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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세월호 참사 100일 하루 전날인 23일 늦은 오후에 아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세월호 참사 100일 하루 전날인 23일 늦은 오후에 아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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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다. 고등학생 아들은 엄마가 보낸 카카오톡(카톡) 문자메시지에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엄마의 카톡 창에는 아직 내용을 읽지 않았다는 숫자 '1' 표시만 가득할 뿐이다.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고 오영석(17)군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됐다. 그날 이후 100일 동안 엄마 권미화(42)씨는 스마트폰에 '이쁜아들'이라고 저장된 아이에게 총 50~60개의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가 너무 보고싶고 그리울 때마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마다", 아들에게 글을 보냈다.

24일 기자와 만난 권씨는 "예전부터 아들과 카톡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며 "영석이는 아빠에게 못하는 얘기를 나한테 카톡으로 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더 이상 얘기를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오마이뉴스>는 권씨의 허락을 받아 영석군에게 100일 동안 보낸 카톡 메시지들을 소개한다.

"일어났어???"... 4월 16일 아들이 대답이 없다

고 오영석군은 4월 15일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나면서 어머니 권미화씨에게 "잘 다녀올게"라고 인사했다. 그러나 영석군은 돌아오지 못했다.
 고 오영석군은 4월 15일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나면서 어머니 권미화씨에게 "잘 다녀올게"라고 인사했다. 그러나 영석군은 돌아오지 못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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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지난 4월 16일 오전 아이에게 "일어났니?"라고 물었다. 영석군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지난 4월 16일 오전 아이에게 "일어났니?"라고 물었다. 영석군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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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4월 15일, 영석군은 엄마에게 "잘 갔다 올게ㅎ"라고 인사했다. 권씨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라"고 답장했다. "도착하면 연락하고, 궁금하니까 실시간 (카)톡 인증샷ㅋㅋ"이라고도 당부했다.

사고 발생 약 2시간 전인 4월 16일 오전 6시 56분, 권씨는 영석군에게 "일어났니?"라고 물었다. 답장이 오지 않았다. 아들은 나흘 뒤인 20일 시신으로 돌아왔다.

아들의 장례를 마친 권씨는 6월 들어 다시 영석군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아들 카톡 대화창에 건넨 첫 인사는 "보고 싶다"였다.

"너무 보고 싶다 예쁜 아들ㅠ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 중인 내 아들. 벌써 61일째 행방불명의 여행 중 ㅠㅠ" (6월 15일 오전 7시 52분)

"엄마 아빠가 늙어도 알아봐줄 거지? 네가 없는 이곳에선 아주 슬프고 힘들다~ 미안ㅠㅠ 넌 그대로의 모습으로 더 예쁘게 엄마 아빠의 맘속에 눈빛 속에 함께 하니까 너무 힘들어 하지 말고." (6월 15일 오전 8시 9분)

사고전날까지만 해도 권씨가 아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ㅋㅋ' 이모티콘이 붙었지만, 4월 16일 이후로는 'ㅠㅠ' 이모티콘으로 바뀌었다.

그날 이후 'ㅋㅋ'는 'ㅠㅠ'로 바뀌다

세월호 참사에 사과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된 날, 권씨는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간다"면서 영석군에게 하소연했다.

"우리 예쁜 아들 없는 이 세상~ 해가 뜨고 지고 꽃 피고 지는 건 같은데 아름다운 게 사라졌구나~ 너 없는 세상 어떻게 살아가야 하니? 너무 보고프다ㅠㅠ 너무 아리고 아프구나~ 우리 예쁜 아들 영석~ 사랑한다 내 보물 내 전부ㅠ" (6월 26일 오전 10시 13분)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전국 서명운동을 떠난 날에는 고해성사를 하듯 아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예쁜 아들. 오늘도 엄마는 2박 3일 서명운동 못 갔어ㅠㅠ 미안해~ 너를 위해 진실을 알아내야 하는데 그 진실 또한 무섭다ㅠㅠ 아빠가 두 배로 뛰어주시는데 미안한 맘도 드는 구나~" (7월 2일 오후 6시)

"언제나 네가 먼저였는데ㅠㅠ 행동으로 못 옮겨서 미안 또 미안. 너무 그립다ㅠㅠ 만지고 싶다ㅠㅠ 하얀 이를 내놓고 활짝 웃어주는 내 보물ㅠㅠ 다시 내개로 내 안으로 환생해. 간절히 빌어본다. 다시 한 번 곁에 오면 널 놓지 않으련만ㅠㅠ" (7월 2일 오후 6시)

"뭘 해도 뭘 먹어도, 멍한 그 순간도 너를 예쁜 너를 어찌 잊겠냐~ 눈 감고 꿈속에서라도 다가와서 안아 주렴. 다시 한 번만, 한번만 더 널 품에 안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구나~ㅠㅠ 못난 엄마라서 고생하다 멀리 떠나게 해서 어쩌니 이 죄를 다 어쩌니~ 이 죄스러움이 언제 끝날지 몰라도 눈감고 숨넘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사랑하고 미안하다ㅠㅠ" (7월 2일 오후 6시 7분)

광화문에 선 엄마 "너흰 없는데 세상은 그대로"

지난 7월 22일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운동을 하던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아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내용.
 지난 7월 22일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운동을 하던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아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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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7월 14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하며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권씨도 광화문에 있었다. "예쁜 아들 때문에 별걸 다 해보고 느껴보고 깨달아본다ㅠㅠ(7월 14일 오후 5시 31분)"고 카톡 대화창에 소감을 남겼다.

권씨는 "여름 날씨가 무덥지만 가슴은 텅 비고 시리구나~ 예쁜 아들~ 너무 그립고 너무 부르고 싶어"라면서도 "대답 못하는 너이기에 서로 미안해하니깐 참아볼게(7월 14일 오후 8시 37분)"라고 다짐했다.

광장을 거니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마주한 걸까. 권씨는 영석군에게 "너흰 가고 없는데ㅠㅠ 세상은 그대로ㅠㅠ 부모들 가슴만 찢어지는 구나ㅠㅠ"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잊지 마라~ 너희들도 평생을 너희만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여기에 있다고ㅠㅠ 사랑한다(7월 22일 오후 3시 54분)"라고 전했다.

세월호 100일을 앞두고 유가족들이 1박2일 행진에 나선 다음 날, 권씨는 첫날 일정을 마치고 광명실내체육관에 도착해 영석군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오늘 같은 날이면 삼겹살 먹고 싶다고 할 내 예쁜 아들은 이제 보채지 않고 기다려주지도 않고 약속도 없다ㅠ 뭘 해도 뭘 먹어도 뭘 가져도 행복은 없다ㅠㅠ" (7월 23일 오후 11시 25분)

"자는 모습으로 만나게 해줘서 미안하고 고마웠는데ㅠㅠ 살아와줬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그 무엇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서러웠을 텐데 무서웠을 텐데 원망하며 기다렸을 텐데ㅠㅠ 미안하고 또 미안 하구나 예쁜 내 아들ㅠㅠ" (7월 23일 오후 11시 18분)

"손톱에 새까맣게 피멍이... 엄마 기다리다 지쳐 원망했을 텐데"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세월호 참사 100일 하루 전날인 23일 아들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세월호 참사 100일 하루 전날인 23일 아들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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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영석군이 시신으로 돌아온 순간을 회상하기도 했다.

"손톱에 아주 새까맣게 피멍이 들었는데, 엄마 아빠 기다리다 지쳐서 원망했을 텐데ㅠㅠ 평생을 가슴 찢어지게 널 그리며 살아가야 하니 맘이 아프고 힘들다ㅠㅠ" (7월 23일 오후 11시 20분)

"예쁜 내 아들 마음이 늘 가슴에 새겨져 앙금처럼 가라 앉아있으니 걱정 마. 늘 함께할 테니. 늘 같이 있으니. 평생 눈감고 숨 거두는 그 순간까지도 잊을 수 없으니ㅠㅠ" (7월 23일 오후 11시 23분)

속상한 마음을 연거푸 털어놓던 권씨는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백일 지나고 진실이 밝혀지고 정리가 되면 무엇을 할까? 잘 자 예쁜 내 아들~ 사랑한다~ 꿈에서 보자구나~ 대답 없는 나쁜 내 새끼 ㅠㅠ" (7월 23일 오후 11시 32분)


태그:#세월호,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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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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