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4강이다. KIA 타이거즈가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8-10으로 역전패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전날(22일) LG를 상대로 승리했던 101일만에 5위 탈환에 성공하며 4강권 진입에 대한 희망을 부풀렸다. 그러나 KIA는 이날 역전패로 하루만에 다시 6위로 원상복귀하며 5위 탈환은 1일천하로 끝났다. KIA와 현재 5위 다툼 중인 두산이 이틀 연속 우천 취소로 경기를 치르지못하는 사이에 KIA만 홀로 등락을 거듭한 모양새다.

현재 타선은 나름 제몫을 해주고 있다. 외국인타자 브렛 필이 부상으로 장기간 전열에서 이탈해있던 상황속에서도 KIA 타선은 팀타율 2할 9푼 6리, 사실상 3할에 육박하는 고타율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위 두산(.299)과도 3리밖에 차이가 나지않는다. 최다안타 1위(858개), 홈런 4위(87개) 등 주요 타격지표에서 고루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3일 LG전에서도 초반 기선은 KIA가 제압했다. 1회 말 4번타자 나지완의 투런 홈런으로 가볍게 선취점을 올렸고, KIA는 2회 말 김주찬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보태며 3-0까지 앞섰다.

역전을 허용한 경기 후반에도 나지완, 안치홍, 신종길의 연이어 솔로 홈런을 포함해 2점차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KIA는 이날 13안타 4홈런을 몰아치며 8득점을 뽑아냈다. 부상에서 갓 복귀한 필이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KIA 타선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여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문제는 마운드다. 평균자책점이 6.03에 이르는 허약한 마운드가 타선을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KIA보다 평균자책점이 높은 팀은 꼴지 한화(6.23) 뿐이다. 6점대 이상 자책점을 기록하고있는 팀도 KIA와 한화 뿐. 참고로 프로야구 사상 가장 높은 팀자책점을 기록한 것이 프로 원년인 1982년의 삼미(6.23)였으니 KIA는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의 최대 희생양이라고 할만하다. 냉정히 말하면 6점대 자책점의 마운드로 4강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비정상에 가깝다.

선발진 가운데 11승으로 다승 공동 2위에 올라있는 에이스 양현종(자책점 3.64)만이 꾸준히 제몫을 해주고있지만 다른 투수들의 활약이 영 신통치않다. 데니스 홀튼(5승 8패. 자책점 4.80), 임준섭(4승 6패. 자책점 5.95), 김병현(2승. 자책점 7.45), 송은범(3승 4패. 자책점 7.45), 김진우(3승 3패, 자책점 7.61) 등 어디로 눈을 돌려도 딱히 믿음이 가는 카드가 없다.

양현종과 함께 전반기 원투펀치 역할을 해주던 일본리그 다승왕 출신 홀튼의 난조가 가장 뼈아프다. 개막 이후 4월까지 5경기에서 3승 1패. 자책점 2.48을 기록하며 한국무대에 무난히 연착륙하는 듯하던 홀튼은 이후 체력과 제구력에 점차 문제점을 드러내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책점이 치솟고 있다. 7월이후 최근 3번의 등판에서는 승리없이 2패만을 기록하며  평균 8.76으로 난타를 당했다. 지난 23일 LG전에서도 선발로 나섰으나  3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하며 시즌 8패째를 기록했다.

또한 KIA는 이날 김진우와 송은범까지 계투로 투입시키고도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후반기 계투전환이 확정되며 불펜의 '조커'로 기대를 모았던 김진우는 이날 홀튼에 이어 4회 1사에 구원투입되었으나 0.2이닝 동안 2개의 홈런 포함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부진했다. LG는 이날 4회에만 홀튼-김진우를 상대로 9점을 몰아치는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참고로 올해 LG는 팀홈런과 장타율 최하위 팀이었다.

선발 요원으로 분류된 송은범도 이날 후반 불펜으로 투입되어 1이닝간 1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이날 KIA 투수 중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신창호(3이닝) 한 명 뿐이었다. 무기력한 투수들의 모습은,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추격전을 펼쳤던 타자들의 투혼마저 맥빠지게 했다.

선동열 감독으로서는 후반기 마운드 구상이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김진우와 송은범은 KIA 마운드 운영의 핵심으로 기대를 걸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내비치며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에이스로 믿었던 홀튼은 퇴출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임시선발에 가까운 임준섭과 김병현은 5이닝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투수들이다.

현재 4강권인 4위 롯데와는 2.5게임차. 충분히 추격이 가능한 격차다.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2시즌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KIA는 7~8월이 승부를 걸어야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불안한 마운드에 확실한 교통정리나 대체카드가 없는 이상 4강행은 올해도 쉽지않을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