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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부른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부른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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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섬' 굴업도(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소재) 개발을 추진해온 CJ그룹의 계열사 C&I레저산업이 골프장 건설을 빼고 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돌연 발표했다.

C&I레저산업은 23일 "굴업도에 오션파크(해양공원) 관광단지를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건전한 여가 문화공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지만, 관광단지 내 골프장 조성 계획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다"며 "굴업도 내 골프장 사업계획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골프장 건설 계획 부지에 친환경적 대안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며, 지역 염원인 굴업도 관광단지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C&I레저산업 굴업도 골프장 포기에 시민단체 '환영'

C&I레저산업은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위해 2005년부터 굴업도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3.3㎡당 2만~10만 원에 불과한 임야를 25만 원 이상을 주고 매입해, 2006년에 굴업도 땅의 98.5%를 차지했다. 2007년 5월엔 굴업도 120만㎡ 부지에 골프장(18홀)·관광호텔·마리나 등을 신설하는 오션파크(Ocean Park) 사업 제안서를 옹진군에 제출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굴업도 토끼섬의 염풍화.<시사인천 자료사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굴업도 토끼섬의 염풍화.<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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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경단체들과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굴업도 개발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다 2010년에 취임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굴업도 골프장 건설에 난색을 표명하자, C&I레저산업은 2011년 골프장 건설 계획을 18홀에서 9홀로 변경했다. 그러나 시는 골프장을 빼고 관광단지를 조성하라고 권고했다.

C&I레저산업이 굴업도 골프장 건설 포기를 선언하자,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CJ를 압박했다.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연석회의는 "서해의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이자 천혜의 경관과 생태를 간직한 굴업도를 지켜내기 위해 인천의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인모임 등은 눈물겨운 노력과 활동을 펼쳐왔다"며 "그 노력이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한 독점개발을 막아냈다"고 자평했다.

이어 "굴업도 땅의 98.5%가 CJ의 소유로, 대규모 개발 여지는 남아있다. CJ가 진정으로 기존의 개발 행태에서 변화를 추구한다면, 먼저 땅의 소유권을 인천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CJ가 비리사건과 환경파괴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점을 반성한다면, 굴업도를 인천시에 기부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비리사건'이라 하면, 이재현 CJ 회장과 그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한 C&I레저산업이 굴업도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CJ의 비자금이 투입된 것을 말한다. 이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이자 굴업도 땅 매입의 실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전 CJ 재무팀장이 언론과 검찰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시민단체연석회의는 한편으론 인천시에 굴업도가 생태관광 섬의 대안적 모델이 될 수 있게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CJ 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많은 갈등을 일으켰다.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해 회사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개발 계획 등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굴업도 큰마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선단여. 선단여는 많은 전설을 갖고 있다. 굴업도의 황홀한 자연경관을 오랜 동안 지켜보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굴업도 큰마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선단여. 선단여는 많은 전설을 갖고 있다. 굴업도의 황홀한 자연경관을 오랜 동안 지켜보고 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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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는 어떤 섬인가?

한편, 굴업도는 산림청으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굴업도에는 희귀 야생 동식물이 다수 분포하고 있어 생태학적으로 희귀성이 높은 섬이다. 검은머리물떼새, 매, 먹구렁이, 왕은점표범나비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최대 군락을 이루면서 섬 전체에 서식하고 있다.

굴업도는 서해안 비경으로 꼽힌다. 아직 인간에 의해 파괴되지 않은 굴업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3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다. 굴업도에 가까워질수록 안개는 걷히며 황금빛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7개의 산봉우리가 10km에 달하는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는 풍경은 서해안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힐 만하다.

몇 가구 살지 않은 작은 섬이지만, 굴업도는 한때 돈이 넘쳐났던 섬이다. 일제 강점기 초기까지 주변 바다에서 민어가 많이 잡혀 민어 잡이 철에는 100여 척의 어선이 자리 잡아 파시(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가 서고, 동(쪽)섬과 서(쪽)섬 사이에 작사(기생집이라고 함)가 즐비하게 늘어서기도 했다. 굴업도는 1994년 11월 문민정부가 핵 폐기장 후보지로 지정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굴업도, #C&I레저산업, #CJ, #이재현 CJ회장, #핵폐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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