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의 작가 겸 연출을 맡은 민준호

▲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의 작가 겸 연출을 맡은 민준호 ⓒ 스토리피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아들과 아버지는 서먹한 사이다. 딱히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갑지도 않은 부자 관계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유학을 뒷바라지 해 주었지만, 어머니는 유학 생활 도중 현지 외국인 남자와 눈이 맞아 재혼한 상태. 이런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재혼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아들에게 해야 되는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연극은 이런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 아들과 여자 친구의 관계, 아버지와 재혼할 여자의 관계를 통해 상대방에게 다가서려 하지만 의도치 않게 관계가 악화되거나 결별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연극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민준호는 극 중 이별과 만남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 소통하고자 다가서는 마음 자체가 결과와는 상관없이 소중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한다.

-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래방에서 만나자고 한 아버지는 노래방 바로 위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노래방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다. 이런 아버지를 아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하는 행동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상하게 아들이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 하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과의 관계가 헝클어지는 게 싫어서 아버지의 입장에서 강하게 이야기하지만, 아버지가 강하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아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자 관계가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아무리 관계를 회복하려고 해도 만나지 못한다. 만나고 싶어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극 안에 모아놓았다. 노래방에서 노래는 하지 않고 각자의 소원한 관계를 가까이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다."

- 아들과 여자 친구 역시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처럼 가깝게 지내지 못한다.
"여자는 연애하기 전에 잘 노는 아가씨였다. 그러다가 진지하게 대시하는 남자에게 마음 문을 연다. 여자 친구와 만나기 바로 전에 남자는 아버지와 노래방에 있다. 아버지와 서먹한 마음에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지만, 그녀는 친구들과 모임을 갖는 중에 전화를 받아서 맹숭맹숭하게 받는다.

강남의 예쁜 언니들이 노는 중에 강북의 남자가 찾아간 거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남자는 여자 친구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친구들은 남자를 서먹하게 생각한다. 여자는 모임 때문에 남자 친구를 보내려고 하지만, 남자는 이런 여자 친구의 행동에 서운하기만 하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데다가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않은 게 남자의 입장이다. 여자는 편하고 따뜻한 사랑을 바라지만, 남자는 외로움이 트라우마로 박혀 있는지라 여자에게 사랑을 지속적으로 갈구한다. 바라는 게 둘이 서로 다르다 보니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의 작가 겸 연출을 맡은 민준호

▲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의 작가 겸 연출을 맡은 민준호 ⓒ 스토리피


- 노래방 주인은 무슨 역할을 하는가.
"노래방 주인은 관객에게 '공연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딴지 거는 입장이다.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인물이다. 브레히트의 소격효과는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이건 공연이야'라고 끊임없이 상기하도록 만들어 준다. 하지만 요즘은 소격효과를 너무 강조하면 관객이 되레 웃는 역효과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소격효과를 위해 배우가 노래를 부르면 이전 같으면 관객이 이완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뮤지컬을 인식해서 도리어 집중한다. 극 중 노래방 주인은 연극 장면에 대해 평을 한다. 배우가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가 노래방 주인이다. 공연에 해설자가 있다면 해설자는 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노래방 주인은 극을 방해한다. 극의 방해를 통해 소격효과가 일어나게 만드는 캐릭터다."

- 가까워지려고 상대방에게 다가서지만 가까워지려고 다가선다는 게 오히려 극 중에서는 멀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인물의 심리에 포커스를 두고 싶었다. 사람은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상대방에게 다가선다. 가까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멀어지는 관계가 있다. 연극의 마지막은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는 걸 보여준다.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좀 더 상대방에게 다가가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노래가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말로 전달되지 않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극 중 캐릭터들은 노래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노래는 하지 않고 말로 전달하려고 한다. 꼭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라 해도, 누군가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모두 갖고 있다.

그런데 다가섰을 때 아플 걸 예상해서 소심해 있다면 누군가에게 다가서고 싶어 하는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다가서려고 한다면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다가서고 싶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역지사지도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 그동안의 연출작을 보면 인간에 대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소통에 관심이 많다.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극 중에서 많이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나와 할아버지>에서는 할아버지를 이용했던 저의 모습을 극에 투영했다. 처음에 관객은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나(관객)라고 해서 다를 건 없겠구나' 하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할아버지를, 대화를 통해 알면서부터 내가 알아왔던 할아버지가 다가 아니라 많은 세월을 살면서 노련미가 있다는 걸 손자가 깨닫는다. 손자가 할아버지와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간다면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소통이 부재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민준호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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