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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진 집의 잔해 위에서...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진 집의 잔해 위에서...
ⓒ 아마드 수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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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페이스북 친구 아마드 수라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사는 활동가입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후, 그의 페이스북은 잠잠했습니다.

매일 가자지구의 상황을 올리는 그의 페이스북이 조용해졌다는 건, 그곳의 전기망과 통신망이 단절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례행사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할 때마다다, 아마드의 안부가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아마드 수라이는 가자지구에 사는 농부이기도 합니다.

가자지구 공격이 시작되면...

가자지구는 170만 명이 서울의 영등포구, 마포구, 용산구, 종로구 정도의 땅에 모여 사는 인구밀집이 높은 지역입니다. 가자지구는 농토가 부족해 식량공급을 외부에 의존해야 합니다. 유엔은 밀가루 등 기초 식량을 제공하지만 과일, 채소 등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아마드는 가자지구에서 도시농업을 하는 농부입니다. 가자지구의 허름한 주택 옥상마다 아마드가 제공한 작은 상자 속에서 채소가 자라고 있습니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은 설거지 뒷물을 정수하여 채소에게 줍니다. 아마드는 또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국경선에 버려진 땅에 올리브 나무 묘목을 심고 있습니다.

국경선에서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군에 여러번 구금된 적도 있습니다. 나는 아마드를 영국의 작은 까페에서 만났습니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아마드는 까페에서 고개를 떨구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3개월이나 연락이 끊긴 아마드는 매일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찾아가 돌아갈 수 있는 비자를 내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아마드는 가자지구에 남겨둔 아이들 생각에 슬픔에 잠겨 까페 모퉁이에 앉아 서럽게 울었습니다. 나는 중년 남자의 슬픈 모습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휴전 이후, 아마드는 가자지구로 돌아가 살아남은 가족들과 상봉했습니다. 페이스북에 가자기구의 생활을 자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 7월 9일,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월드컵 4강 경기를 보러 팔레스타인 주민 10여 명이 가자지구 해변의 한 식당에 모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날아든 이스라엘 미사일에 8명이 숨졌습니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아마드 가족이 혹시 같이 있다가 다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야속한 음성메시지만 계속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병원, 장애인시설, 축구장, 학교 등이 무너졌습니다. 

과거엔 미사일 공격 전에 탄두가 없는 소형 탄환을 쏴 대피할 시간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경고를 받지 못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고정밀 이스라엘 미사일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갑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가자지구의 상황은 얼마나 끔찍할까요? 아마드의 가족은 안전할까요? 그동안 수많은 이스라엘 공격으로 아마드의 가족들도 여러번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지난 2006년 이스라엘 공격으로 아마드의 큰아들 카말은 집 앞 골목길에서 동네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예고 없이 떨어진 이스라엘의 미사일에 크게 다쳐서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2007년 공격에서는 둘째 아들 오마르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져서 가까스로 살아나왔습니다. 2008년 공격 때는 아마드의 집 지붕이 날아갔고 2010년 공격으로 옆집이 무너졌습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불꽃놀이를 즐기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불꽃놀이를 즐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사일 공격으로 번쩍이는 가자지구의 하늘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아이들에게는 불꽃놀이가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자지구 하늘에서는 오렌지빛의 포탄과 수천 개의 강철화살이 비처럼 뿌려집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숨을 수 있는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거리에서, 병원에서, 재활시설에서 죽음을 맞습니다. 

가자지구의 아이들은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 속에서 죽어갑니다. 이스라엘의 경제 봉쇄로 아마드는 아이들의 분유와 백신을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공격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 필요한 유엔의 백신 공급까지 거부하고 있습니다. 폭격 속에 태어난 아이들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나는 가자지구에 공격이 시작될 때마다 아마드의 가족이 걱정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냅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 협정이 체결되고 전기, 통신망이 복구되면 아마드가 연락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20일, 국제적십자사(ICRC)가 가자지역의 시신과 부상자를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제안한 임시 휴전 요청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서로 공격을 중단했습니다. 가자지구에 짧은 시간동안 통신망과 전기망이 복구됐습니다.

아마드는 그 틈을 이용해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띄웠습니다. 가자지구의 희망이라는 사진입니다. 폭격당한 아마드 이웃집 건물의 무너진 잔해 위에서 아이가 풍선을 띄우는 모습입니다. 아마드는 전쟁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아이를 통해 평화를 기원합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본 순간 내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실종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가 100명이 넘습니다. 다친 아이는 500명 이상입니다. 가자지구에 항구적인 평화가 빨리 찾아오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서 공부하고, 골목길에서 마음껏 축구하고, 친구들이 모여서 안전하게 월드컵 경기를 보고, 엄마 손 잡고 시장에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가자지구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태그:#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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