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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4일 오후 1시 26분]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7%로 수정하면서 확장적 거시정책을 뼈대로 하는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기업과 가계의 대출 문턱을 낮춰주고 규제를 풀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하고 과감하고 확장적인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전 금융권에 동일하게 70%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수도권과 서울을 차별하지 않고 60%로 기준을 완화했다.

기업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에 대해서는 향후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수준 이상을 인건비와 투자 등 재원으로 사용하는 세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침체된 내수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혜택은 추가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줄곧 강조해왔던 가계소득 증대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정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세액공제나 대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제도 축소 등 박근혜 정부가 앞서 내세웠던 정책 원칙들도 뒤집혔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정부 경제정책을 신뢰할지 의문"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가계소득 증대 중요하다더니... 대책은 미흡

기획재정부가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개한 인포그래픽 자료. 기업소득과 가계소득간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가 24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개한 인포그래픽 자료. 기업소득과 가계소득간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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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경제성장률부터 3.7%로 낮춰잡았다. 국내총생산을 계산하는 통계기준이 바뀐 것을 감안하면 올초 전망에서 0.4%p를 줄인 것이다.

기재부는 "1/4분기 성장 내용을 뜯어보면 굉장히 견실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4분기에 세월호 사고 영향 등으로 소비, 투자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경제 체질'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체질 문제의 본질적인 개선책으로는 가계소득 증대를 꼽았다. 가계가 돈이 없어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고 내수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도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계소득을 증대시켜야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흑자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가계소득이 줄어든 이유로는 기업소득이 고용, 임금 등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목했다. 기재부는 "그간의 기업 투자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소득이 가계로 순환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면서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 배당 증가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겠다고 밝혔다.

과거 어느때보다도 강력한 가계소득 진작책을 시사하는 분석이지만 이날 경제정책방향에는 획기적으로 가계소득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이 거의 전무했다. 앞서 21일 세종청사에서 열렸던 기자설명회 때도 '소득증대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정부가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을 올려줄 수 있는 정책 3개를 내놨지만 어느 것 하나 가계소득 증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최근 3년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임금을 더 올려주는 기업에 대해 초과분의 10%를 세액공제로 깎아주는 정책이다. 임금지급분으로 나가는 비용에 비해 사실상 기업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미미하다. 기업 배당을 촉진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역시 대다수 서민·중산층의 소득 촉진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이 향후 발생하는 이익을 인건비, 투자 등으로 돌리지 않고 적정수준 이상으로 쌓아둘 경우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다음달 발표되는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자세한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적정 유보금 수준을 얼마로 책정할지, 과세 세율을 얼마로 할지가 쟁점이지만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 역시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질거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빚 내줄테니 그걸로 집 사고 투자하라는 정책"

이날 발표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확장적인 거시정책이다. 기금으로 하여금 시중에 공급하는 돈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기금, 신용보증 기금 등의 운용계획을 변경해 하반기 중 8조 6000억 원을, 재정 집행률을 높여서 2조 8000억 원을 푼다는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임을 감안해 볼 때 추경에 버금가는 규모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이용한 정책금융 지원도 10조 원 확대한다. 금융·외환 분야 전체적으로는 지원규모를 합치면 26조 원 규모다. 기재부는 5조 원 규모의 안전투자펀드와 3조 원 규모의 2차 중소기업 설비투자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도 담았다. 우선 올해 말로 일몰 예정인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2년 연장된다. 원래 사용액의 30%인 현금영수증과 체크카드 소득공제율도 조건부로 높였다.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사용분 중 전년 동기대비 증가분에 대해서는 4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같은 정책 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빚을 더 내게 해 줄테니 그걸 가지고 집 사고 투자하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부채 증가를 통한 성장전략이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거시정책 확장을 얘기하면서 그중 기금 등의 몫을 정해놓고 운용계획을 변경한다는 것은 기금으로 하여금 하반기 내에 빨리빨리 대출을 해주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의 대출이 '묻지마 투자'로 연결될 경우에는 의미없이 부채 총량만 늘어날 뿐더러 기금 부실화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실세 부총리'가 부임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왔던 경제정책의 원칙이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용카드 공제 부활이다. 전 교수는 "작년에 정부가 그토록 비판을 받으면서 간신히 세금 공제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꿔놨는데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2년 연장하면 원칙이 무너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통한 '돈 풀기'도 정부가 앞서 정했던 원칙과는 정 반대다. 기재부는 지난해 작성한 기금운용계획에서 재정효율성 제고를 위해 올해 기금 사업을 긴축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TV 70%, DTI 60%로... 가계부채 폭증 예상돼

건축 등 부동산 관련 분야의 규제들도 대폭 완화된다. 정부는 대표적인 부동산 금융대출 규제인 LTV와 DTI에 대해서 지역별·금융업권별로 차등하지 않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TV의 경우 앞으로는 전 금융권에 동일하게 70% 한도가 적용된다.

기재부는 이같은 조치를 통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줄고 부채의 질적인 면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1금융권의 대출 한도는 늘어나고 2금융권의 대출 한도는 줄어드는 셈이라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DTI 기준은 서울과 수도권 구분없이 60%로 완화됐다. 기재부는 여기에 청장년층에게 장래예상소득 인정기간을 확대해주는 등 DTI 산정시 소득인정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주택 구매 실수요자로 하여금 기존보다 더 많은 돈을 더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가계부채 총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학계의 생각은 다르다. 가계부채가 폭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5일 "LTV를 50%에서 60%로 높이면 주택가격은 0.7% 오르고 가계대출은 29조 원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지난 1분기 투자 증가액이 3조 3000억원 인데 그중 2조 5000억원이 건설투자"라면서 "부동산 시장이 알아서 살아나고 있는데 이런 무리한 정책을 결국 하겠다는 걸 보니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태그:#최경환, #경제정책방향, #LTV, #DTI,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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