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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힘내라 마봉춘!"

2012년 시청자와 국민들은 MBC의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응원했다. 2년여가 지난 지금 MBC는 어디에 있을까. '마봉춘'으로 친근하게 불러줄 국민은 얼마나 될까? 스스로들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모를 것이다. 마봉춘에서 치욕스런 조어인 '엠○○'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권력으로부터 인정받는 과정으로 볼지도 모를 일이다.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과 함께 조롱 섞인 말은 물론 욕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간부들과 경영진은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니 무시하는 측면이 크다. 현장의 36.5도의 열기가 보도국에만 들어오면 급속히 식어 버리는 격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반복되면서 언론 스스로 활력을 잃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나온 대형 오보 등의 문제점 역시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공정방송 MBC가 어떻게 된 것인가!

MBC 노조의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는 스스로 자사프로그램을 돌아보고 냉정히 비판하여 MBC가 제대로된 공영방송이 되기를 바라며 쓴 아픈 보고서이다.
▲ 5월 21일자 MBC '민실위보고서'(특별판) MBC 노조의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는 스스로 자사프로그램을 돌아보고 냉정히 비판하여 MBC가 제대로된 공영방송이 되기를 바라며 쓴 아픈 보고서이다.
ⓒ MBC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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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민실위보고서'를 통해 본 <뉴스데스크> 몰락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90년대 초반부터 자사 방송프로그램을 모니터하는 '민실위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해왔다. '민실위보고서'는 자사의 방송을 자사 스스로 비평한다는 점에서 제작 이면의 문제점이 포함되기도 하고 자사의 통렬한 반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언론단체 모니터링과 차별성이 있다. '민실위보고서'를 통해 MBC 보도국 몰락의 단면을 짚어볼 수 있다.

2012년 공정보도 쟁취 파업 투쟁 중에 나온 '민실위보고서'의 제목은 <'뉴스데스크'의 불량품 생산!>이었다.

"파업의 큰 원인이 됐던 '뉴스데스크'의 편파보도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노동조합의 파업과 앞서 진행됐던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2012.2.2. MBC '민실위보고서')

당시 보고서는 "여권에 유리한 내용이면 크게 다루고, 불리한 내용이면 조그맣게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는 MBC보도국의 '숨은 보도지침'이 또 한 번 확인"되고 있다며 "기자들은 더 이상 이런 불량품 뉴스를 만들고 싶지 않아 5층 보도국이 아닌 차가운 1층 현관에 모였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파업은 170일간 전개됐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긴 투쟁이었다. 하지만 복귀 후 MBC에서는 다른 온도가 감지됐다.

"특히 <시사메거진 2580>은 'SJM 사태'와 '현병철 인권위원장 문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다루는 등 공영방송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인권과 노동, 정의문제에 천착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MBC 기자실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뉴스데스크'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많은 기자들이 굵직한 특종을 건져 내고, 한 컷 한 컷 정성을 다해 현장을 화면에 담아내는 데도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MBC 뉴스가 편파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부 뉴스가 그렇다"(2012.9.25 MBC '민실위보고서')

파업 때 온갖 반대에도 채용된 '시용 기자'들과 김재철 사장이 임명한 간부들은 철저하게 MBC의 체질을 바꿔 놓은 것이다. 급기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나온 민실위 보고서의 제목은 <'선거보도'인가? '선거운동'인가?>이었다.

"MBC의 편파 보도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MBC 정치부가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한 방법으로 여당 후보를 위한 편파보도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보도'가 아니라 '선거운동'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다"(2012.12.4 '민실위보고서')

박근혜 정부 인선과 관련한 MBC보도에 대해 민실위는 <사라진 핵심의제, 홀대받는 단독보도>(2013.2.25)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MBC는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 관련 보도를 누락했다. 보도국 편집부에서는 정치부에 제작을 요청했지만, 정치부는 제작하지 않았고, 김장겸 정치부장은 "지금까지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후보자는 없었다, 위장전입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청문회에서도 나올 문제인데 지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 미행 논란>, <4대강 담합 수사 의뢰>, <일 위생부의 증언 "일본군, 위안부 직접 관리"> 등의 단독 보도들은 홀대를 당했다.

후반부 배치 등의 이유에 대해 오정환 뉴스데스크 편집부장은 "단독기사가 장기적으로는 뉴스 경쟁력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당일 뉴스 시청률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면서 "편집부장이 큐시트를 짜는 기준은 단 한 가지. 시청률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MBC뉴스는 결국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다. 2013년 6월 발행된 '민실위보고서'의 제목은 <회피하는 뉴스, 자극적인 뉴스>였다. 소위 '동물의 왕국'이 주요한 아이템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누구를 위한 뉴스,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라는 평가까지 받게 됐다.

"특정 기사를 '세심하게' 누락시키거나 국민의 절반은 볼 수 없는 로컬뉴스에 배치할 때 그 빈 자리는 어떤 뉴스들이 채워지고 있을까? 지난 7월 26일 편집회의에서는 '산으로 바다로'라는 제목의 블록을 만들자는 결정이 내려졌다"(2013.8.9 민실위 보고서)

그해 11월 방송학회 회원 129명 대상으로 한 뉴스 평가에서 MBC는 '자칫 MBC가 정권의 입맛대로 나팔을 부는 관제언론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10점 만점에 중립성 3.16점, 사실성 3.92점, 사회적 다양성 3.10점, 사회적 약자 보호 3.45점, 사회감시 및 권력 비판 2.87점으로 모든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2014년 MBC보도와 관련 <원칙의 실종, 뉴스의 실종>(2.25)이라는 보고서가 나왔고, <반복되는 스트레이트 누락>(3.27)이라는 언론의 기본을 묻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뉴스에 '분별'은 있는가>(5.8)라는 물음과 함께 <'세월호 참사 한 달' 자성과 사과 없는 MBC뉴스>(5.21)라는 제목의 보고서까지 발표됐다.

2012년에 불량품을 내보낼 수 없다며 투쟁한 지 2년여가 지난 지금, MBC 보도는 더 심각한 불량품을 내보내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MBC를 비판하기는커녕 '원래 그래'라는 식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MBC의 DNA가 바뀌는 현실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지금 시청자들과 국민들은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공정보도'의 함성을 외치는 MBC를 원하고 있다. 현장의 치열함이 반영되는 보도국은 살아나야 한다. 돌아오라 마봉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웹진 [e-시민과 언론]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민언련 웹진 기획위원입니다.



태그:#MBC, #민실위, #마봉춘,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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