아어가 가능하다는 이점 덕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우현은 동기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혼자 힘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러시아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 '넌 한국인인데 왜 이렇게 커?' '개고기 먹어?' 같은 질문을 받았다"며 "그럴때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자존심 때문에라도 '내 키(189cm)는 한국에서 중간보다 조금 큰 정도'라고 하고,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게 된 역사적 배경도 붙잡고 설명했다"는 노력을 전했다. 그런 노력 끝에 러시아 친구들의 마음을 얻은 장우현은 "그들에게 평생 받을 사랑과 칭찬을 모두 받은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러시아인들은 잘 웃지도 않고, 도도한 사람이 많아요. 근데 한 번 마음을 열면 실리는 전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베풀고 믿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얻고나선 '최고로 잘생겼어'라는 등 평생 받을 칭찬과 사랑을 다 받았죠.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해야 될 위기도 러시아 담임 교수님과 친구들 덕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러시아 담임 교수님과 친구들이 십시일반 등록금 모아줘"

 영화 <용의자>에 출연했던 배우 장우현은 "현장에서 공유라는 배우가 왜 대단한지를 실감했다"며 "당시 너무 몰입해 정말 공유를 잡으려 열심히 뛰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용의자>에 출연했던 배우 장우현은 "현장에서 공유라는 배우가 왜 대단한지를 실감했다"며 "당시 너무 몰입해 정말 공유를 잡으려 열심히 뛰었다"고 회상했다. ⓒ 장우현


"1학년 때는 한국에서 일해서 모은 돈으로 해결했는데, 갑자기 집안사정도 안 좋아져서 제가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이 온 거예요. 그래서 러시아 담임 교수님께 '학업을 중단해야겠다'고 말했더니 '무조건 끝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시곤 저를 도와주시려고 학생들이랑 교수님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학비를 주셨어요."

장우현은 사연을 전하는 순간에도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며 "그래서 한 과목 빼고 모두 만점을 받아서 성적 우수자들만 받는 빨간색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장우현에게 큰 도움을 준 70대 여교수 발렌찌나 삐뜨로브나 니깔라엔커는 슈우킨 대학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들에게는 '어머니'라고 통할 정도로 유독 한국인들을 챙겼다고. 장우현은 "교수님은 항상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넌 한국인이잖아. 내가 본 한국인은 뭘 해도 허투루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자극과 부담을 함께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그 교수님을 떠올리면서 "빨리 성공해서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장우현은 러시아에서 영화 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영화 <용의자>(원신연 감독)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영화 현장을 경험했다. 그는 극 중에서 박희순(민세훈 역)의 수하로 공유(지동철 역)를 쫓는 요원으로 분했다.

"현장에서 공유라는 배우가 왜 대단한지를 실감했다"는 그는 "당시 너무 몰입해 정말 공유를 잡으려 열심히 뛰었다"며 "너무 신이 나서 자꾸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가, 더 경험이 많았던 동료가 그리로 가면 화면에 안 나온다고 옷깃을 당겼다"고 회상하면서 웃었다.

그외에도 장우현은 한국에서 연극 <관리인> 등에 출연하고, 러시아 감독이 내한해 연출한 연극 <유령> 조연출 겸 통역도 했다. 러시아에서 익힌 지식들을 한국 현장에 적용하며 발전하고 있는 배우 장우현. 그는 올 9월부터 세종대학교 대학원 영화예술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나는 아직 젊다"면서 열정적으로 꿈꾸는 장우현은 "열심히 해서 그동안 도움주신 분들에게 다 보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배우 장우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배우 장우현. ⓒ 오마이스타


"앞으로 영화를 가장 하고 싶어요. 아직 경력도 없고 소속사도 없지만, 최소한 3, 4년은 나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그렇게 부족한 점도 채우고 공부도 계속하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요. 뭐든 마음먹기에 달린 거니까요.(웃음) 그리고 제가 러시아로 가게 도와주신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김현택 교수님, 러시아 발렌찌나 삐뜨로브나 니깔라엔커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께 러시아어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Здравствуйте, Валентина Петровна! Это ваш ученик Хён.
Как это было красиво и здорово с вами в Москве.
Я буду запомнить то, что вы меня научили, и буду стать хорошим актёром и конечно человеком.
Вы для меня мастер и мама.. я благадарю вас за всё. Я желаю вам всего самого хорошего и здоровье!
Целую вас крепко!"

장우현 박신양 슈우킨대학 러시아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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