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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포
 남이포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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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河)이 유구한 세월을 두고 낮은 곳을 찾아 흐르고 흐르면서 주변의 흙들을 씻어내면(蝕) 결국에는 거대한 바위들만 절벽(崖)처럼 남는다. 이를 하식애(河蝕崖)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하식애는 영양 남이포에 남아 있다.

남이포 좌우로는 깎아지른 듯한 좌우의 절벽 아래로 동천과 반변천이 흐른다. 두 물줄기 가운데로 솟아오른 칼날 같은 절벽이 장관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절벽은 천연의 것이 아니다. 남이(1441-1468) 장군의 칼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곳은 반란군의 지세(地勢)가 드센 곳으로 전해져왔다. 결국 조선 초에 반란이 일어났다. 남이 장군이 한양에서 내려와 반군을 제압한 뒤, "그냥 두면 또 반란이 일어날 테니 지세를 바꾸어야 한다"면서 칼로 산천을 두 동강 내었다. 그래서 이곳 절벽과 두물머리에 남이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3년 8월 30일자 오마이뉴스 "남자 스물일곱에 대장부 소리 들으려면" 참조)

대구에 들판을 제공해준 금호강
 대구에 들판을 제공해준 금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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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흙을 씻어내린다. 흙은 모여 농토가 되었다. 빙하기 이래 신석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흘러내린 강은 인간에게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기름진 농토를 선물했다. 농토는 사람이 개간한 것이 아니라 강이 선물한 것이다!

금호강은 대구 분지의 평야를 낳았다. 낙동강의 최대 지류인 위천은 경북 도내 최대의 들판인 안계평야를 낳았다. 물론 낙동강의 굽이굽이들은 경북 도내 곳곳에 논을 조성했고, 형산강 또한 경주와 포항 사람들에게 농토를 안겨주었다.

조성지, 경북 최대의 저수지
 조성지, 경북 최대의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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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안계평야에는 아득한 옛날부터 인공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상주 공검지, 충북 제천 의림지, 경남 밀양 수산제, 전북 김제 벽골제 등 삼한 시대에 거대 저수지들이 축조되었듯이, 비슷한 시대에 안계에는 대제지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일제 시대 이후 자꾸만 못을 메워 이제는 '대제지 유허비'만 안계고등학교 담장 옆에 남아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농경사회로 들어서는 초입의 역사를 반추해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가 먹고산다고 했다. 대제지가 삼한 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 일대에는 지금도 커다란 호수들이 많다. 경북 도내 최대 저수지인 조성지(구천면), 낚시터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개천지(안계면), 대제지의 일부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 관상소 벼락지(단북면) 등등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한 호수들이 답사자를 기다린다.

안계평야 대제지 유허비. 비 오른쪽 뒤로 안계고교 담장이 보인다.
 안계평야 대제지 유허비. 비 오른쪽 뒤로 안계고교 담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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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지 송덕비군
 개천지 송덕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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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지를 찾았으면 놓치지 말고 꼭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그래도 못둑 중에서 가장 도로변에 있으니 찾기가 쉬워 다행이다. '개천지 송덕비군'이다. 개천지를 조성하여 이 일대 농민들에게 살기좋은 환경을 선사했던 인물들을 기리는 네 기의 비석들이다.

전국적으로 이렇게 못을 조성한 인물들의 공적비를 한 곳에 많이 세워둔 곳은 없다고 한다. 그 나름의 가치가 인정되는 답사지라는 말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이 말의 교훈을 비석군 앞에 서서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역사여행다운 기획이리라.  

덧붙이는 글 | (1) 남이포 인근의 답사지 : 조지훈 문학관, 오일도 문학공원, 봉감 모전5층석탑(국보 187호) (2) 금호강 인근 답사지 : 동촌 망우공원, 반야월 연꽃테마파크 (3) 안계평야 대제지 유허비, 개천지 송덕비군, 조성지 인근 답사지 : 선돌마을 입석, 비안향교, 청화산 정상(아도 유적), 경상북도 3.1운동 시발지 공원(비안면 서부동)



태그:#대제지, #개천지, #남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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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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