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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제 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이하 부천영화제, 피판)가 개막했다. 매년 다양한 장르영화들을 선보이며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해온 영화제답게 올해도 331회차 상영 중 167회차가 온라인 예매로 매진되는 등(24일 오전 10시 기준) 열기가 뜨겁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그 동안 주로 다뤄온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 영화뿐만 아니라 장르와 장르가 결합하는 복합장르 영화들의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 부천영화제 임희진 홍보팀장은 올해의 특징에 대해 "그 동안 많이 다루지 않았던 장르 영화들을 발굴하는데 집중했다"며 "호러와 로맨스가 결합하는 등의 복합장르,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의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천시청 앞 광장에는 영화제 관객과 시민들을 위한 행사가 진행된다. ⓒ 강명연
 영화제 기간 동안 부천시청 앞 광장에는 영화제 관객과 시민들을 위한 행사가 진행된다. ⓒ 강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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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영화제답게 부천영화제는 마니아층이 두텁고 매년 찾는 사람들도 많다. CGV소풍에서 상영 자원봉사 중인 피파니언(부천영화제 자원봉사단) 박주희(24)씨는 "마니아가 확고한 영화제라는 느낌이다. 같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며칠 동안 계속 와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마니아 영화를 꽉 찬 객석에서 볼 수 있다니

좀비물이나 판타지를 좋아한다는 장일규(26, 수원시 매탄동)씨는 3년째 영화제를 찾았고 올해는 5일 동안 머무를 예정이다. 장 씨는 "판타지 영화를 보면 짜릿하고 시원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보니 각박한 삶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해보던 것들을 대리만족 하는 즐거움도 있다"며 "다른 영화제가 진중하고 어려운 영화들을 위주로 보여준다면 피판은 판타지나 SF 장르 같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은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강성현(21, 부산시 모라동)씨는 공포영화 마니아다. 국내 최초 풀 3D 공포영화인 <터널 3D>를 보고 싶어서 영화제에 왔다는 강 씨는 공포영화의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즐긴다고 했다. 그는 10월에 군 입대를 앞두고 좋아하는 장르영화를 마음껏 보고 싶어서 부천을 찾았다. "호러무비나 장르영화는 한국에서 개봉을 많이 안 하는데 이런 영화들을 꽉 찬 객석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부천 영화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공감대를 객석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강 씨는 말했다.

대전에서 피판을 즐기기 위해 원정 온 커플도 있었다. 김남현(34, 대전시 송강동), 김진옥(31)씨는 "5번째 피판에 왔다. 즐겁고 유쾌한 영화제다. 가볍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아서 데이트 하기에도 적절하다"며 "영화뿐만 아니라 즐길 거리도 많다"고 전했다.

금·토·일 3일 동안 부천시청 앞 광장에서 ‘판타스틱 콘서트’가 열렸다. 토요일(19일)에는 장미여관의 공연이 있었다. ⓒ 강명연
 금·토·일 3일 동안 부천시청 앞 광장에서 ‘판타스틱 콘서트’가 열렸다. 토요일(19일)에는 장미여관의 공연이 있었다. ⓒ 강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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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판에서는 영화 관람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영화제 내내 도심 곳곳에서 작은 콘서트를 여는 'PiFan 무브먼트', 부천시청 앞 체험존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판타스틱 미션 헌터스', 영화 포스터를 트릭아트로 체험해볼 수 있는 '영화 포스터 트릭 아트전' 등 영화 외에도 즐길 거리들이 많다. 이 때문에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 '관객숙소'이다.

영화제를 진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관객 숙소

관객숙소(메종 드 피판)는 CGV소풍에서 약간 떨어진 복사골문화센터에 위치해 있다.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영화 상영관인 부천시청, CGV부천, CGV소풍, 만화박물관과 숙소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30분마다 운행된다. 관객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1박에 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고 지난 20일부터는 피판홀릭 카드(패키지 티켓) 소지자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제 규모에 비해 관객숙소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관객숙소에서 일하는 피파니언 김지원(27)씨는 "평일에는 보통 10명에서 15명 정도 온다. 금요일, 토요일은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30명에서 40명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운영되는 곳이긴 하지만 시설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일요일에 관객숙소를 찾은 김지원(25, 서울시 송파동)씨는 "숙소가 깨끗하지 않다. 차라리 돈을 더 내고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천영화제가 캠핑 프로그램으로 적극 홍보하는 '우중영화산책'처럼 관객숙소에 대해서도 홍보와 시설 개선의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복사골문화센터 내에 마련된 관객숙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않았다. ⓒ 강명연
 복사골문화센터 내에 마련된 관객숙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않았다. ⓒ 강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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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 선정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2년 전에 피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었다는 이호준(27, 성남시 상대원동)씨는 "피판이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금지구역' 섹션을 가장 좋아하지만, 올해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 작년에는 <액트 오브 킬링> 등 인상적인 영화가 많았는데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와 일본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소영(28, 청주시 사직동)씨도 "<스펙>, <트릭>같은 경우는 한국에 DVD가 나와서 부천에서 상영하는 것이 큰 메리트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고지라 시리즈 2편만 예매했다는 조재영(32, 서울시 논현동)씨는 프로그램이 아쉬운 이유에 대해 "6년 간 피판의 수석 프로그래머였던 박진형 프로그래머가 부산영화제로 옮겨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 임희진 홍보팀장은 "영화제 평가에 대한 설문조사와 내부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영화제가 끝난 다음에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볼 부분이다. 지금 답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력 있는 영화제에서 여름나기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부천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즐거워 보였다. 쉽게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피판의 가장 큰 강점이다. 김지원 씨의 언니인 김지수(27)씨는 "미국 센디에이고의 코믹콘 애니메이션 축제처럼 오타쿠들이 모여서 공감하고 같이 '빵 터질 수 있는' 분위기가 재미있다"며 "다 같이 감성을 공유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지원씨는 "제한상영가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기도 하다"고 했다.

영화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피파니언들은 좋아하는 영화제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즐겁다고 말했다. ⓒ 강명연
 영화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피파니언들은 좋아하는 영화제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즐겁다고 말했다. ⓒ 강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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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가 소개하는 영화들처럼 개성 있고 통통 튀는 피파니언들도 영화제 곳곳에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부천시청에서 <데드 스노우 2>를 보고 나온 고만철(29, 서울시 신도림동)씨는 "자원봉사하는 스탭들 덕분에 영화제 분위기가 더 젊고 활기있다"며 더운데도 고생하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고 씨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학생들의 밝고 친절한 모습을 칭찬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5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일주일 동안의 축제가 짧았던 사람들을 위해 26, 27일 이틀 동안 피판러쉬(앙코르 상영)를 진행한다. 내년의 피판은 더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피판, #부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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