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포스터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포스터 ⓒ 미디어플렉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의 시대배경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백성들은 가난에 시달리는데 양반들의 창고에는 곡식이 가득 쌓인다. 그러면서도 탐관오리들은 또 다시 힘없는 수탈을 일삼고 결국 백성들은 화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화적이 <군도:민란의 시대> 속 주인공들이다. 도치(하정우 분), 땡추(이경영 분), 대호(이성민 분), 이태기(조진웅 분), 천보(마동석 분), 마향(윤지혜 분) 등은 처음부터 화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조선의 근간이었던 백성들이었다.

결국 조선은 말기에 이르러 근간이 흔들리면서 민란의 시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당시 조선은 국가의 기능을 상실하고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 <정도전>(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을 보면 이런 조선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려 말기 정도전(조재현 분)은 고려의 부패한 현실을 깨닫고 새로운 나라를 개창하고자 혁명을 준비하였다.

극 중 정도전은 부패한 고려를 멸망시키고 동방의 이상 국가를 건설하겠노라고 다짐하였고 그것을 실천해 나갔다. 그리고 적어도 정도전이 활동했던 시기와 그의 사후 얼마 동안은 그것이 유지되는 듯 보였다.

권문세가의 횡포에 못 이겨 노예로 전락하거나 굶어죽기 십상이었던 고려의 백성들은 자기 땅을 경작하며 정당한 조세를 국가에 납부하는 당당한 땅 주인으로 거듭났다. 이것은 정도전을 비롯한 조선 건국 개혁 세력들이 권문세가들이 부당하게 독점하던 토지를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인 것처럼 이런 제도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다. 땅은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기 때문에 조선의 양반들도 백성들의 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 급제하는 양반의 수는 나날이 늘어갔지만 조선의 재정은 그리 넉넉지 못하였다. 그런데다가 기존 기득권들이 축적한 토지와 재산을 더욱 증식하려 하다 보니 부의 분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기에 다른 이의 것을 뺏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수탈하는 주체가 권문세가에서 양반으로 바뀌었을 뿐 백성들의 삶은 또 다시 궁핍해져 갔다. 백성들로서는 고려나 조선이나 결국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드라마 속 천복(장태성 분)이 왜구 앞잡이 역할을 하면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것이나 힘들어서 고려 백성을 못하겠다는 이야기는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대변한다.

영화 <군도>의 시대배경이 된 조선 말기의 상황은 고려 말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조정은 무능했고 양반과 탐관오리들은 횡포는 날로 도가 더해졌다.

그런 실상이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조윤(강동원 분)의 모습은 극에 달한 탐관오리의 표상 그 자체였다. 물론 조윤의 경우에는 서자 출신이라는 사연이 있다. 조윤이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생을 걸어 본 자가 있거든 나서거라. 그 자의 칼은 받겠다.'라고 외치는 대사에서 그 사연이 깊이가 잘 나타난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 못 가진 자의 것을 또 다시 빼앗으려는 악행이 덮어질 수는 없다. 대부분의 일반 백성들은 양반 집 서자에 비할 수 없는 훨씬 힘겨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원했던 동방의 이상 국가는 백성들이 정말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정도전도 조선 말기의 모습을 보았다면 대성통곡했을 것이고 그가 만약 조선 말기에 태어났다면 민란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또 다시 새로운 나라 건설을 꿈꾸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ky_fund/220070226473)에도 게재하였습니다.
군도:민란의시대 정도전 조선 고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기사를 직접 써 보고 싶은 마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연예,사회 등 각종 분야에 대한 것을 써 보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