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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7일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북의 제안에 남북은 지난 17일 실무회담을 가졌지만 서로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북한이 다시 23일 조평통 담화를 통해 응원단 파견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북의 적극적 공세에 남한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남북 실무회담에서의 쟁점은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 인공기와 한반도기의 사용 문제, 만경봉호 입항 문제 등이었지만 필자는 대학생에게 박힌 미녀응원단과 북한에 대한 대략적이고 막연한 인식이 더 궁금하였으므로 자유롭고 편안한 대담의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인터뷰는 대학생 네 명을 대상으로 7월 14일부터 7월 24일까지 진행됐다. 하나의 커다란 주제는 '평소에 생각하는 북한과 응원단 파견에 대한 견해'였다.

"응원단 비용? 북한이 부담해야"

신형수씨(26, 한양대 기계공학과) : "북한 문제에 남들만큼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는 않다. 북한은 무력시위와 협박을 그만두고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할 것이다. 남한은 국제 정세를 잘 살피고 대의와 실리를 추구하면서 북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외교 능력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민족이 양분돼 서로를 적대할 수는 없다. 통일함에 따라 절감되는 국방비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고, 급부상하는 중국과 여전한 패권국인 미국 사이에서 한반도의 안보를 보장하려면 통일은 필수라고 본다.

북한 주민의 인권도 한시바삐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응원단에 대해서는 북한이 여성들의 아름답고 상냥한 모습을 통해 자국의 이미지를 제고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비용은 여지없이 참가국인 북한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전준구씨(22,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 "다른 건 모르겠고 북한은 공산주의 사회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응원 문화가 미녀를 중심으로 형성된다는 게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역시 외모지상주의처럼 본능에 반하기 힘든 이념은 공산주의도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여성 도구화는 문제"... "응원단은 체제 선전용?"

송정연(22, 서울여대 경영학과) : "평소 북한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민족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나와 어떤 식으로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번 북한 응원단 논란에 대해서도 인터뷰 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

여성을 도구화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응원단의 체류 비용을 왜 남한에서 지불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관계 개선의 확고한 의지가 보인다면 그때는 일부 재정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그전까지는 나름 우호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통일을 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통일이 된다고 해도 먼 미래의 일이라 느껴지고 그래서 잘 와닿지 않는다. 그렇지만 북한의 굶주린 주민들이 불쌍하고 하루라도 빨리 그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황호식(26, 경인교대 초등교육과) : "북한이나 소위 '미녀응원단'에는 별 관심이 없다. 미녀응원단이라니? 미녀라고 부르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아마도 체제선전용으로 미녀응원단을 파견하려는 모양이다. 오는 건 막지 않겠지만 우리가 비용까지 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군은 우리의 확실한 적이고 주민들 또한 그들의 사상이 우리와 동화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북한은 이미 국가의 수명을 다했고 곧 체제가 붕괴할 예정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은 어느 한쪽에도 붙지 않는 자주적 외교를 해야 한다. 북한이 무너져 통일이 된다면, 통일한국은 커다란 성장 동력과 물질적 풍요를 얻게 될 것이다."

대학생 네 명의 접점은 '대화의 장 마련'

이상 네 명의 인터뷰를 살펴보았다. 입장의 차이를 살폈을 때, 한쪽에서는 실리를 챙기되 끌려다니는 외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다른 쪽에서는 이번 실무회담의 기회를 잘 살려 닫힌 대화의 문을 열고 통일 방안의 논의로까지 진전시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미녀응원단'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응원단을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북한이나, 응원단이 온다고 할 때마다 들썩이는 남한 사회나 여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올바로 정착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북한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 하나의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대화의 장 마련' 정도로 보인다. 아무리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을 삼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북한을 압박하든, 북한과 화해를 하든 그 도구는 대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발견된 문제는 통일의 주역이 될 젊은 세대의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양질의 정보와 토론의 장이 부족해서 비롯됐으며,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 외에 관심을 쏟기에는 너무 각박한 사회구조와 경제구조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민족주의적 호소의 효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도 빼놓을 수 없다.


태그:#통일, #평화, #안보, #이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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