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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언론과 인터넷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가 있다. 바로 '개식용'이다. 개 농장의 열악한 환경과 잔인한 도살을 이유로 개식용 금지를 호소하는 사람들과 '소, 닭처럼 다른 동물은 먹어도 되면서 개만 먹지 말라는 것은 위선이고 종(種)차별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한다.

일각에선 사육환경과 위생관리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개식용을 합법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에는 개들을 빽빽히 집어넣은 상태로 이송되는 트럭을 목격하고 신고하는 전화, 동네에서 개를 잡는데 동물학대 아니냐는 제보전화가 일년 중 가장 많이 쏟아지는 때가 바로 요즘이다.

비인도적인 식용개, 합법화해서 먹으면 안되냐고요? 

 육면이 철장으로 이뤄진 '뻥개장' 안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개들
 육면이 철장으로 이뤄진 '뻥개장' 안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개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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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일년에 대략 2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도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농장의 개들은 '뻥개장'이라고 불리는 육면이 전부 철조망으로 뚫려있는 사육장에서 사육된다. 비용을 최소화하고, 분변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 뻥개장은 개 발이 빠지고 발톱이 끼는 등 신체적 고통을 유발하는데다 겨울에는 칼바람, 여름에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다. 또 사료를 먹이면 타산이 안 맞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먹이는데, 염분이 높고 병원균에 오염되어 있어 장기손상, 세균성 장염의 원인이 된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여러 마리를 좁은 공간에 가둬 사육하는 환경에서 개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면역력이 약해져 질병과 전염병에 걸리게 된다. 서열싸움으로 인한 상처가 곪아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개의 상품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다한 양의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먹이기도 한다.

이는 도살된 후에도 잔류되는데, 식용으로 이용될 경우 사람이 그대로 섭취하게 된다. 신체운동, 탐색, 사회적 행동 등 본능에 따라 해야 하는 행동이 제약 받는 환경에서 개들은 우울증, 정신불안, 정형행동 등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고 이상행동을 보인다.

식용개들이 '뻥개장'을 나와 처음 바깥 세상을 보게 될 때는 도살되기 위해 이송될 때 뿐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개들이 서로 싸워서 교상을 입거나 죽는 것을 막기 위해 겨우 숨만 쉴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밀어넣어진 채로 이송된다.

"그러면 합법화해서 인도적으로 길러서 먹으면 되지 않나요?"

'개식용'을 논할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장식 축산에서 식용이 합법화된 동물들이 어떻게 사육되다 도살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의 공간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동물을 기르는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는 높은 생산성만을 목적으로 하기때문에 종을 막론하고 동물의 자연적인 습성이 고려되지 않는다.

그로인해 성장 환경의 부적합성, 신체 훼손, 동물전염병 등 질병 감염과 성장촉진제, 과다한 항생제 사용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출생, 사육, 운송 전 과정에서 가혹 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다. 산란계에서 달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강제환우(산란 중인 닭을 인공적으로 털갈이를 시켜 휴산하게 해 털갈이 후의 산란율·수정률 및 부화율을 향상시키는 일)와 부리 자르기, 돼지의 이빨, 꼬리 자르기가 그 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의 수는 감소하지만 사육 두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축산 농장들이 대기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개식용이 합법화되면 개농장들은 대형화되며, 이는 곧 개사육의 공장식 축산화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사육 환경 개선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의 폐해가 그대로 발생해 개들이 지금보다 더 열악한 사육 환경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공장식 축산에서 행해지는 의도적인 신체훼손은 개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막을 뚫거나 서로 공격해 상품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빨을 뽑는 등의 행위가 사육 기술의 효율을 위해 더 심화될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 개식용 산업에서 행해지는 사육 방법이기도 하다.

축산 체계에 맞지 않는 개, 인도적 도축은 불가능

 좁은 스톨 안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
 좁은 스톨 안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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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합법화가 결코 위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AI, 구제역 등의 동물전염병이 증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히 '합법화를 하면 개들의 사육 환경이나 위생이 개선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대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데서 오는 나약하고 감성적인 기대에 불과하다. 이런 말도 나온다.

"왜 소, 돼지, 닭은 먹어도 되고 개만 안 되나요?"

이 말의 타당성을 논하기 전에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게 있다. '이 동물이 가진 종 특성이 집단 사육 체제에 알맞은가' 하는 문제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활동성이 큰 개는 신체적,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축산화된 동물 종보다 훨씬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가 사육되면 극심한 환경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늑대에서 유래된 탓에,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며 무리 안에 위계가 존재한다. 이런 습성은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가 사육될 때 서열싸움으로 인한 상처, 부상, 죽음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다른 종이나 무리의 공격에서 자신이나 자신의 무리를 방어하는 습성 때문에 불안하거나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공격성을 보이는 점도 축산화에 알맞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도축 시 도축 종사자의 부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제압하기 위한 물리적 폭력이 불가피하다.

개가 축산체계에 맞지 않는 습성을 가진 예로, 도살 방법이 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제시하는 전살법은 소, 돼지, 닭의 습성에 맞도록 고안된 기준에 근거해 전기충격을 가한 후 동물이 완전히 무의식이 된 상태에서 방혈을 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돼지 열 마리 중 한 마리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도살된다. 이는 오랜 기간의 사육과 연구를 통해 종 특성에 맞게 고안된 기준에 의해 도살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인도적인 도축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현재 개 도살장에서 쓰이는 전류를 통한 감전사는 개의 크기가 종에 따라 다르고, 공격성을 보여 보정이 어려운 습성 때문에 결코 인도적일 수 없다. 실제로 도살장에 나가면 전기봉으로 감전된 후에도 사력을 다해 전기봉을 물어 뜯는 개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명보영 수의사는 "통증과 도축 시 의식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수의학적으로 증명된 인도적인 개의 도살 방법은 약물을 통한 안락사뿐인데, 섭취하는 동물을 약물로 도축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세계적으로 개를 식용으로 도축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없다, 학계에서도 소비국이 없어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라고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병준 박사는 "현재 사용하는 저전압을 이용한 전살법은 개의 공격성을 충분히 누를 수 없고, 도축 종사자의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전압 방식 역시 사고 위험이 있는 데다 통증 유발 측면에서 인도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외에 목을 매달거나 도구를 이용해 타격하는 방법은 전세계적으로 개에게 사용하지 않는 비인도적인 도축 방법이다. 우리나라에도 동물보호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즉, 개식용을 합법화를 하더라도 개라는 종의 특성상 인도적인 도축 기준으로 도축된 개를 사람이 섭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소비량 줄고 있는데... 합법화시 비용은 누가?

축산동물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지인증제'가 실행되고 있지만, 작은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국은 농장동물복지를 위한 연구에만 1년에 원화로 5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쓰인다.

우병준 박사는 "새로운 종을 축산업에 추가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1900년대 이후 안 먹던 동물을 주된 축종으로 포함시킨 사례는 전세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축산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동물에 대한 수 백 년에 걸친 연구와 개량으로 이미 충분한 육류의 조달이 가능하기에,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추세다.

우병준 박사는 "정책화를 시키려면 '개고기 유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겠지만 과연 산업의 관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고기 소비를 위한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 과연 국내외로 어떤 반향을 가져올지, 국내 다른 육류 소비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축산 기준에 맞는 사육과 도축 방법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사육시설, 도축시설 등을 마련하는데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몇 천 개에 불과한 개 농장주들이 부담할 리도 만무하다. 즉, 합법화에 드는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개고기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소비량이 많지 않고, 점차 줄고 있는 개식용을 합법화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들이는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적합한 일일까? 개식용 합법화를 주장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비인도적인 사육 금지는 이미 전 세계적인 대세 

 식용으로 도축되는 종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식용으로 도축되는 종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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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식품은 그 국적과 유래를 불문하고 소비량이 줄거나 금지되고 있는 추세다. 푸아그라의 경우 이태리, 노르웨이, 폴란드 등 유럽 13개국을 비롯해 미국의 일부 주, 아르헨티나 등 많은 국가들에서 점차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전통 연희 음식인 상어 지느러미 요리도 캐나다, 미국 등에서 수입과 판매가 금지되고 있고, 심지어 홍콩 요식업계, 중국 정부도 자발적으로 소비를 중단하고 있다.

'먹는 동물'로 인식되는 닭이나 돼지만 보더라도, 유럽,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암탉을 철장에서 기르는 배터리케이지(Battery Cage) 시스템을 폐지하고, 어미 돼지를 감금틀 안에서 키우는 스톨사육을 법으로 금지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 돼지, 닭, 오리농장을 국가가 인증하고 있다.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실행되고 있다.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돼지, 육계, 한·육우, 젖소의 순으로 대상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동물복지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 사는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볼 때, 과연 '개고기 합법화' 논쟁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의문이다. 아마도 몇 십 년 후면 '우리도 옛날에는 복날에 개를 먹었지' 하고 회고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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