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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전 KBS부사장이 KBS의 사장으로 이사회로부터 선출되었다. 그는 이명박 정권시절 KBS의 퇴보에 책임이 있는 인사이다.
▲ 7월 9일 KBS<뉴스 9> 관련 보도 갈무리 조대현 전 KBS부사장이 KBS의 사장으로 이사회로부터 선출되었다. 그는 이명박 정권시절 KBS의 퇴보에 책임이 있는 인사이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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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만을 바라보던 길환영 사장이 KBS에 밀어닥친 세월호 참사의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해임되었다. 야당추천 이사들이 상정한 해임 제청안에 3명의 여당추천 이사가 동조한 결과였다. 이후 후임사장 선출을 위해 열린 KBS 이사회는 조대현 후보를 사장으로 제청하였다. 다수파인 여당추천 이사들이 밀었던 후보가 낙마하고 소수파인 야당추천 이사들이 밀었던 후보가 제청되었다는 점에서 관행을 벗어난 예상 밖의 결과였다.

KBS 이사회는 모두 11명이다. 그중 여당 추천이 7명, 야당 추천이 4명이다. 이명박 정권출범 이후 정연주 사장의 불법적 해임과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사장의 선출과정에서 KBS 이사회는 일사분란하게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해 왔다. 아니 그 이전에도 사장 선출 등의 주요 사안에 있어서 KBS 이사회는 임명권자의 뜻을 충실히 반영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 이사회의 결과는 어떻게 된 것인가?   

KBS 이사회, 이변을 만들다

길환영 사장의 해임 제청안이 이사회에 상정된 시기에 KBS는 그야말로 혁명적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양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있었고 노조 파업 11일 전부터 제작거부에 나선 기자협회를 필두로 16개 직능단체는 물론이고 중간 간부 상당수가 보직사퇴를 내고 길사장의 퇴진투쟁에 나선 상황이었다. 또 한편으로 김시곤 보도국장의 폭로 발언으로 청와대의 보도통제와 방송개입에 대한 의혹이 청와대 문턱까지 옮겨 붙는 지경이었다.

청와대는 조기에 방화벽을 쳐 진화할 목적으로 이정현 홍보수석까지 내치고 길 사장의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언론은 간섭할 수도 없고 간섭해서도 안된다' 는 평소의 '허언'처럼 모양새만큼은 이사회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길영 이사장은 해임에 필요한 확실한 2표를 확보해 표결에 임했고 그 결과 야당추천 이사 4표에 여당추천 이사 3표가 더해져 길 사장의 퇴출이 결정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길영 이사장이 7명의 여당추천 이사를 상대로 제대로 된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길 사장과는 대학동문이고 KBS에서 같은 PD로서 30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A이사가 해임 제청안 표결 결과에 강한 항의의 뜻으로 (나중에 반려되긴 했지만) 사표를 제출했다. 길 사장과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4년을 같이 수학한 또 다른 이사도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정권의 행태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청와대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길영 이사장의 조심스러운 행보가 여당추천 이사들 간에 심한 반목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사회의 이상기류를 파악한 야당추천 이사들의 도박이 시작됐다. KBS 양대 노조와 언론시민사회가 목을 맨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도 포기한 채 청와대 낙점 사장을 방지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야당추천 이사들이 선택한 차악은 조대현 후보였다. 6명의 후보가 경합한 1차 투표에서 산표 없이 조대현 후보와 홍성규 후보에 6 : 5로 표가 몰린 것은 여 야 이사 간 사전에 후보가 특정되어 있었고 여당추천 이사 2표가 홍성규 지지에서 이탈해 조대현 지지로 합류했음을 보여 준다.

청와대에 빚지지 않은 최초의 KBS 사장

이제 관심의 초점은 '조대현 체제의 KBS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전임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연임에 연연해 시대의 아픔과 언론의 사명을 외면한 채 청와대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조대현은 이병순 사장 시절 제작본부장, 김인규 사장 시절 부사장을 지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주요 요직에 있으면서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몰락시킨 주요 책임자 중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 지금 KBS는 그 어느 때보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그리고 자율성에 대한 욕구가 극대화 되어 있다. 기자쓰레기라는 모욕과 청와대 방송이라는 더러운 이름을 씻어 내려는 구성원들의 투쟁의지와 단합된 투쟁역량이 살아 있다. 조대현 사장이 연임에 급급해 과잉충성으로 일관한다면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조대현 사장은 청와대에 빚진 것이 없는 KBS 최초의 사장이다. 연임에만 목매지 않는다면 정치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무너진 공영방송의 복원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의 의중을 받들어 전임사장들처럼 시대의 부역자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조대현 사장에게 달려 있다. 인사혁신과 구성원들의 내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혁신 조치가 조대현 체제의 첫 단추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의 웹진 [e-시민과 언론]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새언론포럼 대표입니다.



태그:#KBS, #조대현, #방송독립,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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