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세종대 교수가 한국 축구의 기술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4일 기술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축구팬의 기대에 부응해 기술위원회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을 역임한 이용수 교수를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향후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기술위원회의 역할 및 권한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이용수 신임 기술위원장과의 협의를 통해 조속히 기술위원을 선임하고, 차기 남자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수 위원장은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실업축구 상업은행, 럭키금성, 할렐루야 등에서 선수로 활약했으며 이미 축구협회 기술위원과 기술위원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으로서 한국의 '4강 신화' 달성에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 축구협회 미래전략기획단장,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 KBS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드컵 후폭풍... 허정무-홍명보-황보관 '총사퇴'

전임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의 책임을 지고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함께 퇴진하면서 기술위원회는 이용수 체제로 바뀌게 된다.

기술위원회는 각급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고 코치진 선임, 전력 분석 등의 역할을 하며 한국 축구의 총체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축구협회 기구다.

황보관 체제의 기술위원회는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3 청소년월드컵 8강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황보관 위원장이 기술교육국장과 대표팀 지원팀장을 겸하면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공식 절차인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고, 사령탑 자리를 고사하던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에게 최종예선만 임시로 맡기면서 '밀실행정', '주먹구구식 행정' 등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도 선수 구성 논란과 전술 부재를 드러내면서 기술위원회는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 3일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가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용수, 12년 만의 '컴백'이 주목받는 이유

이용수 위원장은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외국인이었고,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축구계에서는 '비주류'인 서울대 출신이라 대표팀 구성 때 인맥, 학맥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일 월드컵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이용수 위원장은 한국 축구에서 여전히 '재야'에 가까운 인물이다. 지난해 축구협회장 선거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아닌 '축구계의 야당'으로 불리는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을 지지하기도 했다.

축구협회가 이용수 위원장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홍명보 감독과 황보관 위원장 체제에서 '의리사커' 논란에 시달리며 '축피아'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기술위원회의 개혁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가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역할 및 권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용수 위원장이 12년 만에 다시 복귀했지만 '돌려막기'가 아닌 '개혁 인사'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용수 위원장 선임이 확정되면서 이제 최대 관심사는 차기 대표팀 사령탑이다. 일각에서는 이용수 위원장이 히딩크 감독과 함께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외국인 감독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축구의 '브레인'으로 돌아온 이용수 위원장은 브라질 월드컵의 후폭풍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게 됐다. 이용수 위원장이 과연 12년 전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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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황보관 거스 히딩크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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